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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2.05.22(수) 제41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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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곳곳에 불야성, 풍악이로다 월드컵을 맞아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행사들…거리·시장·해수욕장까지도 축제의 마당으로
지난 5월15일 이후 서울 세종로는 밤을 잊었다. 광화문 위로는 세계 각국 유명한 문들의 영상이 겹쳐 흐르고, 그 빛에 반사된 가로수들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게 한다. 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6월25일까지 이어질 이 빛의 축제는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전야제와 개막식에 이어지는 축구경기만이 월드컵의 전부는 아니다. 서울을 비롯해 10개 도시에서 경기가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지역 특성에 맞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려, 축구경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거리와 시장, 해수욕장까지도 온통 공연·전시장이 된다.
한강둔치를 수놓는 불꽃놀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월드컵 기간에 서울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다. 5월25일과 31일 창경궁에서는 조선시대 국왕 즉위식이 재현되고, 남산골 한옥마을 문화축제가 5월29일 시작된다. 6월2일에는 종묘대제가 열려 경복궁에서 종묘로 향하는 어가행렬을 볼 수 있다. 6월8일에는 흥선대원군이 살던 운현궁에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가례(결혼식)가 재현된다. 5월25일부터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면 여의도 한강둔치의 밤하늘은 화려한 불꽃으로 뒤덮인다. 불꽃놀이에 앞서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문화공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5월28일과 29일 세종문화회관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서울드럼축제도 볼 만하다. 홍익대 주변 40여개 실내외 공연·전시장에서 5월25일부터 6월15일까지 열리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은 순수예술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제도와 관행, 스타시스템과 상업주의로 오염된 대중문화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지난 98년 독립예술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행사다. 일본·중국·홍콩·대만 등 아시아 8개국 15개팀이 참가하는 이번 축제는 음악 공연, 시네마 패러디 콘서트, 미술 전시, 독립단편영화제, 연극, 무용 등 온갖 장르에 걸쳐 젊은 문화예술가들의 희망과 도전이 펼쳐진다. 한·중 문화예술공연, 패션쇼, 특별할인행사가 열리는 동대문 패션축제(6월12∼14일)도 현대적인 장터축제의 현장을 보여줄 것이다. 신촌 주변 대학들의 동아리 대항전과 함께 신촌의 명물음식을 선정해 홍보하는 ‘신촌 한조각 나눔축제’(5월30일∼6월1일), 그리고 봉수제와 거리 퍼레이드, 전통 및 현대예술공연 콘서트가 열릴 예정인 신촌문화축제(6월14∼16일)도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 옛 서울의 대표적인 쓰레기 매립장인 난지도 자리의 하늘공원, 노을공원과 난지천공원 중앙휴게광장에서 열리는 2002 깃발미술축제(5월29일∼6월25일)를 보러 가면, 덤으로 상암동 경기장도 구경할 수 있다. 오행(五行)을 주제로 한 군기·어기·민속기 등 우리나라 전통깃발과 국내외 창작깃발, 설치미술 등을 다채롭게 전시하는데, 깃발 만들기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인천의 심청축제, 대전의 인형극축제, 수원의 설치예술제, 전주의 종이문화축제, 제주의 해녀축제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대표적인 문화행사도 ‘함께 즐기는 월드컵’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인천의 월드컵 행사는 문화공연이 주를 이룬다. 심청축제는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6월1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인형극 공연, 바다음악제, 춤 공연 등 심청이야기와 관련된 행사가 날마다 바뀌어 열린다. 6월8일부터 15일까지 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열리는 세계민속예술제에는 13개국 18개 단체가 참가하는데, 특히 6월8일 오후 3시에는 CGV 영화관 앞에서 문학경기장까지의 거리축제가 가장 볼 만한 공연이 될 전망이다. 인천 월드컵 플라자에서는 6월9일부터 14일까지 난타·도깨비스톰·공명·야단법석·두드락 등의 공연팀이 출연해 말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축제(넌 버바 퍼포먼스·Non Verba Performance)도 열린다. 수원에서는 수원의 상징인 ‘화성’과 함께 정조대왕을 기리는 행사들이 많다.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6월1일 오후 4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고, 4일에는 화성 행궁에서 정조대왕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재연한다. 6월15일 연무대에서 열리는 정조시대 전통무예전도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6월1일부터 4일까지 팔달문시장 일대에서 열리는 시장 거리축제도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대전에서는 어린이들이 가장 즐거울 것 같다. 엑스포과학공원에서 6월6일부터 18일까지 인형극 페스티벌이 열리고, 13일부터 16일까지는 국제지능로봇 전시회가 열린다. 전주는 젊은이들을 위한 행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플라자 특설무대에서 6월9일과 13일, 16일 오후 7시반 전주를 대표하는 록밴드와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의 공연이 열린다. 6월6일부터 8일까지 덕진공원 야외 상영장에서는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장·단편의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
참가국들의 문화예술 펼쳐져
대구에서는 남성로 약전골목에서 ‘약령시 인삼 특별전’(6월5∼10일)이 열린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 둔치에서는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설치미술전’(6월1∼16일)과 어린이 사생대회 등이 열린다. 광주의 ‘참가국 및 남도예술공연’(6월2∼22일) 행사는 스페인·슬로베니아·코스타리카·중국 등 참가국의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중앙로까지의 ‘예술의 거리’에서도 월드컵 기간에 각종 전시행사와 함께 춤·음악 축제 등이 열린다. 대구(야외음악당)와 광주(조선대 운동장)에서는 6월3일 오후 8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스타들과 중국 가수들이 출연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부산의 경우 월드컵 기간에는 해수욕장이 가장 붐빌 듯하다. 전통문화체험과 무형문화재 공연(5월30일∼6월9일)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올해로 4번째를 맞는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6월1∼3일 오후 5시)이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열린다. 서면·광복동·온천장 등 27군데 번화가에서 거리축제도 1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특히 6월2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광복동에서 국제시장까지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해 조선통신사 행렬의 재연행사도 6월5일 오후 3시반 용두산 공원에서 열린다. 제주에서는 중문단지 천제연 폭포 일대에서 칠선녀축제(6월7∼14일)가 벌어진다. <세한도>로 유명한 조선 말기의 서화가 추사 김정희의 전시회와 전문가들의 강연회도 눈길을 끈다.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에서는 <흰소>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을 기리는 ‘이중섭 예술제’가 월드컵 기간 중 동명백화점 근처 이중섭 거리에서 예년보다 5개월가량 앞당겨 열린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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