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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부모만 책임질 일인가 우리나라 유아교육 수준 OECD국가중 최하위… 유아교육법 개정은 찬반논란중
이는 모두 영유아에 대한 보호와 교육을 순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묻는 우리나라 영유아 교육체계가 안고 있는 모순에서 비롯하는 풍경이다.
유치원-보육단체들 이견
이를 계기로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번에 걸쳐 공론화됐던 ‘유아교육법’ 제정 논란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 3∼5살 유아를 위한 유아학교 설립을 위한 국가적 지원과 취학 직전 1년 동안의 무상교육 실시’를 뼈대로 하는 유아교육법 제정과 이를 통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는 김대중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다. 이에 앞서 김영삼 정부 아래서 활동한 교육개혁위원회도 1997년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개편하고 보육시설도 유아학교 전환을 허용하며 만 5살 무상교육 등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해 재정투자를 확대한다”는 합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뒤 김대중 정부 들어 1999년 여야의원 94명의 발의로 ‘유아교육법 수정안’이 정기국회에 상정됐으나, 보건복지부와 보육시설 단체, 학원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15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정부의 방침을 두고도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기미가 모인다. 문제는 새롭게 논의되는 유아학교가 기존의 유치원과 함께 보육시설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하고 있다. 우리의 유아교육제도는 크게 보면 교육부-교육청 관할의 ‘반일제 유치원’과, 보건복지부-지자체 관할의 ‘종일제 보육시설’로 이원화돼 있다. 특히 만 3∼5살 유아는 2개 부처에서 중복관리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이원화 체제는 정부예산 낭비, 학부모의 시설 선택 혼란, 과도한 원아모집 경쟁,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계층간의 위화감 등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이원화 체제에 덧붙여 각종 사설학원, 교습소, 선교원, 스포츠센터 등에서도 ‘유사 유치원’ 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유아교육 개혁에 찬성하는 교육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원화 체제를 0∼2살의 영아보육을 위한 보건복지부 관할의 영아보육시설과, 3∼5살의 유아교육을 위한 교육부 관할의 유아학교로의 연령구분 체제를 구축한 뒤 재정지원을 늘려나가면 영유아 보육·교육의 공공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안을 추진중인 교육부는 “영유아에 대한 교육체계가 소관부처의 이원화와 근거법률의 중복, 이로 인한 교육기관 난립으로 교육의 질 관리소홀은 물론 인적·물적 자원의 중복과 비효율성이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또 국가의 재정지원 확대로 학부모의 유아교육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유치원 관련 단체들은 유아학교 설립이라는 총론에 찬성하고 있다.
교육부 예산에서 겨우 1% 투입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공립 어린이집이 주축인 한국보육시설연합회, 전국유아미술학원연합회 등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행대로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각각 선의의 경쟁을 통한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단체들 역시 “유아학교 체제로의 전환은 유아의 발달적 특성을 무시하는 또다른 규격화·획일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50년 동안 역대 정부가 경제성장과 개발 이데올로기 아래서 영유아 보호·교육 문제를 부모와 가정의 개별 책임으로 치부하면서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외면한 채 시장경제원리에 따르도록 방치해온 데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부산대 임재택 교수(유아교육)는 “정부의 영유아 관련 예산 규모와 지원정책을 보면 시장논리에 맡겨진 아이 키우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며 “이로 인해 한국의 유아교육 현주소는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아교육 예산은 2000년 현재 교육부 예산의 약 1% 수준인 2250억원으로 공립유치원의 인건비와 운영비에 거의 대부분 지출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또 보건복지부의 2000년 보육사업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3046억원으로 공공 보육시설에 대한 인건비 지원과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이 주류를 차지하고 민간·가정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은 극히 미진하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들의 경우 전체 교육예산 가운데 유아교육 예산 비율이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다. 스웨덴이 17%, 프랑스 11.5%이며 OECD의 평균 비율은 7%로 초등교육 예산과 거의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아교육 공급의 80%를 맡고 있는 사립시설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는 데 비해 선진국에서는 사립시설에도 공립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임 교수는 “1996년과 1999년 법제정 시도가 실패한 것은 관련 단체와 부처이기주의 때문이었다”며 “난마처럼 얽혀 있는 유아교육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와 관료들이 고질적인 부처이기주의를 버리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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