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0년09월27일 제327호 

[표지이야기] 탈법이 춤추는 부정한 관행

터럭만 드러나도 기업체 뒤흔들어… 기밀비 폐지로 정상적 통로 차단

비자금은 무역이나 상거래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발생하는 리베이트(사례금) 및 회계처리 조작으로 생겨난 부정한 돈을 세금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특별관리해 둔 자금을 일컫는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정부, 거래처 등에 로비를 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며 비밀적립금이라고도 한다.

보통 ‘B’ 표시의 메모지를 통해 회사 경리로부터 타내며 정치자금도 주로 이 항목에서 지출된다.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행적으로 사용돼오다가 지난 1987년 ‘범양상선’ 불법 외화유출 사건 때 매스컴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범양상선 회장, 사장 등은 운항수입의 누락, 선박도입 가격 조작, 운항경비 허위·과대 계상으로 매출액과 순이익을 실제보다 줄임으로써 생긴 차액을 외국에 남겨두는 수법을 썼다. 이런 식으로 마련된 비자금은 공식적인 기업의 재무제표와 감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으로 은닉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꼭꼭 숨겨놓은 비자금이라고 해서 영구히 감출 수는 없다. 범양상선의 경우 비자금의 원천과 용도가 수록된 명세서가 뉴욕 현지법인으로부터 입수되자 감춰진 꼬리가 마침내 노출되고 말았다. 결국 그 기업도 망가지고 말았다.

비자금 적립 관행은 정경유착이 심한 제3세계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다. 문제는 외형누락과 순이익 조작 등을 통해 비자금을 쌓아 돈을 빼돌리다보면 급기야 기업 자체의 도산이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다는 점이다. 더구나 비자금이 기업 테두리를 벗어나 정치권으로 이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돌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비자금은 이처럼 정상적인 법테두리를 벗어나 조성된 ‘검은 돈’으로 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특히 기업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 정경유착의 고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자금이야말로 사회 부정부패 및 비리의 뿌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비자금 성격으로 ‘기밀비’가 있는데 이는 기업 장부에 기록되는 합법적인 것이며 내부 직원들의 술값 등으로 쓰이는 미미한 부분이다. 뇌물, 로비자금, 기업주 개인의 치부 등으로 쓰이는 비자금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런 기밀비 제도도 올해 들어 폐지돼 정규 영수증을 붙인 ‘접대비’로 비용처리를 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