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째 훌쩍 넘긴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의 기나긴 싸움
정규직화 쟁취투쟁 500일째를 훌쩍 넘긴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의 기나긴 싸움은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냉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강변역 근처 공공서비스노조연맹 사무실 한편에 몸을 의탁한 한통 계약직 노조 조합원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지만 기약없는 복직의 날만을 그리며 버티고 있다. 한통 계약직 노동자 7천여명은 한달 70만원도 채 안 되는 월급봉투를 받으면서도 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살아왔지만 지난 2000년 말 한꺼번에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맞았다. 정규직 노동자 대신 계약직부터 잘려나간 것이다.
1200여명으로 시작한 조합원은 이제 200여명만 남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은 아기 우윳값마저 떨어지면 다시 지방에 내려가 막노동을 하는 등 그때그때 벌어먹으며 근근이 지내고 있다. 딱히 머물 곳이 없어 서울시내 대학으로 흩어져 차가운 강의실에서 밤을 지새우지만 노조 설립 당시 한통 정규직 노조의 차가운 외면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당시 한통 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약직에 대한 대량해고가 임박하자 한통 정규직 노조에 노조가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는 “당신들의 고용을 우리가 책임져주기 부담스럽다”며 노조 가입을 대번에 거부했다. 그러자 계약직 노동자들은 “독자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노조규약을 바꿔달라”고 정규직 노조에 요구했고, 이마저도 거부하는 정규직 노조한테 “우리는 노조설립 서류를 밀어넣겠다. 법원에서 보자”고 최후통첩을 한 끝에 계약직 노조를 설립할 수 있었다.
계약직 노조를 따로 구성한 뒤에도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앞장서 가로막고 나섰다. 한통 계약직 노조 최봉준 대외협력국장은 “정서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정규직 노조가 우리와의 연대를 거부했다”며 “정규직 노조의 냉대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돌이켰다.
울산=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