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0년10월03일 제328호 

[표지이야기] 고려시대 회화사 다시 쓴다

박익의 무덤 석실서 나온 채색벽화, 풍속 그림으로는 처음

밀양시 청도면 송은 박익의 무덤 석실에서 나온 채색벽화는 고려시대의 생활습속을 담은 것으로 고려회화사 연구에 굵은 획을 긋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벽화가 간간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풍속그림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벽화가 그려진 석실은 길이 250cm, 높이 180cm, 너비 100cm로, 화강암 판석을 직사각형으로 쌓아올려 만든 석실 내벽 사방에 그림 일부가 훼손된 채 남아 있다. 벽화는 판석 위에 석회를 바른 뒤 그 위에 검정선으로 윤곽을 먼저 그려넣고 석회가 마르기 전 붉은색, 남색, 검은색 등을 칠한 ‘프레스코’ 기법을 썼다. 벽화에는 당시의 인물상과 의복 등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어 고려 말∼조선 초 복식과 풍속사, 무덤벽화 양식을 규명할 획기적인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쪽 벽화에는 고려후기 양식의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채 기물을 들고 행차하는 부녀자들이 발랄하고 생기있는 필치로 묘사돼 있다. 그림이 약간 훼손됐지만 채색은 완벽하게 보존된 동쪽 벽화에는 남자 1명과 여자 3명의 인물행렬도가 그려져 있다. 남쪽 벽화에는 하인이 말을 끌고 있는 모습의 그림과 바구니를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일부 훼손된 채로 그려져 있다. 석실 북쪽 내벽에도 그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내벽이 도굴로 인해 주저앉은 바람에 그림이 크게 훼손됐을 것으로 보인다.

회화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고려회화는 비단에 채색한 불화로만 단편적인 연구를 진행시켜왔는데 일반회화에 가까운 인물풍속화가 발견됨으로써 회화사의 공백이라 할 수 있는 고려시대 회화사를 다시 쓸 수 있게 됐다고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 임효재 교수(고고미술)는 “남한에는 거의 없다시피한 것으로 알려진 고려벽화가 나왔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불교회화가 아닌 풍속화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학술조사를 통해 벽화가 그려진 시기를 고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묘를 국가사적으로 가지정한 데 이어 앞으로 정밀조사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정식지정할 예정이다. 무덤의 주인공인 송은 박익은 고려 공민왕 때 문과에 급제한 뒤 예부시랑, 세자이부중서령 등의 관직을 지낸 학자로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목은 이색 등과 함께 고려 말 팔은(八隱)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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