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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밥그릇’ 걱정하는가 의사협회와 산부인과학회의 ‘노레보 수입 반대’, 낙태시술 감소우려와 무관할까
낙태수술로 집단적 이익을 관철한다?
그러나 약물 오남용은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의사 통제 아래 두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라면 의사의 아무런 통제없이 사전피임약이 응급피임용으로 둔갑해 과다복용되고 있는 점이다. 의사들이 응급피임약 수입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더구나 한해 150만∼200만건의 낙태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이 일시적이고 사소한 약물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협회는 지난 4월 특별한 주의 의무만 지키면 현행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낙태허용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낙태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합리화’하는 의사윤리지침을 개정하려다 종교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포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말 산부인과 의사 8명이 살인죄와 낙태죄 등으로 입건된 것과 관련해 온라인상에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대동단결하여 일정기간 동안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환기를 촉구하자”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대외비로 회원들에게 이 의견이 포함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낙태수술을 집단적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중요한 건 의사들의 경제적 이윤동기에 위배된다는 사실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사쪽의 응급피임약 수입 반대 의견이 ‘밥그릇’과 관련돼 있음을 내비쳤다. 응급피임약과 낙태시술은 분명한 함수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응급피임약이 보급돼 낙태시술이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낙태시술은 한건에 얼추 30만원 정도의 수술비가 든다. 연간 시장규모가 4500억∼6천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몇천원짜리 응급피임약 때문에 30만원짜리 수술이 줄어들었을 때 경제적 손실을 보는 건 산부인과 의사와 마취과 의사, 일부 제약사들이다.
“미국 의사들은 응급피임약을 선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수술비율은 43.0%에서 38.6%로 극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런 결과는 1999년 건강보험공단이 제왕절개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표하면서 의료기관들이 제왕절개를 자제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다. 미국 거주 한국인들이 미국 평균 제왕절개 비율 20%에 훨씬 못 미치는 10% 수준을 보이는 것에서 보듯, 우리나라 의사들이 보험수가가 높은 제왕절개를 선호하거나 유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미국 보스턴의대 산부인과 교수 빌 전 박사는 “미국 의사들은 대부분 낙태수술을 꺼려 대부분 응급피임약을 선호한다”며 “한국 의사들이 응급피임약 도입을 반대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아해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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