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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우’ 교육·환경 ‘가’ 분야별 전문가가 평가한 100대 국정과제…지키지 못한 약속 따져보니 총점은 평균 이하
김대중 정권도 이제 집권 몇 년째로 따지는 것보다 ‘남은 임기가 몇년’ 하고 꼽아보는 것이 더 빠른 임기 후반기이다. 1년9개월이라면 아직도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그렇지만 대통령 임기 후반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을 생각하면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여유부릴 처지도 아니다. 그동안 정부 여당이 추진해온 각종 정책들을 점검해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권력유지와 관계된 항목은 낙제점
지난달 집권 민주당의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국민들이 개혁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거나, “이제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들이 터져나왔다. 최근 나타난 급격한 민심이반의 원인을 의료개혁 등 김대중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각종 개혁정책이 좌초하거나 굴절되면서 부작용이 증폭된 데서 찾은 것이다. 이 논쟁은 당시 청와대가 직접 나서 “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일단 잦아들었다. 그러나 당시 시민단체 등 개혁세력들은 “도대체 집권 이후 개혁을 제대로 하기는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과연 김대중 정부는 얼마나 개혁을 추진했는가. <한겨레21>은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인 98년 2월12일 발표한 ‘국민의 정부 품질혁신을 위한 100대 국정과제’를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의 개혁성적표를 매겼다. 이 100대 국정과제는 당시 김대중 당선자가 향후 5년 임기 동안 펼쳐나갈 국정의 골간과 방향성을 제시한 청사진으로 대국민 공약이기도 했다. 당시 인수위는 이 100대 국정과제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3대 국정이념인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 ‘21세기 정보화사회의 준비’를 구현하는 정책을 도출한 것” “장밋빛 청사진보다 고통스럽더라도 필수불가결한 과제를 발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편차가 좀 있다. 통일분야가 5.0점(약간 잘함)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높게 나타나는 각종 여론조사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외교(4.2점), 복지(4.1점), 여성(4점), 국방(4점)도 보통(4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복지분야의 경우 최근 의약분업 사태, 건강보험 재정 파탄위기 등에도 뜻밖에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사회복지 확대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평가위원들의 지지로 해석된다. 최하위 평가를 받은 분야는 환경이었다. ‘잘못’∼‘약간 잘못’ 사이였다. 교육도 최하위권에 속했다. 최근 새만금 간척사업과 수돗물 바이러스 발견, 교원 정년 단축, 고액과외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많았던 분야가 전문가들로부터도 혹평을 받았다. 이어 중앙행정(3.2점), 경찰·법무, 경제, 지방행정, 문화 등의 차례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대체로 낮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몇 가지로 나뉜다. 우선 검찰·경찰처럼 권력유지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분야의 경우 개혁실적이 민망하기 그지없다. ‘검찰·경찰의 중립 보장’ 항목은 전체 국정과제 가운데 평가위원 2명 모두로부터 유일하게 최하위인 1점을 받았다. 김 대통령이 야당 시절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특별검사제,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정권 안보차원에서 헌산짝처럼 내던졌다는 평가였다.
이해집단 대립하는 경우에도 무기력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 대한 평가도 냉혹한 편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책임강화 등을 수반해야 하는 사회분야의 개혁은 혹평을 받았다. 최하위권 평가를 받은 교육분야는 굵직굵직한 논란거리도 많았지만, IMF 구조조정을 이유로 교육재정을 지속적으로 감축시켜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윤정일 교수). 체육분야에서도 정부의 공공체육시설 경영수익확보 압력으로 국민체육의 정책실패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없거나 갈등이 적은 경우는 나름대로 역량을 발휘했다. 통일·외교분야가 대표적인 경우다. 경제분야는 당장 경제위기 극복에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 후한 평가를 받은 편이다. 외채구조 개선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지원 강화 등 외부의 압력에 따른 정책과제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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