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언론사 인물란은 최규선씨의 약력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960년 나주 출생, 광주 전남고-한국외국어대-미국 위스콘신대-버클리대 박사 수료.”

그러나 확인 결과 그는 박사과정은 물론 고교와 대학 또한 온전히 졸업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 때문에 최씨의 과거 행적은 두터운 장막에 가리워져왔다. 취재 과정에서도 정확히 그의 이력을 확인해주는 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씨는 나주 영산포에서 ㅇ초등학교를 나왔다. 그의 한 초등학교 동창생은 “교사 출신인 규선의 아버지는 현재 광주에서 살고 있으며, 어머니도 생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 ㅊ중학교를 거쳐 75년 전남고에 입학한다. 최씨와 동기생들은 당시 광주지역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고교평준화 1세대로 추첨에 의해 고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는 전남고를 끝까지 다니지 않고 중도에 서울로 올라간다. 그의 한 동창은 “규선이가 3학년 초에 잠깐 얼굴만 비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 대성학원에서 입시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평준화 첫 세대라 지방 비명문고 학생 중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바로 서울로 올라가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선이가 1학년 때는 실장도 하고 모범생이었다”며 “톡톡 튀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지금처럼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3수 끝에 80년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실제 다닌 기간은 불과 한 학기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 학적부엔 1학년 1학기 뒤 미등록 제적된 것으로 나와 있다. 최씨의 고향친구 정아무개씨는 “규선이가 대학에서 통일교 쪽과 관련을 맺었고, 입학 1년 만에 그쪽 소개로 미국 유학을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씨는 “규선이가 귀국한 이래 지난해까지 몇 차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최씨의 행적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씨가 실제로 버클리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최씨는 버클리대 정치학과의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칼라피노 교수에게서 논문지도를 받은 다른 버클리 출신 인사들은 “최규선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90년대 초중반 버클리대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 교수는 “스칼라피노 교수에게서도 최규선이라는 이름을 전해들은 적이 없다”며 “동창생들 모두 과연 최씨가 버클리대를 다닌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칼라피노 교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의 고향친구 정아무개씨는 “규선이가 스칼라피노 교수 밑에서 공부했고, 84, 85년께는 그의 편지를 직접 DJ에게 전달하는 등 일찍부터 동교동 쪽에서 정치활동을 도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DJ 진영에 처음 합류한 시점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97년 대선기간이 아니라 훨씬 이전이라는 주장이다. 정씨는 또 “규선이가 미국에서 한번 이혼한 뒤 현재 부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며 “부인은 현재 미국에서 엔터테인먼트 기획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