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02월드컵 이탈리아 대 크로아티아전에서 크로아티아 서포터스가 열광적인 응원을 하고 있다. (SYGMA)

서포터스는 축구문화의 꽃이다. 12번째 선수라고까지 불리는 단순한 축구팬 이상의 목적의식이 있는 집단으로, 나라마다 역사와 지역 기반, 종교 등을 반영하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서포터스는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정서를 반영해 응원장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함께 부르는 응원가와 끊임없는 박수, 구호 등 ‘전통적’ 응원방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가장 과격한 응원으로 악명이 높아 훌리건의 대표국가기도 하다. 영국의 국가대표 서포터스의 이름은 ‘92클럽’이다.

잉글랜드와 대조적인 서포터스 문화를 가진 나라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서포터스는 대형 현수막과 조명탄, 연막탄, 깃발 등 다양한 시각적 장치를 동원해 응원 자체를 화려한 볼거리로 만든다. 이탈리아의 서포터스 문화는 중·남미와 동유럽, 북유럽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독일 서포터스 ‘그라운드후퍼스’는 엠블렘과 각종 배지를 단 소매 없는 청재킷을 입고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를 원정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라운드후퍼스의 핵심인물들은 전 세계 200개가 넘는 경기장을 훑고다닌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붉은악마를 질리게 한 네덜란드 서포터스는 응원단의 핵심인 관악밴드의 이름을 따 ‘오렌지후터스’라고 부른다. 오렌지후터스는 통일된 오렌지색 복장의 시각적 효과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덴마크 서포터스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시작했다. 얼굴에 덴마크 국기를 그린 채 뿔 달린 헬멧과 둥근 방패 등 바이킹 장신구를 이용해 응원한다. 특히 폭력성이 없는 덴마크 축구팬들을 1980년대부터 ‘조용하고 질서 정연한’이라는 뜻의 덴마크어 ‘롤리’에서 이름을 따 롤리건이라고 부른다. 롤리건은 1985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로부터 페어플레이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붉은악마와 자주 비교되는 일본의 울트라니폰은 1992년 일본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울트라니폰은 붉은악마와 달리 조직적인 체계가 없으며, 일본 축구팬을 총칭한다고 자처한다.

조직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붉은악마와 비슷한 건 중국의 치우미다. 치우미는 ‘공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으로 구기종목의 열성팬을 아우르는 표현이었으나, 중국이 사상 처음 월드컵에 진출하면서 축구 열성팬을 이르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축구학교를 운영하는가 하면 축구신문까지 발행하는 등 튼튼한 조직체계를 갖추었다.

안영춘 기자j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