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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2.05.15(수) 제40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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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노무현의 뒷심이 달린다 잇단 악재 느슨한 대응에 지지율 급락… 신당 창당·현장형 리더십 등으로 위기 돌파 노려
민주당과 노무현 대선후보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대통령 아들과 관련된 부패 스캔들, 부산시장 구애에 대한 YS의 외면, 좁혀져만 가는 이회창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다. 한때 60.5%(<중앙일보> 4월15일)를 넘던 지지율은 38.3%(<문화일보> 5월13일)까지 떨어졌다. 20%포인트대에 이르던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도 한 자릿수까지 좁혀졌다. 오차 범위 내에서 이 후보가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노풍’이 확연히 잦아들었다는 얘기다. 노 후보가 지난 99년 타이거풀스사의 고문변호사를 지낸 사실도 새로운 악재로 불거졌다. 당내에선 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역전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지자 이탈은 민심 꿰뚫지 못한 대가
왜 이렇게 꼬였을까. 객관적인 조건은 최악이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상황이다. 노 후보 쪽에선 “비리국면이 이어지면서 여성과 저학력층, 영남지역의 지지율이 빠져 부동층화했다”고 분석했다. 여성과 저학력층은 노 후보를 DJ와 연결짓는 경향 때문에, 영남지역에선 ‘반DJ정서’가 도지면서 노 후보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 핵심 참모는 “이탈층은 노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고하지 않은 무당파에 가까운 성향”이라며 “비리정국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지지세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비리정국에 대한 노 후보의 어정쩡한 태도는 지지율 하락을 더욱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딱 부러진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 노 후보의 유종필 공보특보가 지난 5월10일 “김 대통령의 아들 관리는 정말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김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노 후보는 다음날 “옳고 그름, 잘한 것과 못한 것에 대해 사리를 밝혀 이야기하는 것은 있어도 차별화라는 정치적 행위는 야박하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차별화 여부를 떠나 아들들의 잘못과 대통령의 책임을 명확히 지적하는 것이 대선후보다운 태도”라며 “민심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심의 흐름을 타고 돌풍을 일으킨 노 후보가 후보가 된 뒤엔 정작 민심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로 확정된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찾아간 것은 지지율 하락의 가속페달을 밟은 격이었다. YS에게 부산시장 후보의 낙점을 위임한 것은 노 후보가 그토록 비난해온 3김식 정치와 다를 바가 뭐냐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정당성을 강조한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단식농성까지 벌인 사람을 부산시장 1순위 후보로 요구한 것은 자가당착으로 비쳤다.” 그를 열렬히 지지해온 민주당 고위 당직자의 불만이다. YS가 부산시장 낙점요구를 끝내 거절함에 따라 노 후보의 모양새는 더 구겨졌다.
전술적 오류에 의제 설정 실패도
전술적인 오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노 후보가 당과의 면밀한 조율이나 정밀한 밑그림도 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였다. 한꺼번에 욕심을 부려 너무 나갔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노 후보 본인은 상징적인 화해의 제스처로 인사 정도만 하고, 구체적인 조율은 정치특보 등에게 맡겼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노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일단 YS 방문을 전술적 오류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론 부산지역의 정서적 벽을 허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참모는 “YS 방문으로 노 후보를 견고하게 지지해온 고학력층 일부가 이탈했지만 노 후보가 올바른 길을 가면 다시 되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노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된 4월27일 이후 특별한 정치적 의제를 발굴해 제기하지 못했다.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데 일단 실패함으로써 지지율 하락세를 반등시키지 못한 것이다. 노풍의 본질은 노 후보 스스로 표현한 대로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YS 방문,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대한 침묵에서 지지자들은 기성 정치인과 다른 노 후보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대선후보로서 최대의 의제로 떠오른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문제에 대해 견해는 무엇인지, 해결책은 어떻게 찾겠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이었다. 노 후보 쪽은 “녹음 테이프와 돈얘기가 신문지면을 뒤덮고 특별한 정치적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기는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어쨌든 후보가 된 뒤에 대한 노 후보 쪽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과 참모진의 빈약하고 허술한 지원체계도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 새로 구성된 당의 지도부는 지분싸움이나 하는 것으로 비쳤다. 새 지도부의 당3역인사도 실망스러웠다는 게 당내 여론이다. 후보지원을 위한 전략·기획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았고, 일정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한 참모는 “후보확정 이후 사실상 후보 1인의 개인기에 의존해왔다”며 “당과 노 후보의 조율이 완료되고 체제가 정비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인' 이미지 굳혀야 한다
노 후보에 대한 높은 기대치도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산소 같은 노무현을 기대해온 일부 지지자들이 현실 정치인 노무현의 모습을 보면서 지지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나도 현실 정치인이다. 결국 국민도 내가 정치하는 사람이란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YS 방문을 비판한 데 대한 노 후보의 항변이다. 이 말에선 정치인 노무현의 고민이 함축적으로 묻어난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일 수밖에 없는 현실 정치인 노무현. 다른 현실 정치인과 차별화된 모습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의 기대치. 노 후보의 한 측근은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노 후보가 당면한 최대 과제일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보안법 폐지, 언론사 소유지분제한제 등 노 후보가 그간 밝혀온 철학과 당론을 적절히 조율해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는 헤어나기 어려운 위기의 수렁에 빠진 것일까. 참모들은 일단 위기국면임을 인정하면서도 “얼마든지 타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크게 솟구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이 외부상황과 노 후보의 실책 때문이지 이 후보의 선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또 다른 참모는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 노풍의 위력만을 믿고 긴장이 느슨해진 측면이 있었다”며 “새로운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지지율을 상승세로 돌리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 쪽의 위기타개책은 정책과 현장형 리더십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비리국면에서 짜인 ‘민주당 대 한나라당’의 대결구도를 ‘노무현 대 이회창’ 구도로 전환시켜 전선을 분명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노 후보는 5월17일부터 경제계를 시작으로 노동계, 의료계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주체들을 찾아가는 현장정책투어를 추진한다. 현장을 찾아가 귀를 기울이고 토론을 통해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현장토론형 리더십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이라도 토론을 할 것”이라며 “현실 부합성이 떨어지는 추상적인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장에 맞는 정책으로 승부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또한 당명변경과 신당창당 검토, 대통령 아들들 문제에 대한 고강도 처방 등 위기타개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투어에 고강도 처방 통해 반전 시도
여론지지율의 추이는 방송으로 중계되는 관훈클럽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노 후보 쪽은 이 후보와의 맞대결 방송토론도 요구할 계획이다. 홍업·홍걸씨의 사법처리 수위와 속도도 관건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경선과 전당대회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끝남에 따라 앞으로의 지지율 추이는 누가 민심의 흐름을 타는 정책을 제시하고 비전을 선보이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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