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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회창 “티내지 말아야지…” 조사결과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반응… 이인제 “교수도 한표고 국민도 한표다”
“학자들 중 누가 IMF 알아맞혔나”
이번 조사에서 당선가능성면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쪽은 “반가운 결과지만 티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가 아직 수줍어하는 게 남아 있어, 1등이 나왔다고 대권을 먹은 것처럼 크게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대권에 관한 언급은 가급적 피한다는 게 총재의 기본 방침이다.” 이 총재의 언론특보인 이원창 의원은 조사결과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이 총재의 대선전략을 총괄하는 당 기획위원회 위원장인 맹형규 의원도 “아직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단계는 아니다”며 일단 신중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과 박빙의 차로 불안한 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여론주도층인 학자와 기자 등 전문가 그룹이 이 총재의 당선가능성을 높이 점친 것이 싫지는 않다는 태도였다. “전문가 집단의 여론조사인 만큼 결코 가볍게 봐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이 총재가 대통령이 갖춰야 할 주요 자질 가운데 강력한 지도력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항목에서 모두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 총재가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시해주는 결과로 본다”면서 적극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이 총재와 맞설 가장 강력한 여권 주자로 손꼽혀온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쪽은 조사결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교수도 한표고, 국민도 한표다. 수많은 학자가 있지만 아무도 IMF를 알아맞히지 못했다.” 이 최고위원의 한 측근 인사는 당선가능성이 낮게 나온 이유를 현실 정치여건 탓으로 돌렸다. “이회창 총재는 야당 후보로 가시화됐지만, 우리는 아직 여당 후보로 가시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경제난 등 여권의 실정에 따른 부담은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후보가 가시화되고 인물 중심의 경쟁구도가 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특히 도덕성이 다른 주자들에 비해 가장 낮게 나온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듯 “국민의 뜻에 따라 (대선에) 나간 만큼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될 일도 아니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종의 ‘원죄’로 받아들이는 듯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민주개혁 의지와 도덕성, 통일비전 등 자질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가장 낮게 평가받은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인제 최고의원쪽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김 최고위원은 일단 조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했다. “당선가능성이 낮게 나타난 것은 현실정치판에서 내가 부닥쳐 있는 난관을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질을 높게 평가해준 것은 ‘일단 자질은 된다고 보고 너를 주목하고 있으니 좀더 잘하라’는 여론주도층의 채찍질이라고 생각한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과거 각종 청문회를 통해 대중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총재가 평의원들에게 기회를 양보해야 하지 않겠냐’는 주변의 권유를 번번이 뿌리치지 못했고, 장관직 등 대중적으로 검증받을 기회도 갖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앞으로는 기회가 온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대선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된 대중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나름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노무현 “후보되면 뒤집혀질 것”
대중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난 것과는 달리 이번 전문가 조사에서는 당선가능성이 아주 낮게(2.7%) 평가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쪽도 일단 “오피니언 리더인 정치학자와 기자들이 판세를 일반 대중보다 잘 읽어내고 이 총재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측근은 “어떤 가시적인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너무 시기적으로 이른 것 같다”면서 영남 출신인 노 장관이 여권의 대권 후보가 된다면 이번 예측결과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불과 3개월 만에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사람도 있다. 만일 이회창 총재가 우위를 점한 현재 구도 속에서 (여권에서) 영남권 후보가 나서지 않는다면 게임이 어렵겠지만, 영남 후보가 나올 경우 상황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부산시장 선거에서 노 장관을 찍은 40%의 유권자는 또 찍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 총재 대세론’을 뒤엎으며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적임자는 바로 노 장관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후보들이 모두 대권 도전을 선언했지만, 경선 때도 김중권 대표는 대선 후보로서의 색깔을 안 드러냈다. 지방에서도 적극적으로 (대권에 대해) 말을 안 했기 때문에 대중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 노 장관과 함께 여권 내 ‘영남 출신’이라는 이점을 내세워 내심 대권에 도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또 한명의 ‘잠룡’인 김중권 민주당 대표쪽의 한 핵심 인사도 대부분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이제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된 만큼 당을 잘 이끌면 저절로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특히 전문가들이 이인제 최고위원과 고건 서울시장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여권 후보로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3번째 인물로 꼽은 것에 대해서는 “김심이 대표와 제일 가까웠고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은 뒤에도 동서갈등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로 반겼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 결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30∼40%대를 유지하던 이회창 총재의 인기가 16.7%로 뚝 떨어졌다”면서 김 대표가 이 총재를 꺾을 수 있는 확실한 대항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미 대권출마 의사를 밝힌 정몽준 의원쪽은 경제적 비전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뚜렷하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를 “무소속 의원인데다 체육계나 기업활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중에는 노출이 덜된 탓”으로 돌렸다. 정 의원쪽 한 인사는 “최근 4개월 동안 기자들과 변변히 식사 한번 못한 상황에서 기자들이 참여한 조사로 당선가능성이 높게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대선까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대권) 정치행보에 들어가면 지금보다는 더 잘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건 서울시장은 여의도 정치권과는 한발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학자들의 후한 평가에 힘입어 이인제 최고위원에 이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 높은 인물로 지목되는 등 잠재적 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고 시장의 의중을 대변하는 서울시 한 관계자는 “지난번 국감 때도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이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지만, ‘서울시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답했다”면서 “언론에 여러 가지 추측기사들이 나오지만 아직 다른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직은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덕룡 “정책대결로 가면 승산”
한화갑·정동영 민주당 두 최고위원은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는 만큼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한 최고위원쪽은 “아직 대권의지를 피력하지 않았고 대중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적도 없기 때문에 결과가 안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최고위원의 측근 인사는 “한 최고의 도덕성과 민주개혁 의지 등이 낮게 평가된 것은 아쉽다”면서 “한 최고의 독자적인 모습보다는 집단적 평가가 들어간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잇따라 각종 파문의 진원지로 지목받는 동교동계의 핵심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개인의 자질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쪽도 “대권에 대한 의사를 표시한 적도 없기 때문에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한 개헌을 거듭 요구하며 이회창 총재와 각을 세워온 김덕룡 한나라당 부총재쪽은 “전문가들이 지역대결 구도라는 틀 속에서 당선가능성을 전망했기 때문에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반응했다. 김 부총재의 최측근 인사는 “김 부총재의 경우 다음 대선에서도 지역대결 구도를 거부하고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승부하겠다는 자세인 만큼 지역대결 구도에 근거한 평가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다음 대선을 지역대결 구도로 이해한다면 DR이 설땅이 없겠지만 정책대결로 나간다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개혁의지나 통일비전 등 몇몇 자질에 대해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평가해준 데 대해서는 “인생역정을 제대로 평가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suh@hani.co.kr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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