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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풍이여, 다시 한번… 대선후보 재경선 제시한 노무현 후보… 안팎 변수 많아 격랑에 휩싸일 수도
그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누구든지 입당해 국민경선을 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국민경선을 통해 다시 한번 ‘노풍’을 일으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경선이라는 비상 처방전을 통해 지방선거에 대한 후보 재신임론, 후보 사퇴론, 대표 책임론 등 당내 분란의 불씨를 한꺼번에 끄겠다는 것이다. 아직 큰불이 아니지만 대형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으므로 소화기를 찾기보다 소방차를 불러 진화하겠다는 것으로 비유된다. 여기엔 지방선거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는 데 대한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14.6%(동아일보 여론조사), 12.6%(중앙일보)까지 벌어졌다. 경선 당시 이 후보를 20% 이상의 차이로 따돌렸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당내 분란 잠재울 특단의 조처 있나
앞서 노 후보 비서실의 이광재 기획팀장도 “노 후보가 획기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결단을 한번 내리면 무섭게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해 노 후보가 모종의 비상처방전을 숙고하고 있음을 예고했다. 노 후보는 이 문제를 몇몇 핵심 측근들하고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친 노무현 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선 한때 무책임하고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재경선을 들고 나온 것은 느닷없다는 지적이었다. 천정배 의원 등 쇄신파들의 생각은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후보 재신임은 당무회의 등에서 속전속결로 치르고, DJ와의 차별화와 정책적인 선명성 확보, 참신한 인물공천 등을 통해 8·8 재보선을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생각이었다. 애초 노 후보가 생각한 위기국면 타개책은 당의 자생력 함양과 체질개선을 통한 지구전 전략이었다. 그가 “내부를 개혁하는 과정으로 환골탈태해야지, 당을 그대로 놓아두고 인기 있는 방법 몇 가지로 얼키설키 가려 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전략이 바뀌었다. 당내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게 전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보교체론의 목소리가 불거진 상황에서 미봉책만으론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기재·조재환·송석찬 의원 등 이인제 의원 쪽은 후보교체론을 합창하는 등 본격적으로 ‘노무현 흔들기’에 나섰다. 원래 노 후보의 재신임 약속은 영남 광역지역 단체장을 1석도 건지지 못할 경우 후보자리를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선거결과는 노 후보를 할말이 없게 만들었다. 노 후보는 이 문제에 분명하게 대답하지 않을 경우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노 후보는 애초 밝힌 것과 달리 8·8 재보선도 자신의 주도 아래 치르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하되 그 이후 재경선을 통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참모진 일각에선 8·8 재보선에서마저 밀릴 경우 노 후보의 위상이 더욱 심하게 흔들리면서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재보선에서 노 후보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젊고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포진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어려워도 재보선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려야 대선에서 일합을 겨눌 수 있다.” 노 후보와 가까운 재선 의원의 얘기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쇄신파 의원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견해다.
DJ와의 차별화는 정책적 대안으로
노 후보는 김홍일 의원 탈당 등을 통해 DJ와의 차별화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 대해 6월17일 연석회의에서 분명한 태도를 밝혔다. 그는 “정치부패 청산은 단순히 단절과 차별화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다. 고민은 그를 지지하는 당권파 성향의 의원들이 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노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확실한 검인을 받기 위해선 또 하나의 험한 고갯길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갯길이 어떤 길이 될지, 만나게 될 적수가 이인제 의원인지, 또 다른 외부 경쟁자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17일 연석회의에서 친이인제 의원 성향의 의원들이 노 후보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이 다시 한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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