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1.12.26(수) 제390호

[표지이야기] 지역주의여, 두손 들어라!

2002 전혀 낯선 새로운 선거, 그 희망의 싹이 피어오른다

2002년 선거의 해, 과연 우리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완고한 지역주의의 악령이 우리를 증오와 편가름으로 나눠놓을 것인가, 아니면 온 국민이 뜻을 모아 21세기를 이끌 차기 리더십을 도출해내는 도약의 해로 승화될 것인가.

정치권 바깥에서 꿈틀거리는 희망

어떤 여론전문가는 지역주의가 더 강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과거에는 선거 1년 전 부동층이 40∼50%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0∼30% 남짓 된다. 부동층이 많은 것은 정치불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정치를 잘해서 국민 신뢰도가 올라갔다고 해석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정치불신은 마찬가지다. 지역구도, 편가름이 강화된 것이다.”

유권자의 태도에만 화살을 돌릴 수 없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선거전략도 지역주의에 근거하고 있지 않은가. 귀에 익은 이회창 대세론이나, 영남후보론이나, 또 영남포위론이나 모두 지역간 대결과 합종연횡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이런 구태가, 21세기형 리더십을 창출하는 자리에서도 알파요 오메가일까. 희망의 싹은 없는 것일까. 하지만 두꺼운 얼음장 밑으로 봄을 알리는 물소리는 졸졸거리는 법이다.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던져 버리기까지는 더 기다려야 하지만, 봄이 멀지 않다는 것은 안다. 우리 국민들은 또한 고비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놀라운 '선거혁명'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새로운 변화, 희망의 씨앗은 정치권 바깥에서 먼저 꿈틀거린다. 가장 폭발적인 것은 인터넷 확산으로 대표되는 매체환경의 혁명.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목소리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정치환경, 그것은 낯선 만큼 급진적이다. 몇몇 보수적 신문의 논조가 '여론'으로 군림하는 시대는 분명 종언을 고할 것이다. 정치권과 네티즌이 쌍방향, 일대일로 만나는 사이버상의 의사소통 채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나선다.

더욱이 인터넷은 젊음의 대명사. 푸른 젊음은 늘 새로움을 열어놓는 가능성이다. 낡은 정치환경에 도전하는 힘은 네트워크로 묶인다. 과거의 명망과 권위, 구태에 대한 도전은 늘 그들의 숙명이다. 그들에게 낡아빠진 지역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가능성은 2000년 4월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과 결합하면서 이미 현실로 입증됐다. 인터넷 정치, e-폴리틱스, e-캠페인.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과거와 전혀 다른 낯선 선거”를 예언하고 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터넷의 속성은 과거 밀실정치의 어두운 장막, 음습한 지역주의의 왜곡도 거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곁들이면서.

여성정치인의 약진에서도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있다. 가부장적 권위체제에 터잡고 있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여성들의 도전은 어느 해보다 열려 있다. 광역자치단체 비례대표 의원 50% 배정과 기초자치단체 의원 30% 배정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낡은 연고주의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의 힘은 그래서 새로운 활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성 정치판에도 이런 새 변화의 기류가 아주 낯선 것만은 아니다. “과거 영남과 호남에서 선거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스를 찾아다니며 낙점을 받는 것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예컨대 6월 부산시장에 출마하려는 이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여론조사다. 이회창 총재의 낙점이 아니다. 과거 YS의 선택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태도와 다르다. 이 총재가 부산시장 공천을 좌지우지하려다가는 큰 코다칠 것이라는 게 지역정서다.”(선거 전문가)

낡은 정치체제는 심판대에 올랐다

다른 정치권 인사는 이렇게 전한다. “97년 한나라당 경선 초기 박찬종 전 의원이 앞섰다. 이것을 이회창 총재가 추격하는 양상이었는데, 판세를 뒤집은 것은 이 총재의 국민지지도가 아니다. 대의원을 상대로 한 조직관리와 줄세우기, 자금동원에서 승부가 났다. 그러나 지금 여당인 민주당을 봐라. 구도 자체가 바뀐다. 국민경선제를 한다는 마당에 과거처럼 줄세우기가 되겠느냐. 한나라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있는 낡은 질서가 한꺼번에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겨우내 굳게 얼어붙었던 얼음장도 한 귀퉁이 한줌의 물로 녹아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더욱이 ‘3김’ 이후 차기 리더십의 초점은 필연적으로 1인지배체제, 지역주의 등 낡은 정치체제에 대한 심판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희망과 변화는 필연이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21003000/2001/12/0210030002001122603900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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