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0년10월18일 제330호 

[표지이야기] 역시 돈이 돈을 벌었다

외환위기 이후 ‘고금리 파도타기’ 전략 써먹은 어느 부유층의 재산증식과정

한 시중은행 VIP(주요고객)클럽 회원인 손아무개(68·서울시 압구정동)씨는 외환위기 이후 부유층의 재산증식 과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이던 97년 초 손씨의 현금자산은 21억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0억3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2년 남짓 만에 재산을 9억3천만원(44.5%)이나 불린 셈이다. 떼돈을 벌었다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손씨는 외환위기를 앞뒤로 폭등세를 기록한 금리 움직임을 적절히 활용했다. 단기 운용으로 이른 바 ‘고금리 파도타기’ 전략을 택했던 것이다. 당시 은행에 집어넣었던 15억원이 현재 21억3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외환위기로 인한 고금리가 서민에겐 고통이었지만 손씨 같은 현금자산 보유자들에겐 절호의 재테크 기회였던 것이다. 물론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바로 대우사태였다. 손씨는 97년 말과 98년 초에 걸쳐 현대증권 바이코리아펀드에 3억원을 넣어 한참 재미를 보다가 이 펀드에 편입된 대우채로 인해 큰 손해를 입고 말았다. 투자금액이 3억원이었는데 6700만원만을 회수하는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바이코리아펀드에서 적지않은 손실을 입긴 했으나 고금리 행진에서 이는 쉽게 만회된다. 손씨는 금리 폭등세가 이어지던 98년 초 채권투자 전략을 택했다. 당시엔 삼성, 현대가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무려 27%에 이르고 있었다. 그는 삼성, 현대 등 우량 대기업의 3년짜리 회사채에 3억원을 투자해 이를 4억8400만원으로 부풀렸다.

손씨의 경우는 운이 비교적 좋았던 편이다. 무엇보다 주식에 손을 대지 않아 리스크(위험)가 적었다. 코스닥 폭등을 비롯해 주식시장이 반짝 활황세를 보일 때 재미를 보지 못한 대신 주가폭락에 따른 손해가 없었던 것이다.

부동산을 일찌감치 처분한 것도 재산증식에 큰 도움이 됐다. 손씨는 임대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던 15억원 상당의 빌딩을 96년 말에 처분했다. 불과 1년 뒤에 외환위기가 닥치고 부동산값이 추락할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재복을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손씨 같은 부유층은 예상외로 많다. 손씨가 거래하는 은행은 자산규모 5억원 이상 고객을 특별관리하고 있는데 그 수가 3천명을 헤아린다. 부유층 고객의 거래 비중이 높은 ㅎ은행, ㅅ은행에는 이보다 더 많은 VIP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부자들이라고 모두 재테크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을 고집스럽게 쥐고 있다가 큰 손해를 입은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주식시황을 잘 타며 자산을 몇배로 불린 사례도 많다. 부동산을 일찌감치 처분하고 주식에 손을 대지 않은 손씨는 평균적인 부자의 재테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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