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군산복합체 살판났네!

미국 군수산업체 NMD 실행에 깊숙이 개입… 탈냉전에 잃은 뭉칫돈 되찾을 호기로 삼아

아이젠하워 전 미국대통령은 1961년 1월 대통령직을 떠나면서 행한 고별연설에서 “거대한 군사집단과 대규모 무기산업의 결합은 미국 역사상 새로운 것으로서 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 각 위원회에서 이들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군산복합체가 미국에 끼칠 폐해를 경고했다.

그로부터 40년, 아이젠하워가 지적한 군산복합체의 보이지 않는 힘이 미국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NMD가 더욱 가속도를 얻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군산복합체가 정부와 정당은 물론 민간 싱크탱크, 언론과도 연줄을 구축해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전방위적 압력으로 NMD 가속도 붙여

냉전해체와 함께 거대한 시장을 상실한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해외에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무기 사세요’를 외치는 한편 미국의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군사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군산복합체에게 수천억달러가 걸려 있는 ‘스타워즈’ 계획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정치권에서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역시 300만의 피고용자와 1만여명의 로비스트를 거느린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NMD에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걸려 있는 미국의 군수산업체들은 이른바 ‘빅4’라고 불리는 보잉사,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사, TRW 등이다. 보잉사는 NMD 구성요소의 개발과 통합을 담당하고 있고, 록히드 마틴은 탄두 추진체를 수주했으며, 레이시온사는 요격미사일 개발을, 그리고 TRW는 전투관리지휘통제통신(BM/C3) 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다. 특히 록히드 마틴은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의 지상요격체제인 전역고고도방어(THAAD) 사업을 따내 40억달러를 챙기게 되었다. 이들 빅4는 1998∼99년 2년간 NMD 계약에서 60%를 독점하면서 국방부로부터 연구개발비로만 22억달러를 지원받았다.

이들 군수산업체들이 NMD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힘은 치밀하고 막강하게 짜여진 ‘로비망’에서 나온다. 이들은 의회 내에 NMD 지지파를 유지·확산시키기 위해 1997∼98년 2년간 3천500만달러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 또한 정확한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나 NMD가 미국 내에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에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수산업체들의 로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보수적인 민간 싱크탱크들을 지원함으로써 NMD 지지 여론을 확산시키고자 안간힘을 써왔다. 대표적으로 레이건 행정부 때 국방부 관리를 지낸 프랭크 가프니가 소장으로 있는 안보정책센터(GSP)에 매년 수십만달러를 지원해오고 있다. 총후원금의 25%를 군수산업체로부터 받아온 GSP는 가프니외에도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학자 등이 참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중국의 부상 등을 강조하면서 NMD의 필요성을 유포시켜왔다. 이렇듯 군산복합체의 네트워크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의회, 행정부에 진출한 친NMD파, 보수적 민간 싱크탱크, 보수적 언론, 군수산업체들로 구성된 이익단체, 군수산업체 노조 등으로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NMD를 강력하게 밀어 붙여왔다.

사실 전쟁이 있는 곳에는 군수산업체가 늘 뒤따른다. 냉전시대 소련위협론으로 먹고 살아온 군수산업은 80년대말 사회주의권 붕괴에 따른 탈냉전과 함께 고난의 길로 접어든다. 90년 걸프전쟁이 사실상 마지막 호경기였다.

걸프전 이후 내리막길… 구세주 만났다

미군은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매일 2500회의 출격을 감행해 무려 6천개의 폭탄과 2천t의 무기를 쏟아부었다. 걸프만에 배치된 미 전투함으로부터는 1개당 230만달러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288개나 발사됐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미국 군수공장이 걸프전 기간 중 야간작업에 돌입할 정도로 활황을 맞이한 것이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무기공장의 창고에 쌓아둔 재고를 일시에 정리한 다음 새로운 첨단무기 개발비를 걸프전에서 뽑아냈다. 이 때문에 하루 16억달러의 전쟁비용이 든 걸프전쟁을 둘러싸고, 냉전해체 뒤 쌓여만 가던 미국무기의 재고를 정리한 실습장이었다는 호된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걸프전이 끝나고 본격적인 탈냉전시대가 찾아오면서 각국의 군수산업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국의 경우 냉전의 마지막 해인 90년을 고비로 국방예산은 하향곡선을 긋는다. 90년 3587억달러였던 국방예산은 91년 3165억달러, 93년 3121억달러, 94년 2903억달러, 96년 2656억달러로 내려앉았다. 미 국방성의 조달금액도 91년 1억5086만달러, 92년 1억3630만달러, 94년 1억3422만달러, 95년 1억3196만달러, 96년 1억3218만달러, 97년 1억2814만달러, 98년 1억2881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미국 군수업계가 모색한 대응방안은 자유주의 노선에 따른 구조조정이었다. 미 군산복합체의 2인자인 GD(제너럴 다이내믹스)는 91년 구조조정을 추진해 산하의 세스나사를 텍스트론에 팔아넘겼고 미사일사업부를 휴즈에어크래프트사에, F-16 전투기의 포드워스 사업부를 록히드에 매각했다. 기업합병도 급격하게 늘었다. 94년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가 합병했고 보잉사도 맥도널 더글러스사를 합병하는 등 한때 26개에 달하던 미국 군수업체는 록히드 마틴-노드롭 그룸맨, 보잉-맥도널 더글러스, 레이시온 등 초대형 기업으로 정리됐다. 기업합병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따라서 탈냉전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온 이들에게 미사일방위체제 구축은 햇빛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실 이들은 NMD 추진을 위해 시스템 테스트와 평가 결과를 거짓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3월7일자 <뉴욕타임스>에서 NMD 개발 참여업체인 TRW의 엔지니어였던 니라 슈츠 박사는 방공요격기 테스트가 겨우 5∼15%의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기술수준이 결코 신뢰할 만한 정도가 아님에도 TRW는 제대로 시행되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밝혔다.

미사일방위체제는 단기적인 수입보다는 중장기적 수입 면에서 록히드 마틴, 보잉, 레이시온 등 군수 메이저들에게 향후 10년 이상 안정적인 돈벌이를 보장해주는 확실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실제 90년대 초중반에 걸쳐 클린턴 행정부의 지지 아래 시행된 군수산업체들의 인수 합병 붐으로도 재정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NMD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군수 메이저들 10년 이상 안정적인 돈벌이

더욱이 클린턴 행정부 때 추진된 지상 NMD 비용은 600억달러로 추산되었으나, 지상에는 물론이고 해상, 상공, 우주 등에도 요격시스템을 구축하여 ‘전지구적 미사일 방어망’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NMD 구상에는 약 24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부시 행정부는 올해보다 4.8%가 늘어난 3천105억달러 규모의 2002 회계년도 국방예산안을 확정했다. 또 올해에는 22억달러였던 NMD 연구개발비가 내년에는 30억달러 이상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TMD 연구개발비 및 구매 비용, NMD 배치가 확정될 경우 무기 생산 및 구매 비용, 미사일 방어 시스템 수출 등 미국 군산복합체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돈은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