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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는다” 인터뷰|김정태 행장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 은행원들 순간순간 결단하는 훈련 덜 돼 있어
안 사장을 개인적으로 잘 아는가. =훌륭한 분이다. 철학이 있는 벤처기업가 아니냐. 전혀 모르고 지내던 분이었는데 우연찮게 주택은행 사외이사로 모시게 돼 인연을 맺었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이 추천해줬다. 우리로선 행운이었다. 생각이 깊고 사외이사 역할에도 적극적이다.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혼난다. 사외이사 역할이 그렇게 중요한가. =기업지배구조 문제에서 핵심적인 사항이다. 주택은행장 취임 뒤 영입한 외국인 사외이사 브루스 G. 윌리슨(미국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은행장 출신) 같은 경우 은행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높은 평가를 받는 데 중요하다. 그렇지만 아직 멀었다. 우리 은행도 국내에선 높은 평가를 받을지 몰라도 국제적으로 보면 사정이 다르다. 앞으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적극 영입할 생각이다. 첫 직장은 조흥은행이었는데…. =은행은 분위기가 나한텐 잘 안 맞더라. 변화가 없고 일을 적게 하든 많이 하든 비슷비슷한 대우를 받고. 그래서 떠났던 은행인데 결국 되돌아오게 됐다. 은행을 떠난 뒤 종금사에 잠깐 있었다. 몸담고 있던 종금사를 대신증권이 인수하게 되면서 증권사로 옮기게 됐다. 동원증권(옛 한신증권)에서 부사장, 사장을 지내다 보니 ‘동원증권맨’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대신증권에서 오래 일했다. 성공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웃으며)글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나 모르겠다. 한두해 사이에 벌어진 일을 두고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특별히 한 건 별로 없고, 다만 ‘많이 읽는다’고 할까. (신문지 찢어놓은 것을 가리키며) 신문을 참 많이 본다. 칼럼을 특히 많이 본다. 금융이나 경제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읽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 주말마다 농사를 짓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더라.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무, 배추 같은 김장거리는 8월10일께 심게 되는데 일주일만 늦어도 차이가 크다. 순간순간의 결정이 중요한데 은행원들은 증권맨들과 달리 이런 훈련이 덜돼 있는 것 같다. 국민-주택 합병 때 기억에 남는 일은. =합병 뒤 전국을 돌며 직원 6천여명을 만났다. 대구에서 한 여직원이 질문을 하더라. 은행의 비전이나 전망은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서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런 과정 다 밟아서 하려면 내 임기 3년 다 지나가고 아무것도 못한다. 인텔의 그로브 회장이 80년대 중반 회사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뒤 인텔은 비메모리 분야에 힘을 집중시키고 오늘날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로 거듭났다. 경영자의 역할은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웃으며)철학은 무슨…. 다만 우리 실정에 맞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중시, 시장중시하지만 미국식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연봉제가 필요하지만 신분을 보장해주는 방식의 조화가 필요하다. 성과급을 줄 때도 못하는 직원들의 몫을 깎기보다는 잘한 이들에게 얹어주는 방식이 좋다. 은퇴한 뒤의 생활을 그려본 적 있나. =글쎄, 그때쯤이면 주말에만 농사지을 때보다 훨씬 잘할 수 있겠지. 집사람은 제주도든 남해든 어디든지 좋다고 한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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