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1년10월10일 제379호 

신나는 일본, 무뚝뚝한 중국

미·영의 아프간 공습에 대한 주요국가들의 반응… 러시아는 대 서방 관계개선 기회로 적극 활용


사진/ "군사대국화 교두보를 노린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임박한 10월5일 훈련중인 일본 자위대원들.(교토 연합)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대해 유럽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들은 대부분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는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단호하게 뛰어들어야 하는 이 전쟁을 미국과 더불어 수행할 것”(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며 또 승리할 것이다”(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일본은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하며 서로 협력해서 테러에 맞서 나가야 한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러시아 “아프간이나 체첸이나…”

사실 미국은 9월11일 테러발생 직후부터 ‘테러근절’을 명분으로 전방위적인 외교 노력을 펼쳐 이들 나라로부터 군사행동에 대한 지지를 확보해 놓았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부터는 이번 테러에 대해 ‘회원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조항 5항을 적용하기로 한다는 결정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공습 직전에는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공습 사실을 미리 통보하는 등 공동전선을 구축해놓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들 국가들의 군사작전 지지는 예상된 일이었다. 이들 나라들은 대체로 이번 공격이 미국의 자위권 행사이며,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에 대한 구호에 나설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은 군사행동에 대한 동참 의사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미사일방위(MD)체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했던 러시아도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실 러시아는 미국 및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기회로 이번 테러사건을 활용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0월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뤄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드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의 회동.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위해 러시아와 나토가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나토의 확장문제로 러시아와 나토의 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나토의 동진정책에 대한 반대를 사실상 철회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이런 태도는 러시아의 국내·외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는 그동안 체첸 침공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아왔으나, 이번 기회에 편승해 체첸 침공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치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러시아 외교부는 공습 직후 “테러리스트는 언제나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는 아프간이나 체첸이나 중동이나 발칸이나 마찬가지”라며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기에 서방의 지원이 절실한 사정 등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공습직후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고 전 각료가 참여하는 ‘긴급테러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미국의 전쟁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본은 이번 사태를 자위대 강화와 활동범위 확대로 연결시키는 등 군사대국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

중국 “유일한 견제세력”국제사회 부각


사진/ 지난해 여름 정상회담에서 포옹하는 장쩌민 중국 수석(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대한 중국의 유보적 태도와는 달리 러시아는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AP 연합)


일본은 미국 테러가 발생하자마자 진작부터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을 서둘러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0월5일 미군의 전쟁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테러대책특별조치법’과 주일미군기지에 대한 자위대의 경비를 인정하는 ‘자위대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은 자위대를 파키스탄과 인도양에 파병해 물자수송 등 광범위한 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당방어와 난민보호 등 필요할 경우 무력행사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성립되면 일본 자위대는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전투지역 파병을 실현하게 된다. 이 법안은 비록 2년 기한의 한시법이지만, 평화헌법에서 규제하는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처음으로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논란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도 전쟁포기를 밝힌 평화헌법에 비춰 위헌 소지가 있는데도 여당이 법안을 강행처리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법안들을 10월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펙 정상회의 이전에 통과시킨다는 계획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적인 ‘지지’ 분위기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공습직후 “중국은 어떠한 종류의 테러리즘에도 반대하며 유엔 총회와 안정보장이사회가 통과시킨 관련 결의안들을 지지하며 테러리즘과 싸우는 것을 장려한다.… 테러리즘에 대한 군사공격들이 명확한 대상들을 목표로 해야 하며 무고한 시민들을 해치지 않기 바란다. 평화가 가능한 한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미국의 기대를 저버리고 미군의 공습에 대한 지지의사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사실 중국은 테러 발생 직후부터 △어떤 종류의 테러에도 반대한다는 원칙론적 입장과 함께 △테러 사태는 국제적인 협력과 유엔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견지해왔다. 지금처럼 미국 주도의 일방통행식 대테러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를 보낼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처럼 독자적인 입장을 강조해온 것은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유일한 견제세력이 중국임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주로 신장성 위구루 자치구에 거주하는, 2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슬람 세력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국내 정치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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