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0년09월27일 제327호 

[표지이야기] 검은돈은 지구를 떠나라!

세계 각국의 부패추방을 위한 법적 감시망… 지구촌 차원의 공동대응 움직임도



검은돈은 단순히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차원의 강력한 부패추방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국제연합(UN),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등 세계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단체와 기관들이 검은돈에 의한 왜곡된 거래행위를 방지하자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이 마련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지 않으면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이는 냉전종식 뒤 21세기를 맞으며 세계경제시장에서 자유경쟁이 적용되는 새로운 시장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에서는 올해 2월 ‘국제상거래 뇌물방지협약’을 제정하고 ‘공직사회 윤리인프라 구축 및 기업지배구조개선작업 권고안’도 회원국들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강력한 부패척결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OECD와의 협약 및 권고에 따라 ‘국제상거래에서의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부패방지대책과 기업지배구조개선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WTO는 부패문제를 투자, 경쟁, 노동, 환경과 함께 5대 핵심의제로 다룬다. 국내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대형공사가 공정한 경쟁없이 뇌물이나 로비를 한 기업에 낙찰되었을 때는 즉각 WTO의 감시대상이 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각종 원조성 자금 제공의 요건으로 부패방지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NGO)들은 심지어, 뇌물수수를 신고한 사람에게 추징금의 일정비율을 주는 법률 제정을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뇌물·로비에 의한 공사수주는 감시대상


(사진/국제기구들은 검은돈에 의한 왜곡된 거래관행을 추방할 구체적 행동에 돌입했다.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부정부패방지를 위한 국제 워크숍)


검은돈의 수수관행은 해외 상거래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우리 기업들의 외자유치 과정에서도 외국인투자자들이 강도높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뇌물관행의 철저한 근절이다. 외국인들은 국제투명성위원회(TI)가 해마다 발표하는 각 나라의 부패지수를 투자결정의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고 있다. 뇌물관행이 심한 업종일수록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기 힘든 게 오늘날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추진되는 ‘부패라운드’의 강화 움직임은 국내 기업부문뿐 아니라 공직사회를 둘러싼 윤리환경에도 급속한 변화가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어떤 기업이 해외에서 뇌물관행 문제로 법적 처벌을 모면하더라도 기업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부패라운드를 주도하는 국가는 주로 선진국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은 1977년에 해외부패방지법을 제정해 자국 기업들에 이를 준수하기 위한 내부통제체제를 철저하게 갖추도록 주문했다. 이에 따라 휼렛패커드, 제너럴일렉트릭, IBM 같은 미국기업들은 아주 정밀한 내부윤리감시체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윤리경영에서 세계제일의 경쟁력을 지녔음을 무기로 경쟁국 기업에 대해 부패방지메커니즘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자는 명분으로 부패방지라운드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외부패방지법이 제정된 뒤로 뇌물공여죄 위반으로 20여건 기소됐으며 거의 모두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일부 기업들은 재판과정에서 기업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거액의 유무죄 흥정절차를 통해 벌금에 합의한 뒤 사건을 종결하기도 했다. 일본의 다이와은행 미국현지법인은 직원의 불법행위로 무려 3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했다. 이렇게 엄격한 미국의 부패방지제도는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의 국가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부패방지제 도입 확산… 홍콩은 윤리센터도


(사진/아시아에서 홍콩은 반부패정책을 성공리에 추진하고 있다.반부패기구인 염정공서 홈페이지)


미국은 90년대 들어 부패대책을 기업에서 공공조직과 일반 단체에까지 확대하기 시작했다. 91년에 ‘조직범죄판결지침’을 제정해 조직구성원들의 불법행위를 자기단속하는 법규준수체계를 갖추어 왔으며 이를 ‘효과적인 준법프로그램’(effective compliance program)이라 한다. 90년대에 미국의 공직사회, 기업, 학교, 병원 등 주요 국가구성조직에서 준법프로그램도입이 활성화됐고 이것이 사회기능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키고 전체적인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미국의 부패척결관련 법제도는 부패행위의 노출가능성을 높이는 내부비리고발자보호법, 부정청구법(the False Claim Act)과 기업 등 조직이 내부단속을 강화하는 새로운 내부통제제도(In-Control) 등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효과적인 반부패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홍콩은 95년 5월에 반부패기구인 ‘염정공서’(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를 설립하고 그 산하에 ‘홍콩윤리개발센터’(Hong Kong Ethics Development Centre)를 두었다. 이 센터에서는 기업의 윤리규범제정 및 통제시스템 자문, 윤리교육실시(지금까지 3천여 기업의 약 3만여명에게 윤리교육 실시), 윤리관련 정보 및 자료제공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97년부터 이 기구가 추진한 ‘기업윤리프로그램 도입운동’에 따라 현재 홍콩증시에 등록한 기업의 약 70%가 선진국 수준의 기업윤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진/홍콩윤리개발센터가 펴낸 윤리규정집)


홍콩윤리개발센터에서는 회계사협회, 건설협회, 측량사학회, 금융관련 기관 등과 공동으로 전문가 직업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21세기를 맞이하여 ‘도전을 기회로 전환’(Turning Challenges to Opportunities)이라는 슬로건 아래 홍콩을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금융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한 전반적인 사회윤리개선운동이다. 특히 중국본토와의 통합을 앞둔 시점인 지난 95년에는 ‘광둥 홍콩기업인을 위한 법규준수 가이드’를 마련해 홍콩의 ‘뇌물방지법’과 중국의 ‘반부패반뇌물법’을 동시에 준수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과의 경제활동에서 건전하고 공정한 거래를 추구하는 법의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앞으로 남북간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적인 반부패 환경변화에 따른 위험 증가로 해외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이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국제경제사회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한빛은행의 불법대출을 위시한 금융기관 직원들에 의한 위법행위의 빈번한 발생은 금융업 종사자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 기업 등 조직들도 불법행위 자기단속체계(Self-Police System) 도입과 내부통제제도(Internal Control Structure) 강화를 추진해야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효성 있는 내부준법프로그램 도입해야


(사진/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반부패운동이 널리 전개되고 있다.권력을 남용해 뇌몰을 받은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는 청커제(가운데)전 전인대 부위원장)


우리나라도 국제상거래뇌물방지법뿐 아니라 남녀고용평등법과 성희롱금지관련 법규 시행 등으로 조직원의 불법행위가 조직과 경영진에 위험을 주는 사회로 진입했다. 직원이 언제 어디서 저지를지 모르는 불법행위에 의해 조직과 경영진이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법규준수를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준법프로그램 도입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이러한 준법프로그램은 이를 구축하여 운영해야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임직원의 불법행위로 회사가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한 ‘위험관리체계’이기도 하다.

IMF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제도, 그리고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소수주주권 강화, 지배주주책임(사실상 이사의 책임) 강화 그리고 외부감사의 부실감사 책임강화와 같은 법제도가 마련되었다. 준법감시인제도는 금융기관에 대해 도입을 의무화했으나, 이러한 제도는 모든 기업과 국가의 주요조직으로 도입이 확산돼야 할 것이다.

이민호/ 한국조직윤리개발센터 소장mhl@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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