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송기철씨가 추천하는 드라이브용 음반 5장
먼 길을 가다보면 차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료하고 짜증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는 법. 행여 그렇게 된다면 본 여행까지 기분을 잡칠 수 있다. 답답한 자동차 속에서 역시 여행길 최고의 동반자는 음악. 올 여름 휴갓길에는 새로운 음악으로 새 기분을 느껴보면 어떨까.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가 추천하는 드라이브용 음반 5장을 소개한다.
빌리지 피플 <더 베스트 오브 빌리지 피플>
흔히 빌리지 피플 하면 어딘가 코믹하고 춤추기 좋은 고만고만한 가수 가운데 하나로만 무시하기 쉬운데, 사실 이들처럼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낸 그룹도 없다. 디스코가 얼마나 멋지고 신나는지를 보여줬던 이들의 걸작선. 요즘에도 광고에서 나오는 <마초맨>을 비롯, <캔 스톱 더 뮤직> <샌프란시스코> 등 히트곡이 다 들어 있다.
리사 오노 <프리티 월드>
이름만 친숙한 보사노바음악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음반. 보사노바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히트했고 가장 인기좋은 대표적인 라틴음악. 리사 오노는 일본사람임에도 보사노바의 달콤함, 살랑거리는 상쾌함을 멋들어지게 표현한다. 앨범 전체가 리메이크곡들로 채워져 있어 친숙한 곡들을 새롭게 들어볼 수 있다. 영화 <남과 여>의 주제 음악, 폴리스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 스티비 원더 <유어 더 선샤인 오브 마이 라이프>,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등이 들었다.
O.S.T <더 맘보 킹스>
한마디로 라틴음악의 종합선물세트. 맘보, 차차차, 살사, 라틴재즈가 한꺼번에 들어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라틴 재즈의 거장 티토 푸엔테의 대표곡 <큐반 페테>(쿠바인 피터), 라틴팝과 살사의 여왕 헬리아 크루스의 <관타나 메라> 등과 함께 린다 론스타트, 영화 <라밤바> 주제가로 유명한 로스로보스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정신적 지주 콤파이 세군도가 참여했다. 남미는 무더운 지방인 만큼 시원한 음악이 매력이자 특기. 더위를 시키는 청량감을 주는 데는 최고의 음반.
퀸시 존스 <백 온 더 블럭>
흑인음악의 거장 퀸시 존스의 대표작으로 그해 그래미상에서 8개 부문을 휩쓸었던 음반. 재즈와 힙합, 브라질음악이 잘 버무려졌다. 특히 이 음반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20세기 대중음악사다. 마일스 데이비스, 디지 길레스피, 조지 벤슨, 새러 본, 엘라 피츠제럴드 등 재즈계 슈퍼스타들이 함께했던 초호화진영을 자랑하는 음반. 게다가 레이 찰스와 샤카 칸까지. 이 가운데 <버드랜드>는 더위를 식히는 특효약.
불독맨션의 <데뷔 이피>
여섯곡만 들어 있다고 실망하지 말 것. 여름 아침의 상쾌함과 세련미가 조화를 이루는 역작. 대학가요제 대상 출신의 가수 이한철이 이끄는 불독맨션의 데뷔 음반. 수록곡 가운데 <피버>는 두 가지 버전으로 들어 있는데 둘 다 시원하다. 상쾌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세련된 프로그래밍도 돋보이는 매력.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펑크와 애시드풍의 맛이 세련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차 안에서 듣기 좋은 음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