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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탈북자? 으흐흐…” 사기에서 인신매매까지, ‘탈북산업화’된 일부 조선족들의 동족 등처먹기
탈북자는 절대 약자다. 중국 전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정착·은둔하지만 한결같이 신분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항상 탈출을 꿈꾼다. 탈출구는 크게 세 가지. 많은 돈을 벌어 북한으로 돌아가 장사를 하거나 한국에 입국·정착하는 것, 그리고 조선족 등 중국 국적 소유자와 결혼해 중국에서 터를 잡는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를 제외하면 그저 꿈속에서나 실현 가능한 그야말로 꿈일 뿐. 오히려 이런 열망과 신분상 약점을 악용해 고혈을 짜내는 악의 손길이 이들의 삶 속을 깊숙이 파고든다. 탈북자들이라 할지라도 돈이 있어야 중국이나 한국에 정착이 가능하고, 또 일부 범죄집단은 이를 이용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탈북산업으로 불릴 만하다.
가장 극악한 행태는 탈북자 인신매매. 일부 조선족과 한족들은 탈북 여성들이 숨어 있을 만한 교회나 시골마을을 돌면서 대상자를 물색한다. 그리고 납치한다. 3년 전만 해도 이들은 공포의 화신이었다. 트럭을 몰고 농촌마을에 나타나 북한 여자들을 색출한 뒤 납치하듯 싣고 갔다. 그러나 공안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밑으로 숨어들었다. 옌지에서 탈북자 지원 및 교육사업을 벌여온 한 교회 관계자는 “요즘도 장사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지역 깡패들과 연계해 교회나 시골마을을 서성이며 먹잇감을 점찍은 뒤 데려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방법은 과거보다 훨씬 세련됐다. 탈북자를 가장한 바람잡이 청년을 앞세워 탈북 여성의 은신처를 알아낸 뒤 동생을 좋은 데 보내주겠다고 꼬드긴다. 이것이 안 먹히면 깡패를 동원해 북한 특무에게 잡혀가든지 따라나서든지 선택하라고 협박한다. 옌지에서 만난 60대 김정녀(가명)씨는 98년 함께 탈북한 딸을 인신매매범들에게 빼앗겼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포해양체육단에 다녔던 딸이라 무척 고왔숨네다. 그런데 같은 북조선 사람이라며 어무이 이대로 있다간 조선 특무들한테 딸 붙들려갑네다. 우리가 좋은 데 데려다주겠다 말합데다이. 살길인 줄 알고 보냈숨다. 그런데 영영 소식이 끊겼슴네.” 이렇게 납치된 북한 여성들은 장가 못 간 한족에게 팔려가거나 도심의 술집에 넘겨진다. 특히 옌지, 선양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북한 여자를 선호하면서 한때 그 수요가 급증했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취재중인 기자에게 “북한 여자를 값싸게 소개하겠다”고 접근하는 거간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곳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인신매매 사업도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족 총각에게 팔려간 탈북 여성들이 잇따라 도망치면서 수요가 줄고, 매춘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술집도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한족, 조선족 택시 운전사들은 “요즘에는 도심보다 왕청, 이도백하 등 산골마을 노래방에 가야 북한 여자들을 구할 수 있다”면서 “하룻밤 화대로 400원을 받아 로반(사장)에게 100원을 준다”고 구체적인 현황까지 전해줬다. 최근 신종사업으로 떠오르는 것은 한국행 주선사업이다. 조선족과 이미 한국에 정착해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이 공모한 뒤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들에게 접근한다. 한국행을 준비중인 한 여성 탈북자는 “한국에 도착해 받을 정착금 일부를 주기로 약속하면 조선족 안내자가 몽골 등 국경지대까지 데려다준다”며 “나도 요즘 그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보수는 우리돈 1200만원 정도다. 한국에 도착하면 3700만원의 정착금을 받는 만큼 기댈 곳 없는 탈북자들에게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친척에게 속아 돈 뜯기고…
그나마 이 정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행에 실패해도 크게 손해볼 일이 없다. 입국에 성공한 뒤 돈을 지불하지 않는 탈북자도 있다.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 상당수는 그저 한국에 보내준다는 말만 믿고 힘겹게 모은 돈을 뜯기기 일쑤다. 옌지시 최대 번화가 서시장에서 만난 김철수(가명·24)씨. 꽃제비 출신이라는 그는 올 1월 두만강을 넘어온 뒤 한국으로 보내준다는 사람들에게 3번이나 사기를 당했다. “내래 시민증까지 만들어 베이징을 통해 한국에 보내준다기에 빌어모은 돈을 500원씩 세번이나 갖다줬숨네다. 그런데 없어졌숨네다.” 우리돈 8만5천원 정도인 인민폐 500위안, 고졸 출신의 조선족 식당 종업원 한달치 월급이다. 한쪽 다리를 저는 탈북자 김씨가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큰 설움을 겪었을런지…. 더 억울한 일도 많다. 중국에 친척이 있는 탈북자는 복받은 사람으로 통한다. 그러나 그 친척이 탈북자들을 속여 돈을 털어낸 뒤 공안에 신고하는 악마로 돌변하기도 한다. 렴순희(40)씨. 99년 함경남도 정평군에서 탈북한 뒤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한국돈 400만원만 주면 한국 남자와 결혼시켜준다는 사촌동생 부부의 말만 철석같이 믿었다. 결혼상대로 만났던 한국 남자 이름도 똑똑히 기억했다. 사기였다. 그들은 왜 한국에 보내주지 않냐고 따지는 렴씨를 오히려 중국 공안에 신고했다. 룽징 변경부대에서 북송 직전까지 갔던 그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위생실(화장실) 밑구멍으로 탈출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것인가? 나한테도 기회는 오겠는가? 건이, 경일이 동생, 일두도 다 한국 갔는데 내만 아직 못갔숨네다. 기자 선생님, 어찌 길이 없겠는가?” 계속 눈물을 흘렸다. 합법적인 한국행도 은밀히 추진된다. 절차가 복잡해 돈이 많이 들지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소문나 있다. 선양시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한국인 사업가는 중국돈 6만위안이면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한국에 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탈북자는 먼저 5천위안을 주고 중국인 호구(국적)를 산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탈북자들은 이 방법으로 중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회사에서 중국인 산업연수생을 요구할 때 그 속에 섞어 내보낸다. 탈북자가 평생 일해도 6만위안의 거액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대부분 그림의 떡이다.
누가 그들을 비렁뱅이로 만드는가
탈북자들과 북한에 생존해있는 가족들 사이에 소식을 전해주는 일도 성행하고 있다. 50대 초반의 조선족 리응민(가명)씨는 얼마 전 평양에 유령회사를 차렸다. 그는 “현재 중국 내 탈북자들과 북한 가족의 서신 왕래 등을 주선한다”면서 “한국의 이산가족 상봉자들 가운데 북에 있는 가족을 다시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돈만 주면 만남을 알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를 상대로 한 숙박업도 번창중이다. 선양, 옌지, 투먼, 화룡 등 탈북자들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든 이런 숙박업소가 있다. 하루 5위안 정도면 칼잠은 잘 수 있다. 한달 150위안에서 300위안을 받고 쪽방을 월세 내면 좀더 안전하다. 물론 모두 불법이다. 중국 공안에 발각되면 도시에 따라 탈북자 1인당 2천위안에서 5천위안까지 적지 않은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도심 외각에 10여평 남짓한 허름한 아파트만 얻으면 안정적인 이득이 보장되는 탓에 조선족 상당수가 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다. 중국에 산재한 교회 등 종교단체 가운데 탈북자 지원사업을 헌금모금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에게 매달 약간의 푼돈을 주거나 탈북자 몇명을 모아놓고 성경공부를 시킨 뒤 선교사업 실적으로 부풀려 한국 내 신도들을 상대로 모금을 벌인다는 것이다. 옌지 외각 한 교회의 구제 집사는 “큰 교회, 작은 교회들이 밥 먹이고 공부시킨다는 탈북자를 모두 합치면 옌지 전체를 떠도는 탈북자 수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특히 “서울에서 갑자기 날아와 영접기도 한다며 탈북자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 사진만 찍고 가는 목사들도 많다”면서 “한국 가서 광고할 건 많겠지만 이런 동정이 탈북자를 비렁뱅이로 만든다”고 말했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줘도 구걸이 훨씬 쉽다며 뛰쳐나온다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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