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0년09월20일 제326호 

[표지이야기] 67.8% “법관 판결은 불공정”

<한겨레21> 전국 성인남녀 500명 대상 ‘판사 판결에 대한 여론조사’









<한겨레21>은 지난 9월15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판사의 판결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동안 일반적인 법 의식에 대한 조사는 적잖았지만 판사 판결의 공정성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벌인 적은 별로 없었다.

이번 조사결과, 전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우리 사회에서 법의 판결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법 판결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59.5%가 ‘별로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8.3%가 ‘전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해, 모두 67.8%가 우리 사회 법 판결의 공정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법과 판결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뿌리깊고 넓게 펴져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런 생각은 20대 54.6%, 30대 67.3%, 40대 82.6%, 50대 이상 72.7%로 나타나, 법과 접촉이 많은 40∼50대에서 법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컸다.

‘법 판결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52.2%의 응답자가 ‘청탁수뢰 등 법조인들의 공정성 부족’을, 26.1%는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법조항 존재’, 11.4%는 ‘일반인들의 법지식 부족’, 5.0%는 ‘법을 집행하는 판사의 오판가능성’을 꼽았다. 이런 결과로 미뤄볼 때 국민들은 판사 개인의 자질과 사실판단의 오류보다 전관예우나 법조비리에 주목해 법 판결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체 응답자의 86.9%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더 유리한 판결을 받고 있다’고 생각(전적으로 동의: 40.9%, 대체로 동의: 46.0%)하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의식을 보여주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법의식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면 청탁을 해야 한다’는 물음에 대해 66.7%의 응답자가 동의(전적으로 동의: 18.8%, 대체로 동의하는 편: 47.9%)한다고 응답해 청탁에 의해서 법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국민들의 의식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또 응답자의 50.2%는 가까운 친지나 이웃 등 주변에서 공정하지 않은 판결을 받은 경우를 보았거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고, 49.9%는 주변에서 유리한 판결을 위해 법조인에게 청탁한 경우를 보았거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법조계에 청탁문화가 만연돼 있음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물론 이런 청탁이 모두 재판에 영향을 줬다고는 단언하긴 어렵다. 주변의 청탁사례 경험은 연령별로는 40대가 61.9%, 직업별로는 자영업 61.6%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58.3%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에 대해 알고 있었고, 82.4%가 ‘전관예우’ 관행이 법을 판결하고 집행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매우 영향을 끼칠 것: 30.5%, 대체로 영향을 끼칠 것: 51.9%)했다. 또 76.2%는 ‘전관예우’ 관행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매우 심각하다: 20.6%, 심각한 편이다: 55.6%)하고 있었다.

형사재판시 배심원 혹은 참고인제를 두어 판결에 참여하게 하는 제도에 관해선 응답자의 83.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제나 참심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여지가 충분함을 보여주었다(전적으로 찬성: 37.0%, 대체로 찬성: 46.2%).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이다.

이화주/ 한겨레 여론조사팀 기자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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