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권자들에 대한 세 가지 오해는 가차없이 깨졌다
①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②여성은 여성을 찍지 않는다?
③저소득층 여성일수록 보수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통설로 자리잡아왔던 ‘여성유권자들에 대한 세 가지 오해’이다. 그러나 이런 오해는 지난 총선을 거치며 완전히 깨진 걸로 나타났다. 한국신학대 김현희 교수(사회학)가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 ‘대안 정치세력으로서의 여성’(<경제와사회> 겨울호)에 따르면 여성유권자의 4명 중 3명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아주 관심이 많다 15.4%, 약간 관심이 있다 58.7%). 능력과 자질이 비슷한 남성후보자와 여성후보자가 출마한다면 누가 당선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8.7%의 여성이 “여성이 당선되는 게 낫다”고 응답했다. 아무나 상관없다는 54.9%였으나 남성이 당선되는 게 낫다는 응답자는 6.4%에 그쳤다. 남성보다는 여성을 찍겠다는 응답비율이 6배 이상 높은 셈이다. 또한 자신을 중상층 이하라고 여기는 여성일수록 자신을 중상층이라고 여기는 여성들보다 여성후보자에게 투표하는 비율이 1.5배 이상 높았다.
이번 조사연구는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여성후보자가 출마한 수도권 7개 지역의 만 20살 이상 여성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기존 획일화된 여성유권자에 대한 편견을 뒤엎는 결과와 함께 여성할당제에 대한 일반 여성유권자의 인식, 취업경험이 여성후보자에 대한 투표에 끼치는 영향, 정치개혁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에 대해서도 눈여겨볼 만한 결과들이 나왔다. 전체 국회의원의 30%를 여성에게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쪽이 87.6%로 강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취업경험이 있는 여성유권자일수록 반대의 경우보다 여성에게 표를 던지는 정도가 두배 이상 높았다. 그리고 여성유권자의 10명 중 7명가량은 여성 국회의원 수가 많아지면 현실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16대 총선에서 실제 여성후보자에게 투표한 비율은 39.7%로 평소 생각 이상의 지지도를 보였다. 다만 교육받은 중산층 이상의 여성일 경우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 개혁적 쟁점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정치의식과 행동에서 소극적·수동적이라고 보는 고정관념이 무너진 배경으로는 취업기회가 증가하면서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40% 가까이가 여성후보를 지지함에도 지난 16대 총선의 경우 여성에 대한 지역구 공천비율은 3.1%에 불과했다. 여성정치인의 참여기회가 가부장제적 정당구조 안에서 원천적으로 박탈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희 교수는 “여성유권자들의 경우 남성유권자들에 비해 인물중심의 투표가 줄어들고, 정치의식이나 행태에 현격한 성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결과들을 봐도 여성들의 투표가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약하다”고 전제한 뒤 “여성주의적 목표와 행위를 지지하는 징후가 점차 높아질수록 한국 정치가 갖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여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