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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실업고생들도 학력경쟁에 내몰리다 고졸의 비정규직화 심화 속 대학진학 몸부림… 명문 실업고들은 인문계 전환 줄이어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동민이와 민태, 보선이는 입을 모아 말했다. 10월27일, 축제가 한창인 서울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한결같이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2∼3년 전 취업난이 시작되면서 실업계 고교의 대학진학률도 크게 높아졌다. 97년 29.2%였던 진학률은 99년에는 38.5%. 대신 취업률은 64.8%에서 51.0%로 낮아졌고, 실업률도 1.3%에서 5.5%로 높아졌다. 왜 대학을 가려고 하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아이들은 짧게 대답했다. “전문대는 나와야 사람 대접 받으니까”, “다 돈 때문이죠”. 축제행사를 거들러 나온 한 학부모도 “우리 태양이도 꼭 대학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맞장구쳤다. 실업계 학생도 학부모도 학력경쟁에서 더이상 예외는 아니다. 전교조에서 실업계 정책을 담당하는 이성진 교사는 “취업이 어려워 고3 때 뒤늦게 수능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한다. 취업을 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IMF 사태 이후 고졸의 비정규직화가 심각해지면서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있다. 이성진 교사는 “여상 졸업생들은 이제 계약직으로 취업하는 게 보편적”이라며 “학교 입장에서는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켜야 하기 때문에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취업 뒤에도 이 직장 저 직장 옮겨다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공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직장생활을 2년 정도 하다 전문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꽤 많다. “차별은 눈에 보이고, 2년 직장생활하고 나면 진학 때 가산점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전문대를 졸업한다고 전망이 좋다고만 할 수도 없다. 은행창구 업무처럼 예전에는 고졸자들이 하던 일을 이젠 전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채우고 있는 실정인 탓이다.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도 별무소득인 셈이다. 심지어 실업고에서 취업의뢰를 하면 노골적으로 “똑같은 돈 주고 전문대 출신 쓰지 왜 실업계 쓰느냐”고 되받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실업고의 위기의 배경에는 이런 현실이 놓여 있다. 더구나 정부의 지원예산규모도 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 사이에 49.4%나 감소했다. 입학 미달사태가 벌어지고, 출석률도 떨어지는 걸 팔짱끼고 개탄할 일만은 아니다. 실업계 고교의 쇠락에 따라 이른바 명문 실업고들은 인문계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목포상고, 광주상고, 마산상고의 인문계 전환이 확정됐고, 대구상고 등에 대한 전환심사가 진행중이다. 일부 학교는 학과 전문화 및 특성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어느 실업계 고교 교사의 쓸쓸한 심경토로에는 변화된 현실이 들어 있다. “솔직히 예전에는 진로지도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땐 애들이 ‘선생님한테 잘 보여야 좋은 데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엔 안 그렇습니다. 애들도 학교를 나가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죠.” 학벌위주의 사회가 실업고 아이들을 왕따하고 학력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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