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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주류론’으로 대선을 돌파한다? 이총재 발언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합리적인 메인스트림(main stream)들이 2002년 선거에서 새로운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97년에는 메인스트림들이 정권을 교체할 필요성에 대해서 더 강하게 느꼈던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 섭섭함도 있었지만 메인스트림들이 그런 판단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 총재는 이어 “2002년에는 현 정권에 대한 실험이 거의 끝났기 때문에 역사적 기대에 어긋한 현 정권에 대해서는 확실한 심판을 해서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주리라 본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 총재의 발언은 일본 신문들에서는 대략 보도됐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언론에서만 그것도 아주 짤막한 단신으로 보도됐다. 그뒤 일주일쯤 뒤인 지난 2월14일 낮, 이 총재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가진 만남에서 이른바 주류심판론을 다시 언급했다. 이 총재가 거듭 주류심판론을 역설하자 민주당이 결국 그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명석 부대변인은 이 총재의 발언을 “편가르기 발상”이라며 몰아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날인 16일에 열린 당4역회의에서는 더욱 강도있게 이 총재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대착오적인 발상”(김중권 민주당 대표), “보수기득권 세력을 포장한 것”(추미애 지방자치위원장), “민주당을 비주류로 보고 다시 주류가 집권해야 한다는 생각”(송훈석 수석부총무). 김영환 대변인은 ‘비주류를 위한 변명’이란 시를 통해 이 총재의 주류론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렇게 목청을 높이자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메인스트림이란 말은 주류라고 번역되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 본류라는 해석을 많이 한다”면서 “이 총재는 메인스트림이란 표현을 썼지 주류란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생각하는 주류란 도대체 누굴 가리키는 것인가. 이 총재 측근인 윤여준 의원은 “(주류란) 목소리는 높이지는 않지만 사회중심에 존재하는 그런 세력”이라면서 “영남출신이 상당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또다른 측근은 “(이총재가 말한) 메인스트림은 말없는 다수 중산층”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중도보수세력”(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안정희구 세력”(하순봉 부총재), “합리적 보수주의자들”(권철현 대변인)이란 당내 해석도 있었다. 한나라당은 이 총재의 발언이 뜻밖의 논란에 휩싸이자 보도자료를 내 이를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주류는) 이 나라 건국의 단계부터 근대화, 민주화 단계를 거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중심을 이루어왔고, 건국·근대화·민주화에 참여했던 모든 세력을 총칭하는 역사적·통합적 개념이다.” 정작 이 총재 자신은 최근 정계입문 5주년을 기념해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재가 말한) 메인스트림이 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회의 변화방향을 이해하고 선도하는 사람의 그룹이다.” 그렇다면 극히 소수의 선각적인 엘리트를 말하는가?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소수는 아니다. 그것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다. 경제적 중산층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답했다. 이런 이 총재의 답변이 그가 생각하는 주류를 솔직히 담았다고는 물론 볼 수 없다. 이 총재가 왜 갑자기 주류론을 설파했나 하는 점도 궁금한 대목 중 하나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이를 “대선을 앞둔 하나의 사전포석”으로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편가르기를 한 적이 없다. 이인제 등 차기주자들은 충청권이나 세대교체론 등을 이야기하면서 재미를 봤지만 총재는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메인스트림론은 처음으로 나름대로 편가르기를 한 셈이다.” 즉 이 측근은 이 총재가 주류론을 통해 자신의 지향기반, 정치적 이념의 큰 지침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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