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2.01.09(수) 제392호

[표지이야기] “주가 안 본다”

인터뷰|안철수 사장

2005년께는 세계 10대 인터넷 보안회사로… 올해 벤처업계 상황은 좋다

안철수 사장은 상승 곡선만 타온 사람이다. 중간 정도에 머물렀던 성적은 졸업할 때쯤엔 상위권이었다. 대학 시절에도 나중이 처음보다 좋았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초창기 어려움을 아주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바깥에 드러난 실적은 줄곧 상승세였다. 그럼에도 안 사장은 “늘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며 “경영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서울 수서동 V밸리빌딩 8층 안 사장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왼쪽 벽면 한 가득 각종 상패와 상장이, 정면과 오른쪽 벽에는 원서로 된 전문서적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바닥에는 우편으로 받아보고 있다는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 전문지 <세너제이 머큐리뉴스>가 무더기로 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순탄한 성장을 해온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가 위기에 몰린 적은 없었나.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본적으로 부도나기가 어렵다. 기업이라고 해봐야 사람과 기술이 전부 아닌가.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고 차입을 했다면 모르지만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회사를 접는 것뿐이다.

리스크가 적다는 것인가.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규모로 무한경쟁을 벌이는 분야가 소프트웨어쪽이다. 리스크가 적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 확률도 낮다고 볼 수 있다.

주가 움직임은 어떤가.

=아직 한번도 주가를 본 적이 없다. 내년부터는 볼 생각이다. 지금은 등록 초기이고 창업투자회사 보유 물량이 나오고 있는 중이어서 (주가흐름이) 별 의미가 없다. 또 주가에 신경쓸 시간도 없다.

지난 한해 평가를 해본다면.

=지난해 초 ‘통합 보안회사로의 포지셔닝(자리매김)’,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두 가지 큰 방향을 세웠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매출이 두배로 늘었고 순익은 2.5배쯤 증가했다. 일본 등으로 수출 길도 뚫어 17억원가량 실적도 올렸다. 컨설팅 분야를 새로이 추가했고 정보보호전문 업체로 인정받은 것도 의미있는 성과였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대표와는 어떤 사이인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번 봤을 뿐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 한번은 어느 신문에 정문술 사장 인터뷰가 나왔는데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나를 꼽아 대단히 곤혹스러웠다. 되레 내가 존경하는 분이었는데…. 연세도 많고. 너무 죄송스러워서 곧바로 찾아갔다. 그때부터 잘 알고 지내게 됐다.

은행 사외이사를 해본 경험은.

=이사회 운영과 경영 전반에 대해 배우는 소중한 기회로 생각한다. 이사회 멤버 가운데 제일 어리지만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 있다. 또 매킨지를 비롯한 유수한 기관의 전문가를 모셔 강의를 받는 과정도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과정을 처음부터 죽 지켜보면서 인수·합병(M&A)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김정태 행장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외모는 소박한 분위기인데 의사 결정을 위한 회의 자리에서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어떤 카리스마인가.

=카리스마라고 해서 군대식이라는 연상을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것은 아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좋은 경영자라고 생각한다.

안철수연구소의 전망은 어떤가.

=우리 회사는 커다란 변화에 맞닥뜨려 있다. 백신 회사에서 종합보안 회사로, 로컬 회사에서 글로벌 회사로,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 비상장 회사에서 상장회사로…. 네 가지 방향의 변화를 동시에 겪어내며 씨를 뿌린 해가 2001년이었다. 새해에는 통합보안쪽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온다. 2005년께 세계 10대 인터넷 보안회사로 올라서는 목표를 갖고 있다.

99년 벤처거품론을 제기해 화제를 뿌렸는데, 올해 벤처업계 전망은 어떤가.

=예전에 비해 벤처회사들이 사업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돈 구하기도 쉽고, 사람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시장도 커지지 않았나.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벤처정신을 갖고 사업한다면 좋은 상황이라고 본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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