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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여자여 잠잠하라” 종교 안의 가부장적 위계문화… ‘여성목사 안수’를 이단 취급하기도
열성적 신도는 여성이 훨씬 많지만…
심지어 여성목사 안수를 이단으로 취급하는 교단도 있다. 여성목사의 안수를 허용하지 않을 때 종종 동원되는 말은 <고린도전서> 바울서신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대목과 예수의 12제자 중 여자는 한명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총무를 맡고 있는 성명옥 목사는 “여성목사에게 안수를 주지 않는 것은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지 않고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한 탓”이라고 비판한다. 문화관광부가 파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개신교 목회자(목사, 부목사 등)는 12만명 가량이다. 그러나 기장 여성목사가 118명, 감리교 여성목사가 300여명, 예장통합 여성목사는 203명이다. 대부분 여성목사들로 이루어진 여목총회의 여성목사들을 합해도 전체 목사 중 여성목사의 비율은 1%가 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신교 여성목회자들과 신도들은 이 수치가 바로 교회 안의 여성지위라고 잘라 말한다. 여성목사를 허용하는 교단에서도 여성목사를 부목사나 담임목사로 초빙하는 비율은 무척 낮고, 교단에 따라 구역 할당, 사례비 지불, 사택·자동차 지급 등에 차별을 두기도 한다. 여성의 사제서품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천주교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일례로 각 천주교회의 운영위원회라 할 수 있는 사목위원회에서 여성이 위원장을 맡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교구별로 구성되는 평신도협의회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대교구 복음화사무국 강영옥 박사는 “성서모임, 구반장 교육, 고해성사 등 실제 교회활동에 열성적인 여성신자의 비율은 80∼90%에 이르지만 정작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10% 이하의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 박사는 “각종 성당행사가 있는 날이면 음식장만부터 뒷설거지까지 온갖 궂은 일을 담당하지만 그 일은 가사노동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므로 한국 가톨릭교회 안에서 평신도 여성의 지위는 피라미드 구조의 최하층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주교회 안에서 성직자-평신도라는 구별과 남성-여성이라는 구별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그것이 차별의 벽을 두텁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제도적 차별 외에도 △일부 남성평신도와 수녀들에게만 성체분배권이 허용되고 여성평신도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 △여자어린이에게 복사를 안 시키고 유아세례 때 맨 앞에 여아가 있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풍조 △여성비하를 조장하는 성서 해석과 강론 △미사포 등 여성평신도의 복장에 대한 간섭과 제약 등 제례에서의 차별도 일상화돼 있다. 불교의 경우 여성승려인 비구니가 법회를 주관할 수 있고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81명 중 10명이 ‘여성할당’으로 돼 있어 표면적으로는 여성지위가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종교 밖 연대모임은 활발한 편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여성불자는 “대부분의 예불과 공양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개인신앙 형태를 띠기 때문에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평신도들이 종교 내부의 문제를 고민할 기회가 적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여성의식도 낮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진통 끝에 창립된 조계종 산하 불교여성개발원이 불교계를 통틀어 유일한 여성단체인 것도 불교계 여성지위를 나타내는 징표일 것이다. 각 종단이 남녀승려와 남녀신도 등 사부대중을 불교의 주인이라고 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와 많이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종교 내부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발언권에 비해 여성종교인들의 종교 밖 연대모임은 활발한 편이다. 불교의 비구니, 원불교의 정녀, 천주교의 수녀로 이루어진 ‘삼소회’는 소리소문 없이 대외활동을 벌여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염 목사는 여성종교인들의 연대활동에 대해 “종교 안팎에서 평등공동체를 지향한다는 목적을 함께하고 교단정치에서 소외된 만큼 정치욕이나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대희년이었던 지난해는 특히 천주교 수녀들과 여성평신도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한해였다. 이들은 주교회의에 여성사목 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청했고, 본당 사목위원 중 30%를 여성에게 할당할 것과 교회 전례에 여성의 참여기회를 확대할 것, 여성수도자에게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보장할 것 등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과 9월말에는 주교회의에서 산하에 여성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이는 보수적인 한국 천주교의 분위기에 비춰볼 때 여성의 지위를 한 단계 높이는 쾌거로 평가된다. 또한 지난해 10월7일에는 가톨릭여성신학회, 가톨릭여성연구원,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여성분과, 서울대교구 가톨릭여성연합회 등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11개 여성단체들이 모여 가톨릭여성단체연대를 창립했다. ‘종교제도’의 수직적 위계구조와 가부장적 문화가 맞물려 낳은 한국의 종교문화 속에서 여성은 계속 마이너리티였다. 내 안의 차별을 없애지 않는 한 평등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종교 본연의 목적과 역할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은 “유대인도 없고 이방인도 없으며 노예도 없고 자유인도 없으며 남성이랄 것도 여성이랄 것도 없이 그대들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라디아서> 3장28절)이기 때문이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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