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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실적 김정태 행장과 안철수 사장, 뛰어난 CEO는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김정태 행장과 안철수 사장이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성공신화의 모델이라면 그들의 경영 성적표는 실제로 어떨까? 물론 다른 기업에 비해 실적이 좋다. 매출, 순이익, 주가 등 모든 면에서 국민은행과 안철수연구소는 경쟁업체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경영지표상의 숫자가 아니라 그 내용이다. 국내외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여건이었던 2001년에 두 회사는 다른 어느 때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 김정태 행장의 2001년 성적표는 국민은행과의 합병 직전이었던 지난해 9월 말까지 주택은행의 실적이 잘 말해준다. 2000년에 비해 경제여건은 악화됐지만 순이익은 9개월 만에 5238억원에서 7639억원으로 45.8%가 증가한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역시 마찬가지다. 2000년 33억원이었던 순이익이 2001년 9월 말까지 58억원으로 75.7%나 증가했다. 뛰어난 최고경영자(CEO)일수록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입증해낸 것이다.
‘대우 여신 회수’라는 파격적 조처
김정태 행장의 경우 주택은행을 국내 초우량은행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정태 행장이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했던 98년 8월 국내 경제상황은 최악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까닭에 모든 기업들이 어려웠다. 특히 은행들은 부실기업 여신이라는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주택은행이 안고 있던 대우관련 여신은 1조9천억원. 김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대우 여신 1조5천억원을 회수해버렸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처였다. 대우로부터의 반발은 물론 내부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주택은행을 살리는 결정적인 전기가 됐다. 대우가 99년 7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에도 주택은행은 대우 충격파로부터 비켜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주택은행의 실적은 매년 개선돼왔다. 98년 29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주택은행은 99년 4513억원, 2000년 52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001년(9월까지) 7639억원까지 포함하면 99년부터 2001년 9월까지 2년9개월 동안 무려 1조739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이다. 순이익 증가로 주당순이익(EPS)이 97년 2139원에서 2000년 4795원까지 상승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무수익여신비율이다. 98년 말 주택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은 8.1%였다. 전체 여신의 8.1%가 이자수입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부실여신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비율은 김 행장이 취임하면서 99년 5.19%, 2000년 2.89%로 낮아졌고 국민은행과의 통합과정에서 주택은행의 입지를 높이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됐다. 안철수연구소는 95년 3월 직원 3명으로 출발해 7년 만인 2001년 매출 250억원, 당기순이익 70억원, 직원 160여명의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97년 6273만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이 98년에는 5억4020만원, 99년에는 32억2천만원, 2000년에는 58억6천만원으로 급증했다. 99∼2000년에 걸쳐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컴퓨터 바이러스로 매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수익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는 물론 한눈 팔지 않고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결과다. 안철수연구소는 이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61.7%를 장악하고 있다.
액면가 46배 공모주 청약에 1조5천억 몰려
안철수연구소는 또 차입금이 거의 없다.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을 통틀어봤자 2001년 9월 말 현재 74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해외 자금조달 실적은 전무하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자금 유치를 위장해 기업가치에 거품을 불어넣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실 속에서 가장 우직한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키워온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안철수연구소가 지난해 9월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비로소 그 가치를 드러낸다. 액면가 500원이었던 주식은 순자산가치 2127원, 수익가치 1만5940원으로 평가됐다. 공모가는 액면가의 46배인 2만3천원이었다. 그런데도 공모주 청약에는 1조5천억원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경쟁률은 무려 447 대 1. 주식시장의 침체로 모든 벤처기업들이 등록을 기피하던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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