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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돈은 쌈짓돈? 재벌기업들의 부당 내부거래 천태만상… 경영권 승계·부실 계열사 지원 등에 동원
이재용의 교묘한 경영권 승계 전략
삼성은 사주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들을 희생시켜온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가 초기에 재산을 불리면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확대해가는 과정에는 거의 모든 계열사들이 동원됐다. 물론 이러한 내부거래는 대부분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면서 교묘하게 이뤄졌다. 이는 적법성 여부를 떠나 계열사들이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을 이재용씨에게 안겨준 것과 마찬가지여서 부당 지원이라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씨는 지난 94년 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1억원을 증여받은 뒤 주로 계열사의 주식을 싼값에 인수하거나 전환사채(CB)를 사들인 뒤 주식전환을 통해 5∼10배의 가격에 매각함으로써 자신의 재산을 불려왔다. 가장 먼저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이 이재용씨 재산 불리기에 동원됐으며, 이렇게 해서 챙긴 이익은 또다시 계열사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자금으로 사용됐다. 회사 재산이 간접적으로 이재용씨에게 유출된 셈이다. 이재용씨는 어느 정도 자금이 확보되자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비상장 회사인 삼성에버랜드를 이용했다. 96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대거 인수한 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단번에 31.9%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어 에버랜드는 98년 삼성생명 주식을 계열사와 특수관계인들로부터 주당 9천원에 매입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된다.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장악함으로써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때 계열사들이 에버랜드에 넘긴 삼성생명 주식은 나중에 삼성자동차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70만원으로 평가된다. 삼성SDS가 지난 99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 230여만주를 이재용씨에게 주당 7150원이라는 싼값에 넘긴 것 역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의 사례로 꼽힌다. 당시 삼성SDS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5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삼성은 비록 지난해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와 관련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얻어냈지만 이재용씨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라는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재판부도 법 적용의 잘못을 지적했을 뿐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이씨에 대한 특혜라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재용씨가 인터넷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삼성 계열사들의 집중적인 지원이 있었다. 계열사들은 이재용씨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e삼성을 비롯해 e삼성인터내셔널, 시큐아이닷컴, 가치네트, 올앳 등 닷컴 기업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이에 필요한 인력과 자금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제일기획과 에스원 등 계열사들은 또 이재용씨가 인터넷 사업에서 철수할 때도 보유 주식을 되사줬다. 이재용씨는 인터넷 사업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381억원에 사들였던 4개 닷컴 기업의 주식을 402억원에 매각함으로써 21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공정위는 이 거래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지만 이재용씨가 아무런 제약없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하는 과정은 재벌 기업 계열사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SK도 최태원 SK(주)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장악해가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조직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SK 계열사들은 최 회장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시스템통합(SI) 업체 SKC&C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용역을 수주하도록 도왔으며, SKC&C는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권을 확보했다.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회사 돈으로 개인 지분을 높여가는 전형적인 경영권 확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뒤에는 회사 이익의 유출과 소액주주들의 희생이 감춰져 있다. 구체적인 부당지원의 사례로 SK텔레콤은 97년 말 SKC&C로부터 통신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하다가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소액주주 홀대하고 회사 이익도 무시
SK 계열사들은 또 종금사를 통해 성산개발과 정지원을 우회지원해오다 지난해 말 공정위에 적발됐다. 또 SK(주)와 SK텔레콤은 사옥 건설을 맡은 SK건설의 공사비를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하기도 했다. 98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SK해운의 증자를 위해 SK가스 등 계열사들이 대거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증자 참여는 아무런 제약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개별 회사의 이익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 역시 회사 돈으로 사주 일가를 살찌우는 데는 마찬가지였다. LG텔레콤은 99년 1월 신성기업 등 4개 회사로부터 자사주 193만주를 주당 7800∼7850원에 매입한 뒤 이 가운데 18만8천주를 같은해 10월 구본진 등 친인척들에게 주당 7885원에 매각했다. 당시는 코스닥 열풍이 한창이던 때여서 LG텔레콤 주식은 장외에서 2만5천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주식 헐값매입으로 사주 일가는 32억6천여만원의 차익을 앉아서 챙긴 것이다. 물론 손해를 본 쪽은 회사였다. LG텔레콤은 바로 그해 1616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자본잠식 상태로 들어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LG화학도 같은 해 6월에도 구본준 등 특수관계인 23명에게 보유중인 LG석유화학 주식 2744만주를 내부 평가금액보다 훨씬 낮은 주당 5500원에 매각함으로써 113억원의 차익을 안겨줬다. 이 밖에도 LG상사, LG산전, LG전자, 희성전선 등은 지난 98년부터 2000년 4월까지 아세아종금(현재 한스종금)에 3천여억원의 돈을 예치한 뒤 한스종금이 이 돈으로 관계사인 삼보지질을 지원하도록 했다. 지원 방법은 삼보지질의 기업어음을 정상금리보다 1.5∼10.3%포인트 낮은 금리에 매입하는 것이었다. LG 계열사들은 또 하나은행과 LG종금(LG투자증권에 합병)을 통해서도 삼보지질을 지원했다가 지난해 말 공정위에 적발됐다.
사주 일가 살찌우기 위해서라면…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현대도 99년∼2000년 갖가지 방법으로 계열사들을 부당 지원했다. 현대택배는 지난 99년 12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주주인 계열사들이 인수를 포기한 실권주 177만주를 정몽헌 회장에게 몰아줬다. 실권주 인수가격은 정상가격(8602원)보다 훨씬 낮은 액면가(5천원)였으며, 이로 인해 정 회장은 63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현대중공업은 99년 9월 해외 발전소 설비공사를 수주한 뒤 2000년 5월 현대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해 340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했다. 당시는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표면화하기 시작한 때였으며, 현대중공업은 발주사로부터 작업지시서가 나오지 않아 설비구입 자금을 받을 수 없었음에도 현대건설에 선급금을 지급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또 현대전자(현재 하이닉스반도체)가 97년 6월 캐나다의 금융회사인 CIBC에 매각한 현대투신 주식 1300만주를 3년 뒤 대신 환매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현대전자에 지원했다. 현대중공업은 환매 당시 0원이나 다름없던 현대투신의 주식을 무려 1만9천원에 사들였다. 현대 계열사들은 이 밖에도 계열사 기업어음(CP)를 시중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매입하거나 매출채권을 아무 대가없이 늦게 회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부거래를 해왔다. 은행에 예금을 들어준 뒤 이 자금으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우회지원 방식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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