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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여가의 충돌 근대적 여가개념이 탄생하기 까지의 기나긴 역사
여가문제가 대중적 관심사로 등장한 건 산업사회 이후의 일이다. 교통수단과 대중매체 발달 등에 따라 생겨난 여가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산업사회 이전의 여가는 특권 유한계층의 전유물이었고 노동자들은 철저한 ‘노동중심’의 삶을 살았다. 노예제 기반의 고대사회에서는 노동을 기피하고 여가를 존중하는 사회통념이 형성되면서 여가를 ‘노동에서 해방된 가치있는 삶’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런 노동 천시의 노동관은 르네상스기와 종교개혁 이후 굵은 획을 긋는 대전환을 맞는데, 노동을 가치있는 것으로 보는 이른바 ‘근대적 노동관’의 탄생이 그것이다. 공상적 사회주의자 생시몽이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한 것도 이때이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노동시간이 늘어난 산업혁명기의 여가는 단지 ‘노동을 위한 준비’ 또는 생체적 리듬 회복이라는 초보적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수면까지 줄이면서 나이와 성별, 밤과 낮의 제한없이 극단적으로 길어지자 노동자들은 본격적인 노동시간단축 투쟁에 나선다. 노동과 여가의 엄격한 구분으로 특징되는 ‘근대적 의미의 여가’가 출발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이에 대해 자본쪽도 노동력의 확대재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표준노동일을 제정한다. 물론 자본의 이런 여가 부여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이 질병으로 죽고 평균수명까지 단축되면 결국 ‘생산’이 멈춰버릴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여가사회학의 효시라 할 만한 글이 1883년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이다. 라파르그는 “밥먹는 시간만 빼고 하루종일 쉼없이 노동하는 작업장은 공포의 집이 되어버렸다”며 “노동은 이제까지 인류를 내몰아온 채찍 중 가장 가공스러운 회초리”라고 말했다. 그뒤 여가시간은 점차 한 사회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구실을 하게 되고 인류사에서 노동자 여가에 대한 첫 공식규정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1일 노동시간을 8시간, 1주 노동시간을 48시간으로 정한 1919년의 국제노동기구 선언이다. 노동자 여가문화도 산업사회 발전단계마다 양상이 달랐다. 18세기에 영국 노동자들은 독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노동의 피로를 풀었고 이에 따라 진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에 진은 끝없는 노동으로부터 일시적인 휴식을 제공해주는 유일한 약이었다. 산업혁명기의 극단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리다보니 대부분 자극적인 음주로 여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노동시간단축으로 노동자 여가양식에서도 일대 전환이 일어나는데 뮤직홀과 축구의 유행이 그것이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푸는 뮤직홀은 당시 영국 노동자계급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노동과 여가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졌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의 여가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과 정확히 맞물려 있기도 하다. 긴 노동시간과 높은 노동강도는 피로를 누적시키고 노동자들은 결국 일정한 여가시간이 주어지더라도 피로감 때문에 그 ‘자유시간’을 창조적이고 활동적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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