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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브레이크, 어떻게 고치나 권력의 사유화를 치유할 제어시스템… 재산공개 법제화·특별검사제 상설화 등
선출되지 않은 ‘소통령’들의 발호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대통령의 아들 등 친인척 비리가 역사를 거슬러 되풀이되고 있다. 과거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 권력 핵심부의 행태에 시민들의 분노 또한 거세지고 있다. 이제야말로 대통령의 일가붙이들이 너도나도 모두 대통령 노릇을 하려 드는 봉건적 악습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뿌리 깊은 가족주의의 유산
이에 따르면, 먼저 이번 사태를 부른 유발 요인은 ‘권력의 사유화’ 현상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그리고 이런 사유화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서 기본적으로 기인하는 것이다. 권력은 공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공직자에게 국민이 부여한 힘이다. 그러나 실제론 권력자 개인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란 ‘인격화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최근 부패게이트들은 나아가 이처럼 인격화한 권력이 권력자 주변의 사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사로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김현철씨는 특히 정권재창출을 위한 비리와 비선을 통한 국정개입이 공분을 샀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 문제는 아직까진 국정농단보다는 개인의 호화생활을 위해 대통령 아들의 위세를 빌려준 것이 아니냐는 데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사적인 비리의 성격이 다분한 것이다. 그러나 소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비정상적 특권과 관련한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점에선 동일한 셈이다. 두 경우 다 공적 권위를 갖지 못한 개인들이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특권을 행사한 것이다. 김호기 교수는 “권력을 대통령이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그것을 이용하려 한 것이 대통령 아들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권력의 사유화는 뿌리깊은 한국식 가족주의의 유산이다. 이는 남북을 가리지 않는 문제이며, 정치 분야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 승계나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등에서 보듯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유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고위층의 자제들인 태자당의 전횡이 사회문제가 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의 문제는 재벌이 자기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과는 또 달리 봐야 할 점이 있다. 선출된 권력만이 정당성을 갖는다는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오류라는 점이다.
권력기관 인사 파행도 큰 원인
브레이크가 녹스는 현상은 ‘공권력의 사병화’에서 비롯됐다.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이상수 실행위원(행정학 박사)은 최근 불거진 김대중 정권 부패게이트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바로 공권력의 사병화 현상을 꼽는다. “권력형 비리 과정에서 부패감시의 첨병역할을 해야 할 기관과 그 소속인사들이 오히려 부패은폐 구조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부패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는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해군 등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규선 게이트에서도 김홍걸씨 등 친인척 관리의 일선 책임자인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누구보다 깊숙이 비리의혹에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력형 비리를 억제해야 하는 절차와 장치들이 사유화한 권력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된 데는 권력기관의 주요한 자리들이 특정지역과 인맥 중심으로 채워진 인사의 파행이 자리잡고 있다. 고려대에서 대통령학을 강의하는 함성득 교수는 “지연과 안면으로 뭉친 이들 사이에 상호 감시와 견제가 들어서기란 불가능한 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에서 하고 있다. 형식적으론 3겹의 감시망을 쳐놓은 셈이다. 그러나 친인척 관리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실 산하 민원비서관실은 불과 4명의 비서관이 200여명의 친인척을 담당하는 등 허술한 구석이 적지 않다. 현재 중점관리 대상은 친가 8촌, 외가와 처가 4촌까지지만, 이들의 자녀까지 관리대상에 넣으면 그 수는 1200여명에 육박한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비서관들의 업무란 게 경찰이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통령 아들이나 친인척에 대한 1차 문제 첩보를 입수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친인척 관리를 전담했던 법무비서관 산하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옷로비 사건 이후 해체되면서 인력난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이 수적인 어려움이 제어장치를 무력화한 근본적 원인일 순 없다는 지적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대통령의 권위를 업고 감시기관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촘촘한 감시체제를 갖춘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얘기다. 김호기 교수는 “권력 내의 감시시스템을 유지해나가되, 본질적으로 국민이 권력을 투명하게 지켜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의 의지
대통령 친인척 재산공개의 법제화가 대표적 대안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제12조에서 고위 공직자가 부양하지 않는 직계 존·비속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김대중 대통령은 세 아들 가운데 현직 국회의원인 장남 김홍일 의원을 제외한 홍업씨와 홍걸씨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과 언론의 감시로부터 원천적인 자유를 부여한 셈이다. 대통령의 자녀일지라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는 명분에 따른 것이다. 외국의 재산등록 거부 범위가 우리보다 넓은 것도 사실이다. 일본·영국·독일은 본인 재산만 등록하면 된다. 미국은 본인과 배우자, 21살 이하의 미혼자녀로 등록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자 일가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상수 박사는 “대통령 친인척의 재산변동에 대한 실사를 인력이 부족한 공직자윤리위원회 대신 감사원에서 담당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검사제의 상설화도 대안으로 제기된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권력에서 독립한 상설 특검을 도입해야 감시기구가 부패에 공모하는 타락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함성득 교수는 “미국에선 대통령까지 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특별검사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발붙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그러나 어떤 제도보다 더욱 중요한 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일 수밖에 없다”며 “김 대통령의 실패도 결국 취임 전 그토록 다짐한 친인척 비리 척결의 초심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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