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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2.04.03(수) 제40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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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MD에 복종하라” 차기 유도무기(SAM-X) 사업과 이지스급 구축함(KDX-Ⅲ) 사업이 탄탄대로를 걷는 까닭
차기 전투기 사업인 F-X의 기종이 사실상 미 보잉사의 F-15K로 결정되면서, F-X사업의 ‘정치성’ 논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종 선정 과정에서 국방부가 부인하였음에도 한-미 군사동맹관계의 종속성, 한-미 대북정책 공조, 그리고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내 친미인사들의 이해관계가 F-X사업의 결정적 변수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F-X사업 규모가 당초 4조2천억원 규모에서 1조6천억원가량 늘어남으로써, 여타 대형 무기도입 사업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F-X 못지않게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올해 신규 착수하기로 한 1조8천억원 규모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사업은 예산 압박으로 착수 시기를 2005년으로 연기해 2011년경에 전력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또한 진통을 거듭하던 2조원대 규모의 차세대 공격헬기(AH-X) 도입 사업도 올해 착수되는 7500억원대의 다목적헬기 개발(KMH) 사업의 진행 상황을 봐가며 추진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고, 일단 연기되었으나 사실상 취소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F-X사업 및 AH-X사업과 함께, 4대 전력사업으로 일컬어져온 차기방공망(SAM-X) 사업과 이지스급 구축함(KDX-Ⅲ)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왜 F-X를 제외한 다른 사업들은 취소 내지 연기했는데, 두 가지 사업은 탄탄대로를 걷는 것일까? 두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각각 약 2조원과 3조원으로 F-X사업 못지않게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현재 국방부에서 추진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바로 우리나라의 안보상 필요보다는 한-미관계의 정치적인 고려가 더 강하게 작용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F-X사업은 물론이고, 다른 사업들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도 잘 나가고 있는 SAM-X와 KDX-Ⅲ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신전략구상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나이키의 발사율이 8%에 지나지 않는다는 ‘군사기밀’이 유출·보도된 뒤 국방부는 한편으로는 “나이키가 그 정도로 고물은 아니다”고 해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키를 대체할 패트리어트 최신 개량형인 PAC-3를 서둘러 도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국방부의 대책을 통해 고물 미사일 논란은 가라앉은 바 있다. 그러나 SAM-X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PAC-3 도입은 단순히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눈과 귀를 고물 나이키 미사일에 쏠리게 하고 MD 참여의 첫발을 내딛는다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는 사업이다. PAC-3는 현재 미국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유일하게 개발 완료한 MD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PAC-3가 탄도미사일 요격용이 아니라고?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 역시 MD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이 사업의 전투체계로 경합을 벌이는 미국 록히드 마틴의 이지스 체계와 네덜란드 탈레스의 아파르(APAR) 체계는 모두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레이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지스 체계의 핵심인 SPY-1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의 최신 개량형인 SPY-1D는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인 SM-2 BlockⅣ-A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까지 가능한 SM-3 미사일까지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들은 “해군의 작전성능요구에 탄도미사일 요격이 포함되어 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이는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 답변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앞으로 탄도미사일 요격력을 갖추는 것은 미래 전략환경을 대비하는 데 필수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함으로써 KDX-Ⅲ사업이 MD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문제는 F-X사업을 능가하고, 예산도 결코 적지 않은 SAM-X와 KDX-Ⅲ사업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PAC-3 도입이 MD 참여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 국방부의 첫번째 해명은 “PAC-3는 탄도미사일 요격용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PAC-3가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성능 개량된 것임을 입증하자, 국방부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탄도미사일 요격력을 갖추는 것과 미국이 주도하는 MD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한-미 군사동맹구조에서 어떻게 독자적인 탄도미사일 요격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반론을 제기하자, 이에 대한 답변은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국방부의 일관성 없는 해명은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탄도미사일 요격과 관계없다”고 말하다가 도입 예정인 전투체계가 탄도미사일 요격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해명을 요구하자 ‘군사기밀’이라며 확인도 부인도 해주지 않았다. 한 군 관계자도 시인하였듯이 확인도 부인도 안하는 것은 사실상의 시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국방부가 아닌 미국의 국방부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PAC-3와 이지스함을 도입하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며, 한국에서의 연합미사일방어전략은 다른 지역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TMD 불참” 약속 어기는 증거
이런 한국의 MD 무기체계 도입 계획은 다음해부터 한반도 안팎에 배치될 예정인 미국의 MD 무기체계와 이를 조직적으로 뒷받침할 한-미 연합전력 차원의 MD 기구와 함께 한국이 비밀리에 MD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의혹이 아닌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TMD(전역미사일방어체제·현재는 MD에 통합되어 있다)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국민과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체제가 우리의 안보적 필요보다는 미국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전략에 종속되어간다는 명백한 증거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가 미국의 기대를 깨고 TMD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까닭은 한반도의 환경을 고려할 때 TMD는 미사일 요격에 적합하지 않고,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부를 수 있으며, 남북관계는 물론 대중·대러 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입장은 클린턴 행정부 때도 적지 않은 마찰을 일으킨 바 있고,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국의 괘씸죄에 걸려든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부시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서서히, 그리고 은밀히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명백한 오판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시의 MD 구상에서 북한위협론의 비중이 줄어들고, 결국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협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한국의 MD 무기체계 도입을 비롯한 MD 참여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서는 철저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침묵의 카르텔 속에 PAC-3 도입은 이미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었고, 대금 지불방식 결정만 남아 있다. 이지스함 전투체계 도입 사업도 4월에 시험평가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5월에는 기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상하리만큼의 침묵하는 가운데 한국이 MD의 늪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civil@peace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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