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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야구, 한국적 성원 이종범의 인기가 최전성기 때보다 더 좋은 이유는…
“야구만화에 나오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주인공’, 그게 바로 이종범이다.” 야구광 김종원(33)씨가 잘라 말하는 ‘이종범을 좋아하는 이유’다. 호타준족. 이보다 더 이종범의 야구스타일을 잘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호타준족의 야구로 그는 이 시대 ‘한국’ 최고의 야구스타가 됐다. 한국 최고의 야구스타란 수식어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한국’이란 부분이다. 그 이유는 단지 그가 선동열처럼 한·일 양국에서 모두 잘하지 못하고 국내 무대에서만 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보다 역시 한국 야구무대가 그에게 제격이기 때문이다. 기질과 성향의 차이가 그를 ‘가장 한국적인 야구스타’로 만든 것이다. 보통 야구에서 언제나 최고스타는 단연 홈런왕, 즉 거포 타자다.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할 정도로 투수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4∼5경기마다 한번씩 만날 수 있는 에이스 투수보다는 매 경기 만날 수 있는 타자가 더 친숙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타자 가운데에는 바로 거포가 최고의 인기를 얻는 것이 정설이다. 베이브 루스가 당시 최다안타왕이자 도루에서도 발군이었던 타이 콥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것은 그가 바로 홈런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종범은 많은 홈런을 치는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홈런왕은 아니다. 물론 이승엽이란 홈런왕이 있지만 이종범이 단순한 인기선수가 아닌 최고인기선수인 점은 분명 한국적인 독특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이종범이 한국 야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스타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야구는 한마디로 ‘화려하고 빠른 야구’다. 이는 미국과 일본과 구분되는 특성이다. 한국인들이 사랑했던 야구선수들을 훑어보더라도 홈런타자보다는 화려한 야구를 보여줬던 김재박이나 장효조 등의 야수들이다.”(하일성 한국방송 야구해설위원) 공격만이 아닌 수비와 주루에서도 볼거리를 충족시켜주는 만능선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종범이 펼치는 ‘신바람’나는 야구는 이런 기호에 딱 맞아떨어진다. 일본 야구가 한국 야구와는 스타일이 다른 ‘관리야구’였던 점도 이종범이 일본에서 고전했던 이유로 빼놓을 수 없다. 선수 자신의 창의성과 임기응변보다는 철저하게 감독의 지시에 따른 작전으로 점수를 뽑아내는 일본 야구 스타일 자체가 이종범과는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응룡 감독이 ‘종범이는 내버려둬야 잘한다’고 한 적이 있다. 이종범은 성적이 다소 들쭉날쭉하다고 흔들지 말고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게 해야 실력이 나오는 선수다. 애초부터 일본식 관리야구와는 맞지 않았다.”(스포츠평론가 기영노) 그렇더라도 지금의 이종범 선수가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최전성기 시절보다 더 인기가 좋아진 현상은 분명 이례적이다. 이런 정서에는 분명 한국인 특유의 ‘인정’이 가미돼 있다. 그가 못한 것은 실력 때문이 아니라 차별이었고, 그런 차별 속에서 설움받은 ‘우리 식구’를 따뜻하게 맞아주자는 것. 우리 특유의 정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래서 이종범은, 그리고 이종범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성원은 분명 ‘한국적’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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