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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제대로 하십니까 기혼커플 실천율 높지만 실패율도 높아… 여성 중 낙태 경험자는 다섯명에 두명꼴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임을 어느 정도 하며, 또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박사팀이 전국의 15살에서 44살까지의 기혼여성 6408명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2000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혼커플 중 피임을 하고 있는 이들은 79.3%로 피임실천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방법은 난관수술(18.3%)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콘돔 사용(16.5%), 자궁 내 장치(13.7%), 정관수술(13.0%), 먹는 피임약(2.1%)순으로 조사됐다. 난관수술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정관수술과 콘돔 사용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월경주기법 등 불완전한 피임방법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피임을 하는 기혼여성 중 22.3%가 피임방법을 바꾸길 원했고, 그중 63.4%는 정관수술을 가장 선호했다. 피임을 하지 않은 기혼여성들이 앞으로 선택할 피임방법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 역시 남편의 정관수술이었다(31.2%). 정관수술로 피임하는 경우가 13.0%인 현실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수치이다. 김승권 박사는 “교육 정도가 높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정관수술과 콘돔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과학적 근거는 정확하게 없지만 난관수술과 먹는 피임약이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성의 피임방법 선택권이 늘어나는 가운데 남성의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높은 피임실천율에도 실패율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 가운데 인공임신중절(낙태) 경험자는 다섯명에 두명꼴(39.2%)로 나타났고, 두번 이상 낙태한 이들도 17.1%에 달했다. 불과 10년 전까지 기혼여성 낙태 경험자가 전체의 절반을 웃돌았던 것에 비춰보면 줄어든 상황이나, 아직 상당수의 기혼여성들이 낙태를 피임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낙태 경험자 가운데 임신을 원하지 않았는데도 피임하지 않은 경우는 38.7%였고, 피임에 실패해서 임신한 경우는 다섯명에 세명꼴인 61.3%로 나타났다. 피임에 실패한 이들 중 불완전한 피임방법인 월경주기법을 썼던 이들은 4명에 한명꼴(25.0%)이었다. 콘돔을 사용했던 경우는 13.4%,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불임수술과 자궁 내 장치의 경우도 각각 4.0%, 3.7%로 나타났다. 먹는 피임약과 살(질)정제를 사용했던 경우는 1.1%로 실패율이 가장 낮았다. 김승권 박사는 “피임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넓은 게 확인된다”며 “미혼커플로 대상을 확대하면 그 비율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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