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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당신들의 과도한 분노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고함… 한국의 반발은 ‘교과서 모임’을 신나게 할 뿐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관심조차 없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교과서 모임)은 역사교육이 일본사람으로서 ‘긍지, 애국심’을 고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일본의 근대화와 그뒤의 전쟁에서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상을 강조하는 것도 애국심 고취의 한 방법일지 모른다. 실제 세계 많은 나라에서 역사교육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대해 적개심을 선동하는 듯한 기술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전후 일본의 교과서나 ‘교과서 모임’의 교과서에도 그런 적개심을 선동하는 기술은 없는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반일·극일’의 역사교육을 전면으로 내세워 애국심을 고양시켰던 것은 아닌가. 나는 한국의 교육실정을 잘 모른다. 그러나 얼마 전 읽은 일본어판 책 <왜 한국은 안되는가>(<조선일보> 조성관 지음)에는 다음과 같은 기술도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극일교육을 받아왔다. 일본과 일본인을 냉정하게 볼 수 없게 하는 훈련을 받아왔다. 일본인을 ‘왜놈’이라며 바보취급하고 무시하는 것이 마치 애국의 길인 것처럼 배웠다.” 이 글을 통해 추측건대 한국에서는 ‘반일·극일을 국시’로 하는 교육이 행해지고 있는 듯하다. 나라마다 사정이 있는 만큼 나는 한국의 교육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생각은 없다. 다만 평범한 일본사람 대부분은 이번 교과서 문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일본사람 입장에서는 과잉반응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한국의 반발에 정작 즐거워하는 쪽은 ‘교과서 모임’의 구성원들일지 모른다. 사실 일본에서 이들은 별볼일 없는 존재로 취급된다. 한국에서는 교과서를 만드는 위원이라면 대단하게 볼지 모르지만, 일본은 비슷한 여러 모임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까지 나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높아진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교과서 모임’의 한 사람인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한국 등의 반발에 대해 <사피오>에 ‘다른 나라의 교과서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내정간섭이 아니라면 이쪽(일본)에서도 한국, 중국의 교과서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썼다.
양국간 역사인식 공유는 불가능
솔직히 보통 일본사람들은 전쟁 전 일본의 교육을 모른다. 그때의 ‘애국심’도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과 청년들의 마음은 순수했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애국심을 위정자들이 이용하는 일이다. 일본이 한국의 요구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영원히 일본사람들은 애국심을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피해를 당한 나라쪽 심정에서 불안과 분개를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지금 일본사람들이 애국심을 갖는다고 해도 이것이 ‘황국 일본의 부활’과 결부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사람들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등 두번의 큰 전쟁으로 전쟁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과 공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독일은 ‘나치는 일시적인 히틀러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것을 프랑스의 교과서에 쓰라고 권고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등에서는 과거의 사죄나 역사인식을 말할 때 독일 예를 자주 거론한다. 하지만 침략국 독일이 프랑스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권고를 하듯 독일의 역사교육은 프랑스만의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종교나 언어 등 공통성이 있는 유럽에서는 각 나라가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언어, 문화, 종교가 상당히 다양한 아시아에서 역사인식 공유는 어려울 것이다. 일찍이 전쟁을 겪고 국경을 접한 나라인 타이와 라오스,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도 역사인식의 공유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본과 한국은 19세기 중반까지 같은 역사를 갖고 조선반도에서 많은 지식과 문화도 전달받았다. 때문에 그때까지의 역사인식 공유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근대 역사인식의 공유는 어려울 것이다. 일·한 두 나라와 나라, 정치와 정치가 서로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참견일지 모르지만, 일본과 한국이 역사인식을 공유하기 전에 한국과 북조선의 동포끼리 역사인식을 공유한다면 어떨까. 남북 쌍방의 역사인식 공유가 가능하다면 서울에 ‘김일성 혁명역사박물관’이 건설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남과 북의 정권이 객관적으로 서로의 역사를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1982년에도 지금처럼 역사 교과서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때는 일-한 두 나라의 국회의원에 의해 왜곡시정특별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내용 일부를 검정에서 수정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한국은 ‘검정’을 통과한 뒤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검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볼 때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일본 정부가 이미 인정한 교과서를 외국이 항의한다는 이유만으로 재수정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미 검정통과시킨 일본의 자존심도 걸려 있는 문제다.
자율에 맡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교과서 모임’의 교과서가 얼마나 실제 학교에서 채택되고 사용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또 일본의 언론풍토에서는 다양한 역사인식에 따른 교과서가 등장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본의 자유주의 성숙도에 대한 판단은 별개의 문제지만, 어쨌든 자유주의가 성숙한 사회라면 ‘교과서 모임’이 만든 교과서도 검정없이 자유롭게 발행되고 선택자의 판단에 맡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인식과 다양한 사고방식은 건전한 사회의 반영이라고도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대다수 일본사람들은 교과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일본인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분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이 ‘교과서 모임’의 교과서를 문제시하지 않는 것이 한국이 지적하는 것처럼 일본사람들이 예전의 역사를 미화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사람들은 한국이 역사관을 항상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고, 바로 그 점을 싫어한다. 솔직히 말하면 상당수 일본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또 한국 내부에 무슨 정치적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괜한 일본을 트집잡는구나”라며 시큰둥하게 생각한다.
조난 유우(城南雄)/뉴스스테이션(아사히방송) 방송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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