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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주류여, 다시 단결하라? 한국 정치사에서 주류 결집 부른 세가지 계기… 정권 재탈환 욕구가 네번째 결집 부른다
그러나 한국 현대정치사 전반의 흐름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당권 장악 차원이 아니라 국가권력 장악 차원에서 주류 정치세력과 비주류 정치세력이 구분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한 견지에서 볼 때, 우리 정치사에서 주류 정치세력의 형성과 결집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3번의 계기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분단과 전쟁, 반공세력의 등장
우선 그 첫 계기는 분단과 전쟁으로서, 이 과정을 통해 반공세력은 한국정치의 주류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반공세력은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의 갈등 과정을 통해 그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좌파세력은 비주류라기보다는 아예 적대세력으로서 제거되었고, 김구의 민족주의 우파세력과 중간파의 김규식세력 그리고 이들의 맥을 어느 정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 제헌의회 당시의 소장파그룹 역시 철저히 약화되고 소외당했다. 뒤이어 이어졌던 50년대의 정치 역시 반공세력이 주류 정치세력으로 존재했던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물론 50년대 중반 이후 등장했던 민주당과 진보당이 자유당 중심의 반공 주류세력에 도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자유당 반공세력의 주류 정치적 위상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은 아니다. 해방 이후부터 50년대에 이르도록 주류 정치세력의 위치를 점했던 이같은 반공세력의 존재와 관련하여, 우리는 그들이 그 이전 시대, 즉 일제시대에 한국인으로서는 기득권세력이었던 친일파세력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해방과 더불어 좌우 갈등 속에서 또는 민족주의세력과의 갈등 속에서 처벌과 청산의 위기를 거쳤지만, 냉전 및 분단 상황에 편승하여 재부상할 수 있었던 그들은 국가권력 장악의 주류적 정치세력의 위치를 강력하게 구축하고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국전쟁의 경험을 통한 반공주의 수용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자발성에 의한 수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그런 점에서 강요된 수용이었고, 소극적인 수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극적 수용 역시 반공주의 수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기득권을 온존시키고 강화할 수 있었던 주류권력과 반공권력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반공주의 수용과는 달리, 일반주민들에 의해 수용된 반공주의는 자신의 기득권과 상관없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체념주의와 함께 수용된 것이었다. 반공국가 건설 과정에서 주류적 정치세력이 될 수 있었던 반공세력은 5·16쿠데타 이후 압축적 산업화의 전개 속에서 군부 중심의 개발독재세력으로 변모되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주류 정치세력의 제2차 결집은 5·16을 계기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양적인 경제발전의 대가로 장기 독재를 요구했고 18년에 걸친 박정권의 장기 집권은 바로 그러한 요구의 결과였다.
제2차 결집 가져온 5·16
그런 점에서 본다면, 1987년 6월 민주화대항쟁은 그동안 국가권력 장악의 주류 정치세력으로서의 독재세력과 비주류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화 야당세력의 위치가 서로 뒤바뀔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야당 양 김씨의 분열과 지역감정의 등장으로 인해 민주화운동세력은 패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옛 독재세력은 여전히 그 집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옛 독재세력의 주류 정치적 위상이 위협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6월 민주화항쟁의 여파와 88년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그들의 위상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옛 독재세력이 90년 3당합당을 통해 일부 민주화 야당까지 흡수하는 가운데 재결집의 모습을 갖추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였다. 즉 과거 옛 독재세력 중심의 주류 정치세력은 민주화 압력 속에서 그 3번째 결집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3당합당이 지역 연합정권으로서의 김영삼 정부의 탄생을 가져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뒤인 96년 대선에서 이 주류 정치세력은 연속적인 집권에 실패했다. 그것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분석대로라면, “소수의 전라도와 충청도가 뭉쳤고 여당이 분열되었던” 한편, “한국사회를 떠받쳐온 합리적 중도적 보수층이 DJ의 정권 교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가 집권했다 하여 민주당이 민자당, 신한국당에 대신하여 주류 정치세력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긍정적이기 어렵다.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소수정권으로서 자민련과 공동정권을 꾸려나가지 않을 수 없는 한편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현실에서 김대중 정부가 명실상부한 주류 정치세력으로 평가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화 압력 모면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 총재가 주장하는 주류론은 김대중 정부에 의한 정권 교체 뒤 권력 탈환을 도모하기 위한 주류 정치세력의 네 번째 결집론 또는 대동단결론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에 대한 기존의 보수 기득권세력의 반발, 김대중 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영남의 지역감정, 그리고 보수 및 안정 희구의 중산층이 느끼는 김대중 정부의 개혁에 대한 피로증세 등이 드러나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요컨대 탈독재 민주주의 이행 및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허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의 위상과 그에 따라 더욱 강화되고 있는 주류 정치세력의 정권 재탈환 욕구가 이 총재에 의한 4번째 주류 결집론, 즉 신판 ‘보수대연합론’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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