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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보복전략의 첨병 ‘동북아 균형자’로 둔갑한 주한미군, 9·11 이후 병력 더 늘릴 태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미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 사면서, 주한미군을 미국의 정치·군사·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토머스 슈워츠 주한 미 사령관은 지난 3월5일 미 상원 군사위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한국에서 신뢰할 만한 육·해·공군(주한미군) 없이는 미국과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그들의 이해와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 국방부가 ‘2001년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 동북아 지역이 미 국익의 핵심 지역이라고 못박으면서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 2001년 1월에 미 국방부가 펴낸 ‘확산: 위협과 대응’이라는 제목을 단 보고서도 미국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 지역에는 약 50만명의 미국 시민들이 거주하면서 일을 하거나 공부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연간 1천억달러를 넘는 무역과 1500만달러 이상의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 아시아 우방 중 특히 일본 및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은 지역 안정을 촉진하려는 미국의 노력 가운데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지구상에서 사활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으로 중동, 유럽 그리고 한반도 지역이 꼽힌다. 하지만 미국이 이들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라는 대리세력을 내세워 석유자본을 보호하고 있고, 유럽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을 만들어 지역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과는 달리 한반도에는 직접 미군을 주둔시켜 지역 맹주 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미·일 안보동맹이 자리잡고 있으며, 한·미 안보동맹이 그 보조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미·일 동맹체제가 세계의 안보를 위한 동반자적 관계를 굳힐수록 한·미 동맹체제도 그 뒤를 따라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주한미군은 지상군 중심이고, 주일미군은 해·공군 중심으로 전력이 상호보완적으로 짜여져 있다. 주한미군의 구성이나 지위변경이 주일미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해도…
그 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감소하자 한반도 전쟁억지론의 명분이 퇴색하면서 이른바 ‘동북아 세력균형자론’이 등장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의 정치·군사력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팽팽하게 맞서면서 동북아 지역의 전략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만일 미국의 군사력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그 전략균형이 깨지면서 지역의 갈등과 분쟁이 격화된다는 주장이다. 주한미군이 동북아의 전략균형을 보장해주는 ‘균형자’(balancer)로 둔갑된 것이다. 여기에다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 주한미군의 주요 사명으로 덧붙여진다. 북한의 남침을 억제한다는 지역분쟁 억지정책에 비중이 쏠려 있다가 탈냉전기에 들어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억지한다는 비확산정책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미국이 역내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전히 해소하고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창출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은 적절한 수준에서 역내 군사적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빌미로 재래식 저성능 잉여무기의 판매망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억제한다는 비확산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비록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미국은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 잠재력을 명분으로 삼아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존재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고착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1990년 초부터 불거져나온 북한의 핵개발 의혹, 98년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이 본보기다.
한국에서의 전쟁, 미국의 계산
사실 한국은 미군들이 근무하기를 기피하는 곳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만에 하나 전쟁이 터지면 다른 지역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희생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처음 90일 동안에 미군 5만2천, 남한군 49만명이 죽거나 다칠 것이며, 전쟁비용도 610억달러 이상이 쓰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치권도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전과 걸프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게리 럭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예상한 것은 더 심각하다. 그는 개전 초기에 미군 8만∼9만명을 포함해 약 100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며, 미국이 전비 1천억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 나라들과 관련국들이 입을 재정피해가 1조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까닭에 미 행정부는 미군이 분쟁지역에 개입하더라도 희생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미국이 북한의 재래식 군축문제를 집요하게 들고 나오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주장이 주한미군의 감축 내지는 변화에 대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따라 동북아에 집중 배치되어 있는 아시아 주둔 미군을 좀더 남쪽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으며, 주한미군도 지상병력 중심에서 해·공군력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부시가 북한의 전진배치 군사력을 주한미군에 대한 최대 위협요인으로 지적하면서 주한미군과 연관시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통일 이후에도 남아 있어라”
그렇지만 미군 숫자를 줄이거나 일부 부대라도 철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마침 슈워츠 주한 미 사령관은 지난 3월5일 미 상원군사위에서 41개의 주요 미군기지를 20개의 주요 거점기지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슈워츠 사령관은 이런 조처가 단기적 전투준비, 미군 보호, 주둔비용 감소 등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의 이 계획은 미군의 장기주둔 계획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미 행정부는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합친 10만명 규모를 앞으로도 상당기간 변화시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은 애초 해외주둔 재래식 병력의 축소를 통해 군의 정예화, 첨단화를 도모할 계획이었으나 9·11 사건 이후 테러작전을 수행하는 데 지상군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오히려 병력을 더 늘릴 태세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데니스 블레어 제독은 2월(???)28일 하원 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9·11 이후의 테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태평양사령부의 병력을 5천명 이상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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