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청와대에서 첩보를 싣고… 고감도 추리 첩보극의 엽기 조연들… 만년필 녹음기에서 밀항선, 도주극까지
최고 권력자의 아들을 둘러싼 음모와 폭로, 만년필형 녹음기와 밀항선, 그리고 5개국을 넘나든 도주극…. ‘초절정 하이 서스펜스의 고감도 추리 첩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007 시리즈’쯤은 저리 가라다. 가뜩이나 얽히고 설킨 구조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주연 못지않은 조연들의 ‘엽기적’ 행태다.
한편의 첩보극을 꽃피우기 위하여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주연급 조연은 최성규 전 총경(4월20일 파면)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으로 대통령 친인척 관리의 임무를 맡고 있는 국가 사정기관의 일선 책임자였다. 그것도 남들 1년씩밖에 못한다는 자리를 2년 넘게 맡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도망자’ 신세로 이역 하늘 밑을 떠돌고 있다. 그는 지난 4월12일 밤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최규선씨 등과 ‘심야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갑작스레 잠적했다. 14일 홍콩으로 출국한 그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싱가포르, 홍콩을 다시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갔다. 19일(현지시각) 뉴욕 JFK공항에선 현지 경찰 주재관들의 추적까지 따돌리며 유유히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이민국은 최씨에게 6개월간의 체류허가를 내주는가 하면, 최씨를 직원 전용의 별도 통로로 빼돌렸다. 맏사위와 함께 매번 비행기표 값과 숙박료 등을 현찰로 낸 자금력 또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뿐 아니다. 15억원대의 재산을 마련할 만큼 빼어난 축재술은 물론 온갖 청부수사 의혹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그의 도피가 정치적이기보다 개인적 비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치드라마와 범죄드라마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캐릭터의 엽기성을 한층 도드라지게 한다. 청와대 비서진의 일탈 의혹도 새록새록 불거진다.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활동해온 수행비서 이재만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3급)은 최규선씨에게 돈을 받고 청와대 정보를 흘린 혐의로 옷을 벗었다. 평소 “형님, 동생” 해온 최씨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재만아 너만 믿는다. 아무도 안 믿더라도 너만 믿는다”고 했다는 폭로까지 있었다. 이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의 믿음은 한낱 돈에 팔리는 고급 정보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청와대와 밀항, 그 숨막히는 곡예
모든 추리 첩보물은 끝에 가면 모든 의문이 일순간에 풀린다. 관객들은 상영 내내 맘 졸이면서도 짜릿한 결말이 다가오리라는 걸 안다. 그러나 현실의 엽기극은 날이 갈수록 국민들의 짜증스런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 난마처럼 얽힌 엽기극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셜록 홈스나 소년탐정 김전일이라도 불러와야 하는 것일까.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