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표지이야기] 지옥과 아수라, 돈…돈…돈 목사 헌금 횡령 의혹에 목좋은 사찰놓고 살인사건도… “종단·교단선거는 돈싸움”
3년이 지나도 파악못한 불교계 재산
전국 토지의 0.3%가 사찰 소유 땅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불교계가 관리하는 재산은 많다. 1994년 조계종 사태 이후 개혁종단이 들어서고 전국의 조계종 사찰이 보유한 재산관리를 통일적으로 하기 위해 재산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3년이 지나가도 다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파악이 안 된 재산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찰이 보유한 부동산의 경우 1994년 이후 중앙종단의 심의·허가없이 처분이 어려워져 문제 발생의 소지가 줄어들기는 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처분보다는 시주금 수입과 문화재관람료 수입이 주소득원이 되고 있다. 특히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전통사찰의 경우 문화재관람료에 국립공원 입장료 수입의 10∼30%, 정부가 별도로 지급하는 사찰 보수유지 지원금, 신자들의 시주금까지 더해져 수입액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이른바 ‘목 좋은’ 전통사찰들에서는 주지스님 임명 때마다 크고 작은 분규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가끔씩 살인사건까지 일어나는 것도 사실은 돈 문제인 경우가 많다. ‘주지스님’이 돈까지 관리하는 자리로 변하면서 궂은 일을 전담하는 ‘행정승’이라기보다는 ‘권력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끝나면 선거결과에 따라 재정이 좋은 주요 사찰의 주지스님이 바뀐다고 한다. 1962년 국립공원제도가 생겨나면서 시작된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수입은 현재 1년에 3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커졌다. 조계종은 지난해 문화재관람료를 30% 올렸다. 1인당 관람료가 1300원(내장사, 구룡사, 내소사, 천은사 등)에서 1900원(법주사)까지 올라 국립공원 입장료까지 합하면 시민 한명이 3천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전통사찰들이 문화재관람료를 공원 입장비와 함께 합동징수 형식으로 거둔다는 데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절을 볼 목적이 아니라 산에 가거나 국립공원을 관광하러온 이들에게조차 일률적으로 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분리징수를 주장하고 있다. 한 불교계 내부관계자는 “불교계 일부에서도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는 원래 국가가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에 관리를 맡기고 수행에 정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냥 앉아 있어도 불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스님들이 수행이나 포교를 게을리하는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시민들이 내는 관람료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사후조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현재 관람료의 80%를 해당 사찰이 사용하게 돼 있다.
불사 건축과 무자료 자금 세탁
불사는 이와 함께 뒤가 구린 자금의 세탁통로로 악용되는 경우마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불교관계자는 “일부 대형 사찰의 주지스님들이나 재정에 참여한 불자들의 경우 만지는 돈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다른 용도로 투자했다 망하거나 사금융업자로서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에 세워진 초대형교회나 여의도 순복음교회 등 수백억원짜리 휘황찬란한 교회 성전들은 돈으로 얼룩진 개신교를 그대로 보여준다. 세속의 황금만능주의가 교회 안에 들어오면서 위용을 뽐내는 교회건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교회 성전을 짓기 위한 건축헌금 종용으로 이어진다. 서울 광진구 ㅎ교회 최아무개씨는 “교인이 500여명인 우리 교회 교회당이 예배 드리기에 전혀 좁지 않은데도 목사는 돈만 있으면 또 사람만 모이면 건물을 지으려 한다”며 “건축헌금을 거둔 지 몇년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성전을 지어야 한다고 설교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구로구 구로반석교회(담임목사 석영식)는 교회헌금 유용을 둘러싸고 교회가 둘로 쪼개지는 등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교회 교인들은 석 목사가 명목상의 재정집사 2명을 세웠지만 사실상 교회헌금을 혼자 관리하면서 유용해왔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교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석 목사는 급기야 자신을 따르는 일부 교인들과 함께 근처 다른 교회로 옮겼다. 하지만 헌금유용 의혹은 고소사태로 번지고 있다. 이 교회 최병희 집사는 “지난해 6월 부흥회가 끝나고 며칠 뒤 담임목사가 1700여만원을 가지고 내려와 교회운영위에 보고했으나 교인들을 상대로 당시 헌금액을 모아보니 7천여만원이 넘었다”며 “결국 담임목사를 추궁한 결과 ‘개인적으로 6천만원을 썼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때 석 목사는 부흥회 때 받은 헌금은 교인들에게 돌려주고 자기 이름으로 돼 있는 교회재산은 교회명의로 이전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그는 “그때 약속은 교인들에게 감금된 상태에서 허위로 말한 것”이라며 교인들을 폭력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최 집사 등은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석 목사를 맞고소한 상태다.
교인들에게 공개 안되는 교회살림
이 교회는 내부통제장치 없이 이뤄지는 교회헌금운영의 불투명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이 교회 강판조 집사는 “교회재정을 맡아보는 집사가 2명 있었지만 한 사람은 헌금을 봉투에서 빼 세는 일만 했고 다른 집사는 헌금 규모나 사용내역은 모른 채 목사가 던져주면 기록만 하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석 목사는 주일 1, 2부 예배시간만 빼고 매일 새벽기도회와 수요기도회 때 거둔 헌금은 죄다 사택으로 가져간 뒤 주일 2부 예배시간에 갖고 내려왔다. 석 목사는 이에 대해 “돈이 무서우니까 내가 사택에 보관해뒀다가 주일에 재정집사한테 준 것일 뿐”이라며 “재정집사가 갖다 쓰고 나에게 씌우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교인들은 “석 목사가 설교 도중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아 나는 2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며 “한달 사례비 300여만원과 상여금 등 수입이 뻔한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교인들은 특히 석 목사가 사채를 빌려온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교회헌금에서 나가는 사채이자를 실제로는 자신이 챙겨왔는가 하면 석 목사 서랍에서 수많은 헌금봉투가 발견됐다며 횡령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제일교회는 헌금내역을 감리교 교단본부에 보고하면서 실제와 달리 축소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단쪽에 내도록 돼 있는 부담금(보고 금액의 5%가량)을 줄이기 위해 보고액수를 일부러 축소한 것으로, 일종의 세금포탈행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교회 한 교역자는 “교단에 보고해온 헌금액수가 실제보다 적은 게 사실”이라며 “이는 금호제일교회뿐만 아니라 감리교 교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에서도 세무보고할 때 축소보고하지 않느냐, 그런 것쯤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라고 해서 더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지 말라는 뜻인가. 불투명한 교회재정관리와 일부 교회 부동산이 목사 개인 이름으로 돼 있는 문제를 제기하며 금호제일교회(담임목사 장광영)를 감리교단 상급조직에 고소했던 안광수 목사(구로 복지선교회)는 “교회 결산보고서가 재정운영기구인 구역회의 회원들한테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슬라이드 화면으로 잠깐 보여주고 마는 등 교회살림이 교인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교회재산인 가평 제일기도원 땅 가운데 일부를 장 목사가 자기 이름으로 소유해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회쪽은 “사정이 있어서 교회명의로 올리지 못하고 개인 이름으로 해둔 것”이라며 “장 목사가 3번에 걸쳐 감리교 감독회장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모두 매각처분했다”고 해명했다.
한 전도사의 양심선언
해마다 9월이면 열리는 주요 교단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로 얼룩지는 것도 돈을 우상처럼 여기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단 총회장 선거에는 ‘10당 8락’이란 말이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10억원 쓰면 당선되고 8억원 쓰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총회장은 교단 전체를 운영하는 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철이 되면 각 세력 사이에 후보자를 둘러싸고 치열한 권력투쟁이 일어난다. 교회 내의 승리주의와 돈이 결합되는 셈이다. 지난 98년 9월에는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의 부총회장 선거가 끝난 뒤 한 전도사가 양심선언을 했다. 그는 “선거 당일 아침 재정부장 장로가 가져온 헌금 3천만원을 20만원, 30만원, 50만원, 100만원으로 나누어 봉투에 담으며 굴욕감을 느꼈다”며 “이런 풍토 아래서는 바울이나 베드로가 총회장으로 출마해도 돈을 쓰지 않으면 낙선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금권선거가 판치자 교계 일부에서는 교단의 총회장과 임원을 제비뽑기로 선출하자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결성된 ‘제비뽑기 선거제도 입법추진 기독교운동본부’쪽은 “지금의 상황은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게 된 중세교회의 부패를 연상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부들도 상당한 ‘재정 재량권’
해당 교회 목사가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교회에서 선거를 위한 헌금을 따로 모금하기도 한다. 지난해 담임목사가 교단 회장선거에 출마했던 서울의 ㄱ교회 김아무개 부목사는 “교회재정에서 헌금된 재원은 쓰지 않지만, 후원금을 모금하거나 교인들이 선거를 위해 헌금한 것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말했다. 천주교의 경우 다른 종교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운영이 투명해 교구 차원에서 일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개별 성당의 신부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즉, 교구는 성당이 보고한 수입내역에 따라 성당별 등급을 정해 공납금을 받고 신부 월급을 정해줄 뿐 개별 성당의 재정운영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다. 또 각종 명목의 특별헌금이나 사례비는 보고내역에서도 빠져 있다. 신부 개개인의 양식을 믿고 상당부분의 재정운영권을 위임하는 셈이다. 물론 성당마다 신자들로 구성된 사목위원회에서 재정 담당을 두어 입출금 내역을 관리하고는 있으나 신부가 임명하는 사목위원들이 제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돈이 종교를 망치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종교의 종류와 상관없이 복식부기 제도화와 외부 감사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김창석 기자kimcs@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