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정치권 침묵 “NMD는 계륵”여야간 논쟁 불붙어도 당론은 어정쩡… 소장파 의원들 반대 외쳐도 메아리 없어
국가미사일방위계획(NMD)은 여야 정치권에게도 ‘뜨거운 감자’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이 문제가 정부의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핵심 사안인만큼 섣불리 당론으로 찬반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한 핵심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 공식 당론없이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의 보편적 정서는 NMD 반대쪽에 가깝다. 민주당 정보통이며 국회 국방위원장인 천용택 의원은 지난 1월18일 ‘미사일 비확산’을 주제로 열린 로마포럼에서 “어떠한 새로운 미사일 방위계획도 군사적 득이 없이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뿐 아니라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해로운 존재”라며 ‘NMD 반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민감한 사안 의원이 판단해야
장영달, 김성호, 장성민, 송영길, 이호웅 의원 등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천 의원과 비슷한 논리적 근거를 토대로 ‘NMD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장성민 의원은 “현재 진행중인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이 잘될 경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NMD추진을 요구하는 근거 자체가 없어진다. 미국에 대북정책과 NMD를 분리해 접근하도록 요구하면서 북-미간 미사일 협상이 잘되도록 하되, 미국이 계속 NMD 참여를 요구하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영달 의원은 “미국과 원만한 조율을 통해 국가의 태도를 정리하라는 뜻에서 우리 당 상당수 의원이 침묵하고 있지만, 대미협상력 강화와 정부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정치권은 명확히 반대를 외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국익과 정치적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러 공동성명에 명시된 ‘ABM 보존, 강화’를 근거로 마치 우리 정부가 NMD에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치고 있다. “정부가 한-러정상회담에서 ABM 유지·강화에 합의, NMD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가 국내외 비판이 일자 입장을 변경함으로써 국가 신뢰를 크게 실추시켰다.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책임을 엄중이 추궁해야 한다.”(이회창 총재. 3월5일 총재단회의) 한-미정상회담이 한창 진행중인 3월9일 권철현 대변인은 “김대중 대통령 한-미정상회담에서 ‘오해’라는 표현까지 쓰며 곤혼스런 지경에 이른 것은 결국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관계마저 심각한 위험을 초해할 수 있는 외교적 실책”이라며 외교안보팀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라당은 내부적으로 NMD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혼돈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정부가 현재 태도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 3월5일 목요상 정책위의장, 김용갑 의원 등 11명의 모인 가운데 ‘통일·국방위 연석회의’를 열어 입장정리를 시도했다. 그런데 당 국방위는 “최근 정부는 미국의 NMD문제에 대해 찬반결정을 유보하고 미국의 입장을 호의적으로 이해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키로 했다. 한나라당 역시 ‘초당적 외교 차원서 정부의 이런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는 검토의견을 내놓았다. 참석자들 다수가 “미국 역시 아직 원론적 입장 천명에 불과하고 세계적 반대여론이 많은 까닭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대다수”라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나라당, 신중론 내세워 애매한 대처
그러나 조웅규 의원 등 몇몇은 “대북문제 등에서 한-미관계를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이라며 한-미동맹 유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를 통해 한-미간 우호 등을 고려해 앞으로 당론을 밝혀야 한다면 정부의 ‘우호적 이해’라는 표현보다 조금 앞선 “전향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사안”이라는 정도로 의견을 내자고 절충했다. 이회창 총재도 이런 내부 논의에 따라 최근 정부의 외교적 실수를 공박하면서도 NMD 자체에 대해서는 “너무 성급하게 찬반을 표시할 필요는 없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애매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소장파 의원은 “부시 행정부와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은 강하지만 전략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데서 비롯된 당 지도부의 어정쩡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영근·김홍신·서상섭·김부겸·오세훈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11명은 민주당 소장파 17명과 함께 지난 2월28일 국회에 ‘미국 정부의 NMD 추진 중지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NMD 반대쪽에서 적극 활동해 한나라당 지도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