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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보사회는 ‘총체적 감시사회’ 모든 권력은 ‘감시의 내면화’ 추구… 전체주의·민주주의 가리지 않아
근대적 감시의 출발점, 국민통계
감시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시공간의 차이를 떠나서 감시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심지어 동물계에서도 감시는 늘 행해지고 있다. 아니 동물계에서 감시는 생존의 1차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전투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는 군사의 금언은 이를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물론 동물계와 인간계에는 차이가 없지 않다. 전자의 경우에는 다른 종의 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압도적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같은 종의 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압도적이다. 더욱이 감시의 대상은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 즉 생각까지도 감시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감시의 역사이다. 여기에는 불평등한 현실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감시는 무엇보다 권력의 요청이다. 그러나 감시가 전체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하나의 사회제도로 확립된 것, 특히 외적 행위뿐만 아니라 내적 사고까지도 그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물론 근대 이전에도 이런 식의 시도는 있었다. ‘오가작통법’이나 ‘저작권법’은 이런 시도의 좋은 예이다. 그러나 모든 시도가 의도대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을 때, 비로소 의도는 달성된다. 발달한 경제력과 기술력이 바로 그러한 능력의 핵심요건이다. 권력의 정치적 속성, 요컨대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는 여기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든 사회는 감시를 필요로 하며, 모든 권력은 ‘감시의 내면화’를 추구한다. 그러므로 감시 자체는 전체주의와 민주주의를 구분하는 기준일 수 없다. 비록 여러 가지 한계는 있었을지라도, 국민 통계는 근대적 감시의 실질적 출발점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근대사회는 ‘감시사회’이다. 그러므로 기든스와 같은 사회학자는 감시를 근대사회의 핵심적 제도로 꼽는다. 그는 ‘정보에 대한 통제와 사회적 관리’라는 관점에서 감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감시의 행정적 기능에 우선 주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함께 우리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행정적 기능이 정치적 지배와 결코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국가는 행정적 기능을 위한 감시제도를 언제나 정치적 지배의 도구로도 활용한다. 이러한 상황은 근대의 다른 제도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근대사회는 다양한 대중적 제도들을 고안하고 운용하는데, 이러한 제도들은 주어진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감시의 기능도 수행한다. 그 가장 좋은 예로 학교를 들 수 있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 나온다. ‘무데뽀’가 교문에서 벌받는 장면이 그것이다. ‘규율과 선도’의 이름으로 ‘감시와 처벌’이 행해지는 것이다. 이 경우 학교는 국가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작은 국가이다. 그것이 수행하는 규율과 선도의 기능은 행정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것이다.
‘원격감시’ ‘통합감시’
행정기구나 공안기구만으로 전체 사회구성원을 감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심각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근대사회에서 국가는 다양한 비공식적 방식으로 전체 사회구성원을 일상적으로 감시해야만 한다. 따라서 근대사회에서는 ‘감시의 내면화’가 일상생활 속에서 촘촘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전체 사회구성원의 다수가 기존의 ‘법과 질서’를 일종의 자연적 원리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회의 안정’이란 바로 이러한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감시의 정도와 범위는 한층 강화되고 확장된다. 세상의 모든 존재를 그 출현부터 소실까지 낱낱이 감시하고자 하는 권력의 의도는 발달된 정보기술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원격감시’와 ‘통합감시’보다 이 사실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오늘날 발달된 정보기술은 세상의 모든 존재를 너무도 촘촘한 감시의 격자눈금 속에 위치시킨다. 이런 점에서 정보사회는 ‘총체적 감시사회’이다.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는 특히 명심해야만 한다,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홍성태/ <문화과학> 편집위원·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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