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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2.04.17(수) 제405호

[표지이야기] “누가 내 왕국을 건드려?”

조선·중앙·동아의 가장 아픈 곳…노무현 되면 소유지분제한 입법될까 전전긍긍

도대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왜 그렇게 노무현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일까. 조선일보야 다 아는 얘기니 그렇다고 치자. 동아일보가 근자에 죽기살기로 ‘노무현 때리기’에 앞장서는 까닭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일보도 여차하면 ‘조·동연합군’에 가담할 태세다. 적어도 싸움구경이나 하고 떡이나 얻겠다는 태도는 아니다.

소유지분제한에 대한 신경쇠약증

‘폐간’과 ‘퇴진’ 발언 때문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이 그 정도로 순박한 사람들이라면 세상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것이 ‘노무현 때리기’를 위한 빌미는 됐을지언정 그들이 그토록 분기탱천한 이유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언론학자들에게 나름대로 생각하는 해답을 물어봤다. 첫째, 언론권력이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그동안 유지해온 우월적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텃세부리기다. 둘째, 정치권력 길들이기다. 셋쩨, 주도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증오로 바뀐 것이다. 넷째, 자신들의 영역 속으로 편입되길 거부하는 상대에게 드러내는 원초적인 불쾌감이다. 다섯째, 뻣뻣하고 껄끄럽게 구는 자에 대한 이유 없는 미움이다. 여섯째,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언론권력이 암묵적인 카르텔을 형성했다.

그렇기도 할 것이다. 그들에게 노무현이 어디 한 군데라도 이쁜 구석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감정적인 요인만으론 어딘가 설명이 부족하다. 누구보다 세상 물정에 밝고 노회한 그들이 아닌가. 언론학자들은 본질적인 해답을 신문사 소유지분제한제도에 대한 그들의 신경쇠약증에서 찾았다. “누구든지(특수관계자 포함) 일간신문(통신) 주식(지분)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 15대 국회 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각각 국회에 제출한 정간법 개정 입법청원에 나오는 소유지분제한 관련조항이다.

방씨 일가의 조선일보 소유지분은 94.64%(1999년). 김씨일가의 동아일보 소유지분도 76.69%에 이른다. 그런데 일가친척의 지분까지 모두 합쳐 지분을 30% 아래로 낮추라는 것이 민변과 언개련이 주장하는 소유지분제한제도다. 그들에게 이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린가. “다행히 15대 국회에선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고, 16대에서도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든든히 버텨주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혹시 모른다. 그자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종잡을 수 없는 ‘불안하고 과격한’ 인물이니까. 더욱이 그자는 이런 악랄한 제도를 찬성한다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지 않는가.” 그들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밀히 따지면 소유지분을 제한한다고 해서 신문사에 대한 사주의 주도적인 지배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한두개의 우호지분만 확보하면 30% 이하의 지분만으로도 얼마든지 ‘황제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 등 국내 굴지의 재벌가문이 한 자릿대의 소유지분만으로 전체 계열사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지배력 행사구조를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소유지분제한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사주들의 신문사에 대한 사적 소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학자는 사주의 소유지분을 10∼15%까지 줄이거나, 신문사의 영향력이 큰 만큼 최대주주의 지분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문사 사주들에게 소유지분제한은 극히 공포스러운 괴물일 수밖에 없다. 먼저 논리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여겨온 ‘내 것’이 침해당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왕국’을 누군가가 침범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순간 그들이 이성을 잃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누구인가.

편집권 독립을 위한 근본적 조처

소유지분제한은 신문사 사주에 집중된 편집권의 독립을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조처로 꼽힌다. 소유지분을 제한한다고 해서 곧바로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편집권 독립의 역사에 획기적인 이정표로 남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보도에 영향력을 끼치는 통제력의 순위를 따진 설문조사에서도 사주와 발행인의 입김이 1위였고, 2위가 광고주, 3위가 정치권력이었다. 편집권 독립은 본질적으로 사주에게서 독립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프랑스 <르몽드>의 사주였던 앙리 뵈브메리가 1940연대에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기자집단에게 신문사 운영권을 양도함으로써 오늘의 <르몽드>가 있게 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도 소유자가 편집에 관여할 수 없도록 아예 모든 주식을 재단법인에 넘긴 바 있다.

소유지분제한제는 신문사 사주가 사회적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상징적 조처다. 따라서 일단 소유지분제한이 이뤄지면 사주들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몰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소액주주운동이 재벌들에게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떠올랐는지를 생각해보라. 김서중(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노무현 고문과 조선일보의 대치전선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까지 확대된 결정적인 이유는 소유지분제한에 대한 노 고문의 적극적인 자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거대신문의 사주들은 지분이 얼마나 적어지느냐의 문제를 떠나 지배력 침해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2월8일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국회에 정간법 개정안을 제출했을 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내보인 극히 신경질적인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심 의원이 낸 개정안이 소유지분제한 얘기는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은 매우 완곡한 법안인데도 그랬다. 소유지분제한을 추진한다고 하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보듯 뻔하다.

노무현 고문은 언론개혁의 본질이 소유지분제한이라는 데 대한 소신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어떤 정치인도 이 문제에 대해 노 고문만큼 요지부동의 확신을 내보이지 않았다. 기자협회가 지난 3월 여야 대선주자 6명을 상대로 벌인 언론정책 설문조사에서도 노 고문은 △언론사 세무조사 정례화 △편집권 독립조항의 정간법 포함 △언론사 소유지분제한 △경영지표 공개 △해직언론인특별법 제정 △연합뉴스사법 △지역언론특별법 제정 △언론발전위 구성 △신문시장 독과점 규제 등 쟁점논란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그러나 노 고문이 당장 소유지분제한제를 법제화하겠다는 적극적인 입법의지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대선공약 포함 여부도 후보가 된 뒤 민주당과의 정밀한 조율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지금 확답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다. 아직까지는 정치적인 철학과 소신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소유지분제한제라는 날선 칼을 꺼내 슬쩍 흔들어보인 것이다. 내게도 이런 무기가 있으니 부당하게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러니 이 칼을 휘두르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이런 상태에서 권력과 언론이 각자 제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권력도 언론에 부당하게 신세지려 하지 않을 것이니 언론도 부당하게 흔들지 말아야 한다.” 노 고문의 한 측근은 최근 노 고문이 유세에서 소유지분제한제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언론이 정도를 걸으면 굳이 소유지분제한제를 추진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후의 히든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카드를 함부로 쓰지는 않겠지만 언론에서 이를 포기하라고 요구할 경우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밀리면 끝장?

그러나 언론권력의 노 고문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보면 아예 싹부터 짓밟겠다는 단호함이 엿보인다. 노무현한테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함도 묻어난다. 노무현이 ‘사주의 콧털’인 소유지분제한제를 건드리고도 무사한 것을 보면 제2, 제3의 노무현이 출현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회에서 소유지분제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떠들다 보면 결국 사회적 합의를 볼 가능성도 있다. 노 고문에 대한 거대신문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조선일보와 노 고문의 싸움에 최근 동아일보가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중앙일보가 눈치를 보는 양상도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상층부는 노무현의 언론관을 도저히 묵과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소유지분제한이 추진되면 그동안 무한권력을 누려온 핵심부는 완전히 가게 된다. 이들로선 노무현과의 타협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도 최근의 회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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