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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 두개의 적과 싸운다 이스라엘 침략자, 그리고 “여성운동은 독립 뒤에나 하라”는 팔레스타인 남성들의 이기심
한손엔 하이힐, 한손엔 짱돌
올해 카이로에서 개최된 아랍리그에서 아쉬라위는 특별공보관이 되었고, 아랍 전체의 대변인과 같은 그의 이 새로운 지위는 의심할 여지없이 개인에 대한 자격부여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인정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돌이켜보면,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지난 100여년 동안 영국 식민주의자들과 이스라엘 침략자들에 의해 이중의 고통을 받으며 힘겨운 이중의 투쟁을 해왔다. 농업중심사회인 팔레스타인에서 한손으론 땅을 갈고 다른 한손으로는 아이들을 키우며 가정을 지탱하는 참으로 무거운 짐을 져온 여성들에게 독립투쟁이라는 정치적 상황은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기대하는 이중의 임무를 떠맡겨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독립투쟁을 위해 남편과 자식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그치지 않았고, 자신들이 직접 비폭력정치운동의 현장이나 심지어 무장투쟁전선에도 참여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하게도 여성들에게 이중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이스라엘 침략군의 박해와 탄압이라는 사회적인 고통에다, 가정에서는 굴욕적인 사회현실로 욕구불만에 빠진 배우자나 부모로부터 공격을 받는 대상이 되어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들은 구체적인 대응책을 모색했고, 1987년 인티파다(봉기)가 막 시작된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에 대항하는 동시에 가정에서 벌어지는 여성의 인권유린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성지역위원회를 구성했다. 당시 여성들의 문제제기는 국가의 완전한 독립투쟁을 위해 자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하이힐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지던 여성들의 모습은 여성항쟁의 정신적인 상징처럼 떠오르며 반대세력들을 잠재웠다. 항쟁은 도시 여성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시골의 여성들은 더 심각한 상황과 직면해왔다.
여성들에게는 이스라엘의 가장 잔인한 억압이 땅을 몰수하고 집을 뭉개버리는 일이었다. 집과 땅을 잃고 쫓겨난 팔레스타인 가정이 확고부동한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이 없는 동정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여성운동가들과 여성단체들은 각종 교육과 기술훈련과정을 실시하면서 스스로의 생존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나무심기’로 가치를 입증하다
여성단체들은 소규모 기업에 자매들을 취직시키는 프로그램 못지않게 시골의 유휴지를 개간하고 나무를 심는 일에 주력했다. 특히 나무심기는 이스라엘이 주로 팔레스타인의 유휴지를 몰수해서 유대인들의 정착촌을 건설하거나 그들을 위한 우회도로를 닦아왔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매우 중요한 국토보존사업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처럼 ‘국가’와 ‘가정’을 동시에 추구해온 팔레스타인의 여성운동이 명백한 현실성을 지녔으며 그 가치가 입증되었음에도, 여전히 “국가의 독립이 최우선이다. 독립 뒤에는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지위도 향상될 것”이라고 외치는 남성중심주의자들의 이른바 ‘거대한 사고’에 가려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주류 팔레스타인사회는 이스라엘의 침략을 이용해 여성들의 가치실현에 유보적인 태도이거나 여성들의 투쟁에 대해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뜻인데, 말하자면 이스라엘 침략자와 팔레스타인 남성들의 이기심, 이게 오늘의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억압하는 공동의 적인 셈이다.
다오우드 쿠탑(Daoud Kuttab)｜전 <알쿠드스 신문> 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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