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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누구를 위한 NMD인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 계획을 바라보는 중국·러시아·일본 유럽의 입장
하나의 중국 NMD가 막을 쏘냐
중국은 NMD가 북한, 이란, 이라크를 겨냥하고 있다는 미국의 말을 믿지 않는다. NMD는 바로 중국대륙을 겨냥한 것으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내심 2020년에 일본을 제치고, 2050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원대한 청사진을 세워두고 있다. 미국 또한 13억의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이 이르면 20년내에 ‘슈퍼 파워’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본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NMD를 방어체제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강한 미국’을 외치는 조지 부시 정권이 클린턴 전 정부보다 더욱 강하게 NMD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NMD 반대 이유는 군비경쟁 가속화에 따른 동북아 안정의 위협이다. 또 NMD는 미국이 73년 러시아와 맺은 ABM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공동대응 전선을 모색하고 있다. 장쩌민 국가주석은 7월께 러시아를 방문해 중·러 우호조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또 지난 2월에는 루돌프 샤핑 독일 국방장관을 불러 NMD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유럽과도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이 NMD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만 때문이다. 지난 97년 홍콩, 99년 마카오를 각각 되찾은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로 ‘하나의 중국’을 완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NMD와 TMD가 대만의 독립을 부추긴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거듭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면서 대륙투자 유치로 단도리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95년 이후 전년대비 최대폭인 17.7%나 증가한 약 1410억위안(한화 약22조5천억원)으로 책정해 NMD에 대비한 예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9일 이번 국방비에 연구개발비와 우주발사실험 비용 등이 누락됐으며 실제비용은 더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부시 정권이 NMD 실험 등 기본틀을 잡으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강경대응책도 생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초 중국이 미국의 핵미사일 공격을 맞받아칠 수 있는 소형이면서 정확한 핵미사일을 개발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NMD 망을 피할 수 있는 다탄두 핵미사일도 고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당분간은 미국과의 정면대결보다는 부시정권에 NMD의 요격미사일 수를 제한하는 절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첸치천 외교담당 부총리가 18∼24일까지 부시 정권과의 첫 대면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틈새 비집고 잇속 챙긴다
미국의 NMD 계획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전역미사일방위(TMD) 때보다는 소극적이다. 현재 일본 정부가 NMD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은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미국이 최근에 탄도미사일 확산을 자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이에 대처하는 외교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NMD 계획을 검토하는 것은 일본 정부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다른 동맹국이나 러시아 등과 충분히 협의한다고 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것이고, 세째는 이 문제가 군비·군축을 포함한 세계의 안보환경 향상에 이바지할 것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조심스런 분위기이나 미국쪽의 주장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일본 정부는 NMD와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략미사일방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 계기는 물론 1998년 8월31일 북한의 대포동1호 미사일 발사이다. 그동안 미국의 연구 참여에 국내 여론 등의 눈치를 살피던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연구개발 계획에 동참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99년도 방위청 예산에 처음으로 9억6천만엔이 계상됐으며, 2000년에는 무려 20억48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그러나 개발 완성 시점 목표가 2007년이고 먼저 미군에 배치된 뒤 5년 정도 뒤에나 들어올 예정이어서 실제 배치는 2010년이 넘어야 된다는 점, 배치·운영하는 데 1년에 1조엔 내지 1조8000억엔이 든다는 점 등의 이유로 내부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또 그때가 되면 이 개발계획의 단초를 제공한 북한이나 중국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본이 이에 참여한 것은 첨단기술을 팔려는 업계의 이해관계와 스스로의 무장을 강화해 군사적으로 지역의 강국이 되길 바라는 보수 정치인 등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은 당연히 NMD 계획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현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일단 TMD 때처럼 일본국민을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이라는 요소가 없다. 국제적인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단 냉전 때 일본 안보의 가장 위협요인으로 꼽혔던 러시아가 가장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지금은 냉전해체로 러시아의 안보위협이 많이 줄었지만, 일본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북방 4섬 문제에 대해 양보받기 위해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여서 러시아의 비위를 공개적으로 거스르기 어렵다. 또 중국과도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이밖에 미국의 우방인 서유럽의 국가들이 아직까지 미국의 계획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것도 일본에겐 부담이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국 신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계속 구사하면서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할 경우 일본은 보다 분명하게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강한 미국은 세계 평화의 걸림돌
미국 NMD 계획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전개돼 왔다. 하나는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적 통로를 적극 활용, 미국의 구상이 세계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고 지역정세에서 미국 일변도의 정책전개가 각국의 이익과는 상치한다는 것을 설득시킴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스스로 이 계획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주도적으로 군축을 주장함으로써 미국의 구상 자체가 실현되지 않게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러시아는 지난 한해 동안 미국의 NMD 구상이 비현실적이며 국제적 전력불균형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임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 외교를 펼쳐왔다. 푸틴은 그동안 중국, 인도, 북한 등 전통 동맹국 순방 자리에서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확보했다. 또 푸틴은 미국주도에 의해 국제질서가 일방적으로 재편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유럽의 심리를 적절히 활용해 유럽국가들로부터 적절한 동의를 끌어냄으로써 사실상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은 이탈리아를 순방한 자리에서 최초로 러시아와 유럽이 주도하는 새로운 방위망의 구상을 표현했고, 7월에는 맹방인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주석과 미국의 NMD 체제에 결정적인 반대를 표시하는 결의를 이끌어냈다. 잇따라 7월21일 오키나와 G8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클린턴과의 재회에서 국가미사일방어망 계획 대신 전략무기감축 협정의 3단계 조인을 제안하는 등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그간 러시아의 공식입장은 지난해 발표한 이른바 ‘11월13일 선언’으로 요약된다. 푸틴은 이 선언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상호적으로 보유 핵탄두의 수를 그간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확인되었던 2500개의 수준이 아닌 1500개의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군축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의 NMD 계획에 제동을 건다는 복안인 것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미국의 NMD에 대항해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공동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조금더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등 유럽을 반 NMD 진영에 머물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미국의 의회와 국민정서상 미국의 NMD를 설득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NMD 참여, 수순만 남았나
그러나 최근 유럽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변화의 목소리를 처음 전한 것은 독일 정부였다. 슈뢰더 독일 총리는 2월28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동의하고, 유럽연합이 NMD 논의에 참여하게 된다면 독일로서는 굳이 NMD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NMD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이어 3월7일 <자르스브뤼커차이퉁>과의 회견에서 ‘독일이 미국의 NMD계획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만약에 우리가 꼭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돌아가고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독일은 고립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NMD 계획 참여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는 사실상 유럽연합에서 처음으로 흘러나온 긍정적인 소리다. 또한 NMD가 불붙일 군비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는 영국도 유럽보다 미국과 강한 유대감을 보였던 군사·외교적 전통에 비춰볼 때 결국 NMD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의 또다른 축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주도권에 대한 반감을 표출해왔고 NMD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도 유럽신속대응군 창설을 통해 미국의 군사적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미국의 동의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과 프랑스, 독일 기업들이 NMD의 핵심장비인 패트리어트 PAC-3의 개발에 참여해 온 점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이런 변화에는 미국의 집요한 설득작업도 한몫했다. 부시 정부는 출범직후부터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유럽에 상주시키는 등 우호적인 여론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 각국의 보수당 출신 전직 국방장관들을 미국에 초청해 NMD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모습도 보여왔다.
사실 유럽연합은 구조적으로 NMD를 반대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유럽신속군 창설뿐 아니라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에서의 평화유지도 미국의 도움없이는 힘든 형편이다. 3월 들어서는 프랑스 언론들도 ‘기술적 참여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3월말로 예상되는 슈뢰더 총리의 미국방문과 뒤이은 유럽정상들의 미국방문에서 NMD에 대한 구체적인 수준의 논의가 예상된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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