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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언장은 어느 곳에… 상속에 얽힌 세간의 관심사… 고문변호사는 “유서 없다”고 주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은? 그리고 그 재산을 누구한테 물려줄까? 재벌가의 상속에 얽힌 문제는 언제나 세간의 관심사이다. 한때 정 회장은 한국 최고의 갑부이자 세계 기업인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갑부로 꼽혔다. 95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추정한 재산은 52억달러, 당시 환율기준으로 5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은 밖으로 드러난 재산규모가 1천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몽구·몽헌·몽준 형제들간 기업분할 과정에서 정주영 회장의 주식지분이 슬금슬금 나뉘어졌고, 현대건설 등 일부기업들의 부실화로 주가도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지분 15.77%(5천62만주)를 비롯해 중공업(0.51%, 38만주)과 상선(0.28%, 28만주) 등 보유주식 평가액을 다 합쳐봐야 약 830억원, 청운동과 가회동 집이 100억원, 지난해 현대건설 대표이사직을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중 남아 있는 돈이 1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현대건설 주식 718억원어치는 아들들에게 상속을 하지 않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회사에 무상출연하기로 했다. 또 청운동 자택도 일찌감치 장남 몽구씨에게 넘겨줬다. 나머지 재산은 상속의 가닥이 잡혀봐야 당사자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인의 유언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장례기간에 유족과 현대그룹의 대변인 구실을 한 정순원 현대·기아차 부사장은 정 전 회장의 타계 직후 “유언장은 추후 가족회의를 통해 공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언장과 관련해 그동안 현대 주변에서는 “92년 대선 직후에 작성해 깊숙한 곳에 보관돼 있으며 내용은 고인과 40년지기이자 고문변호사였던 문인구(77) 변호사만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런데 문 변호사는 지난 23일 청운동 빈소에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유언장 작성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수년전 정 명예회장에게 연세도 많아지니 유서를 만들 수 있으면 만들라고 몇 차례 얘기했는데 본인이 마다했다”며 “혹시 본인이 자필로 유서를 썼으면 몰라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유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다만 “본인 외에도 집안 어른들이 많으니까 혹시 최근에 만들었을지 모르겠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정주영 회장은 8남매의 맏이로 현재 남한에 살아 있는 가까운 친척 가운데 최고어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빙성 있게 들리지 않는다.
주가는 3월23일 종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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