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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내가 여럿이라네" 게임세대의 정체성 드러내는 다중자아… 기성세대와의 개인적·집단적 구분도 뚜렷
다양성 속에서 유연함 지닌 게이머들
황 교수는 이런 '다중자아'를 게임세대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게 된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설명했다. 지난해 10∼12월 <리니지>를 즐기는 1만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게이머의 96%가 남자였음에도 이들이 게임 속에서 택한 여성 캐릭터는 71.2%로 성정체성이 역전돼 나타났다는 점이나,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바타의 경우처럼 온라인을 통해 자기의 분신을 여럿 만들어내는 걸 즐기는 풍조는 구체적 사례에 해당한다. 연세대 발달심리연구실 장근영 연구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다중자아는 노골적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자아는 아바타를 통해 구현된다. 그러나 한명의 사용자에게 단 한개의 아바타만 제공하는 온라인 게임은 없다. 수렵채집을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렇게 모은 아이템을 가지고 전투의 달인이 되기도 한다. 동시에 아름다운 여자 요정의 모습이 되어 사교생활을 하기도 한다. 자기의 아바타를 얼마나 다양하고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가 온라인 게임에서의 승패를 결정짓는다.” 또 황 교수는 자기 표현 방식이 극히 제한된 사회적 배경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것 이외에 자기를 드러내고 주목받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은 풍토에서 청소년들은 자연스레 사이버공간에서 완전히 다른 나를 구현하는 삶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사이버공간에서만 나타나는 다중자아가 현실화하면 어떻게 될까? 근대적 인간형에 비추어보면 이건 굉장한 위협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존재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니까. 하지만 사람들에게 노동자와 기업주, 학생과 교사, 지배적 남성과 종속적 여성, 정상인과 비정상인과 같은 ‘배역’을 정해주고 여기에 맞는 행동을 부여하기 위해서 고정 정체성이 필요했던 게 근대사회의 규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꼭 위협이랄 것도 없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게임세대라 할 10대와 20대의 집단적 특질은 무엇일까. 황 교수가 최근 10대부터 50대까지 383명을 인터뷰와 설문으로 동시에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10대와 20대 사이에서도 차이점이 나타난 것이다. 황 교수는 ‘개인주의적 보보스형’과 ‘동질주의적 개방형’을 10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물질주의적 봉건형’을 20대의 최대 특징으로 꼽았다. ‘개인주의적 보보스’(부르주아+보헤미안)형은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변화, 발전시키고자 하는 심리를 보여준다. 자신만의 성공이 중요하지 주변의 성공을 기뻐하지 않는다. 동질주의적 개방형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안에서 이질적인 것들에 대해 호의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을 보인다. 이는 <리니지>에서 일단의 게이머가 운명공동체를 이뤄 다른 집단에 대해 배타적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혈맹’문화와 딱 맞아떨어진다.
개성을 뽐내는 10대, 전통 가치 지향 20대
20대의 경우, 이런 두 가지 특성이 모두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 이외의 공공의 문제, 즉 사회나 정치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이 특징인 ‘물질주의적 봉건형’의 모습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이하게도 남아선호사상이나 상하서열적 관계와 같은 전통 가치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40대는 현실이나 사이버공간 모두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만 아니라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하는 ‘자아상실적 집단형’으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조직을 위해 희생과 의무를 감내하는 것에 다소 수긍할 뿐 자신들을 대표할 만한 뚜렷한 가치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성세대와 게임세대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모두 뚜렷이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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