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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처럼! 그라운드 밖에서 몰아치는 따라배우기 열풍… 기업경영·교육현장 등 적용 몸부림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히딩크 연구’ 붐이 대표적인 근거다. 기업·대학·연구소마다 “히딩크한테 한수 배우자”며 히딩크 리더십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히딩크 연구보고서를 준비하고 있고, 한국외국어대 외국학종합연구센터는 히딩크가 네덜란드 출신이란 점을 고려해 ‘네덜란드인의 리더십 연구’를 검토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을 최고경영책임자(CEO)로 놓고 보는 ‘히딩크 경영론’까지 나온다. ‘히딩크 현상’이라 할 만하다.
히딩크 리더십 학문연구 대상으로
‘히딩크’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어찌 보면 간단하지만 히딩크 리더십을 이거다, 라고 딱히 잘라 말하긴 어렵다. 다만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 △과학적 분석과 시스템적 접근 △경쟁을 통한 다기능 선수 육성 △글로벌 스탠더드의 적용 등이 꼽힌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임원은 히딩크 리더십을 ‘멀리 내다보고 소신있게 이끄는 리더십’이라고 정리했다. 히딩크식 경영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쪽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인이 대거 들어온 은행권이다. 전국은행연합회 박근배 팀장은 조직 구성원에 대한 치밀한 파악을 ‘히딩크적 교훈’이라고 꼽았다. 기업에서도 CEO가 조직을 장악하려면 직원들부터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히딩크는 한국팀의 축구 실력보다는 선수 개개인을 먼저 파악했다. 무명선수도 주전으로 뽑고, 그러면 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던 선수는 정신을 퍼뜩 차리고 노력하게 된다.” 이름 있는 선수에 가려 있던 무명선수를 발탁하면 스타급 선수도 덩달아 분발하고, 그렇게 해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식이다. 히딩크식 용병술을 기업에 적용하려면 노트북 활용으로 선수의 문제점과 체력을 정확히 관찰한 히딩크식 기법부터 배워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한수 연구원은 히딩크 리더십의 특징으로 ‘소신’을 강조한다. “히딩크는 객관적 기준을 잣대 삼아 소신있게 선수를 선발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그의 스타일은 이런저런 요인에 얽매여온 한국의 CEO들이 주목할 점이다.” 물론 그 소신은 그가 한국인이 아니고, 따라서 한국사회에 팽배한 학연·지연·혈연 등 전통적인 네트워크와 무관한 데서 비롯했다. 공정한 선수 기용이 한국 축구의 팀워크 향상을 가져왔듯이 다른 조직에서도 연줄과 파벌 배제가 조직역량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한 간부는 “기업에서도 상사-부하 또는 선배-후배라는 ‘관계’에 주눅들면 조직이 경직된다”며 “히딩크가 보여주었듯이 어디 출신이면 무조건 일을 잘할 것이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급 선수에게 휘둘리지 않는 선수 기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히딩크는 스타급 선수라도 조직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배제했다. 이런 배제에는 체력이 떨어지고 이름값만 하려는 선수를 적절하게 활용하려는 뜻도 있었다. 실제로 주전경쟁이 치열해지자 위기가 닥친 스타급 선수들은 감독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려 노력했고, 이는 팀워크 향상으로 이어졌다. 히딩크가 명성에만 기대려는 스타급 선수들을 선수 선발권을 활용해 휘어잡았듯이 기업 경영에서도 인사권을 적절히 이용해 조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조직 효율성 높여… 문제는 ‘체력’이다
그러나 전원공격·전원수비의 토털사커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저 투지만 갖고는 안 된다. 히딩크에게 전략·전술은 체력을 갖춘 뒤의 일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한 간부는 “히딩크가 강조하는 체력은 기업한테는 펀더멘털”이라며 “튼튼한 펀더멘털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경영의 제1원칙”이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유영철 국장도 “개개인의 반짝기술로 동네축구는 될 수 있지만, 선진축구 대열에 끼려면 많은 게임을 소화해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체력에서 지치지 않자 선수들이 많이 움직였고, 이는 짜임새 있는 축구로 이어졌다. 경쟁력에서 펀더멘털이 중요하기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히딩크 리더십은 우리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히딩크는 잔기술에 연연하지 않았다. 초기에 경기마다 성적이 바닥을 헤매면서 비난여론이 들끓었지만, 히딩크는 골 결정력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짠 훈련 프로그램대로 충실히 끌고갔다. 골 결정력에만 집착한 옛 축구는 점수따기 경쟁에 몰두하는 우리 교육과 비슷하다. ‘즐거운학교’의 김상호 전무는 “대입수능시험도 몇번 치르는 과정에서 출제유형을 달달 외는 과외가 극성을 부리는 등 뒤틀리고 있다”며 “기초체력을 다진 뒤 창의적인 플레이 능력을 기르는 히딩크식 축구경쟁력을 우리 교육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지단, 포루투갈의 피구처럼 미드필더가 몸값을 많이 받는 까닭은 그때그때 상황을 판단해 경기를 이끄는 능력 때문이다. 히딩크는 틀에 짜인 획일화된 훈련을 거부한다. 축구대표팀에게 족구·핸드볼 등 이색훈련을 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짧은 패스, 좁은 공간에서의 조직력과 집중력을 키운 것이다. 이는 붕어빵을 찍어내는 우리 교육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도 히딩크한테 배워야 한다”며 “무턱대고 다같이 공부만 시키고 학원부터 보낼 게 아니라 히딩크가 각 선수의 잠재력부터 파악했듯이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획일화 거부하는 창의성 교육 관심
히딩크 축구를 통해 엘리트 교육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히딩크는 월드컵으로 한국 축구가 끝나는 것이 아닌 만큼 스타급 선수에 이어 한국팀을 이끌어갈 다음 세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대한축구협회 이상락 차장은 “히딩크는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하거나 아예 승부근성이 없는 선수만 빼고 재능이 있다는 느낌만 와도 그 선수를 발굴해 키웠다”고 말했다. 이는 우등생 중심의 수업이나 반장을 해본 학생한테 다시 반장을 맡기는 엘리트 교육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자기 철학에 바탕을 둔 흔들림 없는 리더십도 히딩크가 던지는 메시지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김흥주 본부장은 “입시 위주의 한줄 세우기식 교육에서 지식 전수자로서의 ‘선생’은 있지만 교육철학이 있는 ‘스승’은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그러진 교육만 탓하고 그런 현실에 휩쓸릴 뿐 학생들 개인의 장점을 끄집어내 창의성을 살리는 교사가 드물다는 얘기다. 히딩크식 리더십이 보여준 개인주의와 공동체의 조화는 네덜란드인의 기질이라고 한다. 개개인의 창의성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는 우리 교육에서도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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