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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동북아 열강, 긴장의 나날 부시의 미국에 촉각 곤두세운 한반도 주변국… 느긋한 일본, 중국·러시아는 공동대응 모색
부시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도 새로운 국제관계를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금 느긋한 입장이 됐다. 모리 요시로 총리는 3월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대북공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NMD와 TMD에 대항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장쩌민 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데 이어 안보조약 체결을 목표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도 남북한 정상과 직접 만나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공동관심사를 논의하며 미국의 TMD와 NMD 강행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본 중국 일본 러시아의 분위기를 전한다.
일본 | 반가운 부시, 중·러·북 뭉치면 걱정
외교안보정책에서 자기색깔이 모호한 일본의 대미추수적 자세를 엿볼 수 있지만, 일본 국내사정을 보더라도 올해 상반기중에 북-일관계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국교교섭 11차 본회담 때 “쌍방이 준비가 되는 대로” 열기로 했던 12차 회담은 지금까지 일정협의조차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일본 정부는 부시 정권 등장으로 일단 느긋한 입장이 됐다. 클린턴 정권 때의 극적인 북-미접근과 한반도 정세변동은 일본 정부를 몹시 당혹스럽게 만들었으나 ‘검증과 감시가 가능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는 부시 정권쪽의 자세는 안도감을 안겨줬다. 일본으로서는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도 ‘친일적’ 부시 정권의 등장을 크게 환영했다. 게다가 아시아정책에서 ‘일본 중시, 미·일안보동맹 확대강화’까지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본은 상당히 유리해진다. 중국방문을 통해 그 조짐이 완연해진 북한의 개혁·개방이 현실화한다면 북한은 더욱 일본쪽 자금과 기술제공 가능성을 의식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일본 국내사정은 대북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모리 요시로 총리 지지율은 20%를 밑도는 최악의 상태다. 7월 하순으로 예정된 참의원선거에 모리 총리체제로 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집권 자민당 내에 적지않다. 이런 마당에 모리 정권이 인기없는 대북 적극정책을 강행할 리가 없다. 미국 대외정책의 과도기적 불투명성, 유동적인 남북관계와 내년 한국 대통령선거 등의 불안요소들까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외무부는 부시 정권이 강경자세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 경제제재 완화와 경협을 매개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을 해소하고 북-미통로를 넓혀간다는 페리 프로세스의 기본틀은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 사안들의 단계적 타결을 통해 지반을 넓혀가는 부시 정권의 현실적 노선이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오히려 북-미접근 가속화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시 정권의 일본 역할 확대요구가 대북지원 확대요구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런 기조 위에서 서구의 대북수교 가속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서울방문 실현 등의 변수들이 겹친다면 일본의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역미사일방위(TMD)구상에 대한 중국-러시아-북한 연합전선 강화도 부담이다.
중국 | TMD가 대륙을 겨냥한 것이라면…
중국은 ‘힘에 의한 평화’를 앞세우는 부시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국가안보 이익이 침해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국이 북한과 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국가의 위협을 명분으로 TMD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실제 미국의 중국정책 선회는 분명하다. 우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적도 화해할 수 없는 적도 아니다. 중국은 역내 졍쟁자이자 잠재적 라이벌”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한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대미견제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1월20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쩌민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공동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방짜오 대변인은 두 나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양국의 관심사와 중대 문제에 대해 견해를 나누었다. NMD와 TMD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유리하면 지지하지만 불리하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 향후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 중국이 최근 상하이를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를 깍듯이 배려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 개혁·개방의 후견인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미국만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조정자가 아니라는 것을 국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는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 지원을 통해 미국의 TMD, NMD 추진 명분을 미리 제거할 필요가 있는 현실적 이유도 깔려 있다. 중국은 남북화해와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TMD, NMD 추진의 근거가 약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러시아와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에 이어 장쩌민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해, 러시아와 안보조약을 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13일 “두 나라가 80년 파기한 상호 우호협력조약을 대체하는 신조약을 통해 50년대 스탈린 시대보다 긴밀할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정부의 TMD, NMD 강행 움직임이 북한-중국-러시아 등 북방 3국의 새로운 연대모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 다면적 외교로 미국의 군사패권화 압박
푸틴 대통령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목적에서 고려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TMD, NMD 추진에 대한 공동보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 이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러시아는 미국의 TMD, NMD 추진에 대한 대응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72년 미국과 옛 소련간 우주공간에 군사용 무기를 배치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감축협정을 유지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 TMD, NMD를 추진하려는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17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세르게이 이바노프가 프랑스를 방문해 알레나 리샤라 국방장관으로부터 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 감축협정 유지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5일에는 러시아 외무장관 이고리 이바노프가 이탈리아 외무상 람베르토 비니를 만나 72년 협정 유지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외교적 노력말고도 미국의 TMD, NMD 강행에 대한 군사적 대처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25일 “미국이 NMD를 강행할 경우 러시아는 앞으로 10년 동안 군사비를 2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러시아가 NMD에 맞서는 강력한 방어망 구축을 위해 국내총생산의 5%에 해당하는 900억파운드를 국방비에 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한반도 전략은 경제적 동기와도 연관돼 있다. 러시아는 복원되는 경의선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계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올 상반기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구체적 협의를 진행시킬 계획이다. 러시아쪽 계산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물동량은 1년에 6천만 콘테이너에 이르며, 이 가운데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하는 물동량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경의선 철도와 연계할 경우 8000㎢에 이르는 거리단축에 따른 수송비 절감으로 물동량의 급격한 증가라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도쿄=한승동 특파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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