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진흙탕에서 진실게임을! 한나라당 2억5천만원 수수설에 휘말려… ‘부적절한 관계’ 실체 드러날 것인가
민주당 설훈 의원의 폭로성 주장은 최규선 게이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싸움을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꿔놓았다.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공습으로 진행되던 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상 백병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원거리 스마트 전쟁을 수행하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자신의 안마당까지 전투권에 포함해야 하는 위험을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설 의원을 대상으로 20억원에 이르는 민사소송과 형사고발을 병행하는 강도높은 역공을 가하며 싸움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최규선, “한나라당 막을 수 있다”
최규선씨가 윤여준 의원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에게 2억5천만원을 줬다는 설 의원의 주장은 최씨와 윤 의원 사이의 대화내용을 녹음했다는 테이프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진위를 단정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설 의원이 테이프를 직접 보거나 녹음 내용을 직접 듣지 못했기에, 그의 주장도 근거가 불확실하다. 설령 설 의원의 소식통이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가 녹음 내용을 듣지 못한 채 최씨의 주장만을 옮긴 것이라면 신뢰도는 여전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최씨와 최씨의 주장이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2억5천만원 수수설’의 진위가 오로지 녹음 테이프 하나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최씨와 한나라당의 관계가 적절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남아 있다. 최씨의 운전기사 출신인 천호영씨가 한나라당 사이트에 문제의 폭로글을 실제 띄웠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설 의원은 천씨가 경실련 사이트에 띄웠던 글과 똑같은 내용의 글을 한나라당 사이트에도 띄웠으나 30여분 만에 삭제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최씨와 한나라당 사이는 ‘부적절한 관계’로 규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씨가 타이거풀스의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에 개입한 한 인물에게 “경실련 사이트에 뜬 글은 어쩔 수 없지만 한나라당 사이트에 뜬 글은 바로 지울 수 있다”고 장담했다는 얘기가 설 의원의 폭로 이전부터 시중에 흘러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씨가 경실련 사이트에 글이 뜬 뒤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는 얘기도 함께 돌고 있다. 최씨는 폭로글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현 정권은 물론 한나라당도 자신의 문제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이 도는 데는 천호영씨의 글이 경실련 사이트에 뜬 뒤에 최씨가 보여준 이상하리만큼 ‘대담한’ 언행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경실련 사이트에 즉시 반박글을 띄웠을 뿐 아니라, 천씨와 천씨 동생을 경기 분당경찰서에 협박범으로 신고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하게 만들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 아들에게 거액의 용돈을 제공해왔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것도 현 정권뿐 아니라 야당 쪽에도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낳는 배경이 되고 있다.
상처뿐인 싸움, 녹음 테이프에 달렸다
그러나 이런 소문이나 추측의 진원지가 최씨라면 이 또한 그의 자가발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난마처럼 얽힌 진실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주체는 설훈 의원과 검찰뿐이다. 녹음 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설 의원과 민주당 아니면 이회창 전 총재와 한나라당 어느 한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올해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이 싸움은 처음부터 양쪽이 모두 질 수는 있을지언정 양쪽이 함께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