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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의문의 미사일! 라덴을 잡을 수 있는가… 테러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는가… 미국은 과연 승리할것인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이 빈 라덴 제거만으로 만족할까?” “이번 전쟁으로 미국은 테러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10월7일 오후 12시30분(미국 동부시각). 마침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향한 첫 포문을 열었다. 지난 9월11일 동시다발테러로 사상 초유의 굴욕을 맛본 미국은 거의 한달여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하늘에 폭탄세례를 퍼부었다. 하지만 첫 포성의 여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온갖 물음표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이번 미국의 전쟁의 양상은 새롭고 복잡 미묘하다. 파장이 언제, 어디, 누구에게까지 미칠지 어느 누구도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결사항전, 성전을 선언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비밀군사작전
무엇보다 이번 전쟁은 ‘보이지 않은 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 ‘보이지 않은 테러집단’의 테러공격을 받은 미국은 역시 ‘보이지 않은 작전’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전쟁에 50대의 크루즈미사일과 25기의 전투기, B-1, B-2와 B-52 등 15기의 폭격기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공식적으로 드러난 전력일 뿐이다. 리처드 마이어 새 합참의장은 7일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 군사작전들이 속속 펼쳐지고 있다”고 시인했다. 심리전까지 가세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포탄을 쏟아부으면서도, 파키스탄 국경에 인접한 남부지역에는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물품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탈레반 정권 아래에 있는 지역에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일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는 신변안전과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대량 뿌렸다. 이런 취지의 내용은 라디오를 통해서도 울려퍼졌다. 미국은 예전과 달리 막무가내식의 군사행동뿐 아니라 좀더 광범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 노림수는 어렵지 않게 읽히고 있다. 이번 전쟁의 1차 목적은 부시 대통령이 이날 공격명령을 내리면서 밝혔듯, △오사마 빈 라덴의 색출 및 법의 심판 △아프가니스탄 내 빈 라덴 테러세력 훈련기지 폐쇄 및 축출 △빈 라덴 테러세력을 비호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의 응징에 있다. 하지만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된 뒤 <CNN>을 통해 전세계 이슬람교도들에게 대미 성전을 촉구한 데서도 엿볼 수 있듯이 미국이 취하는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이슬람-서방 전쟁이라는 전혀 새로운 구도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을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공격 목표를 한정하고 다른 한쪽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물품을 제공하는 것은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은 이슬람권 전체가 아니라 테러세력임을 거듭 천명함으로써 이번 전쟁에 종교와 민족을 끌어들여 ‘문명 충돌’로 비화하려는 빈 라덴쪽의 작전을 일찍이 차단하려는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이번 전쟁은 ‘네트워크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이번 전쟁은 종교전쟁도 문명충돌도 아닌 훨씬 미묘한 네트워크 전쟁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개념은 랜드 연구소의 연구원인 데이비드 론펠트와 존 아킬라가 처음 붙인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어떤 개인, 작은 그룹이나 조직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전자네트워크를 이용해 핵심 지휘부가 없이도 조직적으로 성공적인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 이들 테러조직들은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와 같이 언제, 어느 곳에서든 불쑥 나타나 또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보다는 같은 방법의 네트워크 무기로 맞서야 적을 이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그나티우스는 미 군사전략가들도 이를 잘 인식해 이번 아프가니스탄 공격에서 21세기형 탐지 및 통신기술을 갖춘 특수작전 부대가 이미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침투능력이 뛰어나 적과 같이 눈에 띄지 않으면서 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확전으로 가는가
행여 빈 라덴을 아예 잡지도 못하는 경우 미국에는 또다른 수모 이상의 것을 안겨줄 가능성도 커보인다. 미 연방수사국 관계자는 “미국의 군사행동이 빈 라덴의 체포에 실패하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만 무너뜨릴 경우에도 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같은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빈 라덴이나 그의 이념을 숭배하는 세력이 급속히 늘어날 뿐 아니라 그를 따르는 기존 테러조직들에 힘을 불어넣어줌으로써 미국을 겨냥한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빈 라덴을 잡았다고 해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볼 수 있을까. 미국 정부는 이 대목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공격은 지구적으로 테러리즘이 사라지지 않은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부시 대통령이 밝혔듯이 미국의 목표가 빈 라덴에 그치지 않음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테러와의 전쟁은 빈 라덴 개인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테러조직과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확전의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7일 대국민 성명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오늘 우리의 공격은 아프가니스탄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싸움의 범위는 좀더 넓어질 것이다.” 미국 내 한 전문가는 “부시가 테러조직뿐 아니라 이들을 감싸고 있는 모든 나라까지 응징의 대상에 올려놓고 있는 만큼 지금으로 봐서는 최소한 이라크는 물론 이란, 시리아, 수단 등과의 전쟁을 치르지 않는 한 그의 목표는 성취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덴만 제거하면 능사일까
관심사는 미 국민들이 지루한 전쟁을 언제까지 인내하면서 지켜보느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은 이른 시일 안에 빈 라덴을 잡거나 주검이라도 가져오지 않는 한 몇주 안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최악의 경우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과없이 해를 넘기게 되면 국민들에게 마냥 호소하기도 어렵고 전쟁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미국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더라도 테러집단의 반발로 또다른 테러가 발생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더구나 탈레반 정권은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터다. 어쨌든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장은 빈 라덴이나 그의 조직인 알 카에다에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타격을 줄 때까지는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공조가 지속될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줄세우기”를 강요하며 세계 유일 패권국가로서의 성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시작하면서 세계를 향해 “테러리스트 편에 서든지 아니면 정의편에 서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촉구하면서 “중립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시의 이 발언은 냉전 뒤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는 미국의 힘을 과시하듯 일부 골수 반미 국가들을 빼고는 거의 모든 나라들을 테러와의 전쟁 깃발 아래 줄세우는 데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부시는 대국민 성명에서 이번 전쟁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오스트리아가 참여하고 있으며, 중동 국가들을 비롯한 40개를 넘는 국가들이 영공개방과 이착륙 권한을,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가 걸프전을 수행할 때 모았던 나라들보다 많은 숫자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국제공조가 지속될지 여부는 테러리스트와 그 집단을 쫓는 데 있어 거둔 성과와 얼마나 이른 시간 내 목표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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