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2.02.06(수) 제39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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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금연열풍에 간이 오그라든다? 담배소비세 줄까 안절부절… 정읍 국세수입은 전주의 5%에 불과
김천은 조선시대 전국 5대 시장의 하나로 꼽힐 만큼 번창했다.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삼도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일제시대에 들어서는 철도교통의 요지로 자리잡았다. 1905년 개통된 경부선 철도와 1920년 개통된 경북선은 김천에서 만난다. 김천시의 역사는 해방 직후로 거슬러올라간다. 올해로 시 승격 54년째를 맞았다.
골프장 세금이 10개 기업 뺨친다
샘골, 정읍(井邑)은 말 그대로 어디를 파도 맑은 물이 솟아난다는 곳이다. 갑오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백제가요 정읍사의 고장인 정읍의 슬로건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고장’이다. 정읍시의 나이는 비록 7년에 불과하지만 정읍군까지 거슬러올라가면 90여년의 긴 역사를 가진 중소도시다. 부안, 순창, 고창으로 가려면 정읍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등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이다. 그러나 지역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읍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읍은 요즘에서야 IMF의 후폭풍이 오는 것 같다”며 경제 한파를 표현했다. 김천의 시장 상인들도 “농산물 수입 개방이 본격화된 최근에야 IMF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김천시의 경제가 농촌지역에 기대는 부분이 큰 까닭이다. 정읍에는 산업단지와 농공단지가 있긴 하지만 기업이 입주하지 않은 땅이 더 많다. 정읍 인구 대다수는 음식점이나 크고 작은 가게를 꾸려 살아가고 있다. 특히 내장산을 낀 숙박, 음식점이 많은 편인데 한철 장사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정읍의 국세수입은 전주의 5%에 불과하다. 또 정읍시에서 걷는 올해 지방세(시세) 목표액은 193억원으로, 이 가운데 담배소비세가 가장 큰 몫(66억8천만원)을 차지한다. 그만큼 기업이 없고 따라서 세원이 없다는 뜻이다. 정읍시는 “기업을 일으키고 물건을 사고 건물이 지어져야 세수가 느는데 당분간은 큰 사업도 없고 세수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담배소비세마저 금연열기 탓에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읍산업단지에 일부 기업이 들어서긴 했지만 소기업들이다보니 정읍에 있는 골프장(태인CC)에서 걷히는 세금이 웬만한 기업 10개보다 더 많다. 정읍 시민들은 서해안 시대의 도래나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기업 유치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천에는 김천산업단지가 가장 큰 공단이다. 여기에는 22개 업체 직원 2237명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94년 이래 새로 입주한 기업은 전무한 상태. 김천시 5인 이상 사업체 숫자도 97년 218개에서 2001년 215개로 줄어든 형편이다. 2000년 6월 김천시 주민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천을 떠나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소득이 낮고 취업이 어렵기 때문’(37.8%)이 꼽혔다. 그만큼 먹고살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설문에 따르면 김천 거주년수는 31년 이상이 41.4%로 가장 많았고, 전체 응답자의 90.5%가 10년 이상 거주자였다.
아파트, 5년 전 분양가 그대로
정읍시에 지어진 아파트는 39개 단지 150개동으로 1만3천 세대가 살고 있다. 세대당 3명으로 쳐도 4만여명(정읍시 총인구 15만명)이 아파트에 사는 셈이다. 임대아파트 200세대가 미분양일 정도로 아파트는 이미 포화상태다. 대단지인 정읍 수성지구 아파트값은 24평 전세가 2500여만원, 매맷값은 4천여만원이다. 정읍시 수성지구 동남부동산은 “물건을 내놓은 사람만 있지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고 집을 사도 오르지 않아 다들 내놓고 다른 데로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5년 전 아파트를 한창 분양할 때의 가격(4천만원)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다. 김천시의 주택보급률은 90년대 이어진 아파트 건설붐으로 97.4%에 이른다. 김천의 아파트값도 분양가를 겨우 턱걸이로 넘기는 수준이다. 2000년 6월 설문에서 김천 시민들은 ‘첨단산업과 특화농업 중심의 경제도시’를 김천의 첫 번째 미래도시 비전으로 꼽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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